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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블루베리 색감 주스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4도, 최저기온 25도로 더운 날씨였다. 오늘로 35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이 끝났으면 좋겠다. 내일은 최고기온 26도라는 예보다. 그래도 오늘은 기온이 높아도 바람도 불고 습도가 낮아서 불쾌한 날씨가 아니었다. 요새 날씨가 습도가 높아서 하루에 몇 번 샤워를 하는지 모른다. 

 

요새 일주일 이상 마트에 가지 않았더니 집에 먹을 것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어제 마트에 갔다. 집에 먹을 것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그런 느낌이 드는 건 과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틀 전에 오랜만에 큰 역에 갈 일이 있어서 마트에 들렀는데 내가 평소에 가는 시간이 아니라서 과일이 비싸기만 하고 살만한 것이 없었다. 어제는 그래도 계절과일을 먹고 싶어서 배를 하나 300엔 주고 사서 두 번에 나눠서 먹었다. 이전에는 배가 많이 나오는 계절에는 100엔대에 팔았다. 지금은 그런 배를 볼 수가 없다. 아는 이웃 말로는 상처 입은 배를 싸게 팔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본 마트에서는 그런 배를 보지 못했다. 어제 마트에서 많이 산 것은 빵이다. 달걀과 두부도 샀다. 야채는 농가에서 파는 걸 사기 때문에 마트에서 사지 않아도 된다. 블루베리 잼을 만들어서 빵을 사고 싶었다.  

 

다음 주에 인공항문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해서 현금으로 돈을 내야 할 게 있다. 그래서 주말이니까, 미리 돈을 뽑으려고 했다. 지금까지 쓴 적이 없지만 평일 낮에 마트에 있는 ATM으로 우체국 통장에서 돈을 뽑으면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줄 알고 있었다. 점원에게 물었더니 갑자기 수수료가 크게 오른 것 같으니까, 돈을 뽑기 전에 확인하라고 한다. 그래서 수수료 안내를 유심히 읽었더니 평일이나 주말 시간대를 막론하고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 번 뽑을 때마다 220-330엔 수수료가 든다고 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서 정답을 맞혀야 하는 시험문제라도 읽듯 주의 깊게 다시 읽었다. 내용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전 뉴스에서 마트나 상업시설에 있는 우체국 ATM에서 주말에 돈을 출금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들었다. 수수료도 110엔으로 알고 있었다. 다른 사항은 우체국 ATM에서 동전을 취급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나는 평소에 다른 일이 없으면 1만 엔을 뽑는다. 정기예금을 해도 이자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우체국에서 이렇게 수수료를 받다니 너무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우체국이 망하려고 난리를 치나 보다. 나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도 주변에 우체국이 많고 지금까지 입출금 수수료가 없었기에 생활에 필요한 돈은 우체국 통장을 만들어서 쓴다. 다른 은행 ATM은 큰 역까지 가거나 업무시간 이외나 주말에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동경 생활에서 한 번에 220-330엔 수수료는 매우 비싸게 느껴진다. 세상에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어제 마트에 갔다가 평소에 잘 가는 가게에 갔더니 내가 사는 현미를 보관하고 있었다. 현미 3킬로와 프랑스 과자 한 상자를 샀지만 무거워서 가져올 수가 없어서 보관해 달라고 했다. 오늘은 배낭을 메고 가서 보관한 현미와 과자 상자에 간장도 사서 올 생각이었다. 아침에 늦게까지 자서 일어났더니 바로 머리에서 땀이 날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 우선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그 가게가 문을 여는 것은 11시부터이고 집에서 걸어가면 15분 이상 걸린다. 날씨가 맑아서 모자로는 부족하고 양산을 써야 할 것 같다. 잘 생각해서 행동하지 않으면 낮에 쌀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지치게 된다. 그렇게 집에서 뭉기적거리다 보니 시간은 벌써 12시에 가깝고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다. 이건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기온이다. 오늘 현미를 가지러 가는 건 포기해야지. 

 

집안에 있는 꽃과 민트가 시들어서 정리해 버리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 봉지에 담은 쓰레기를 버리고 바로 옆 공원에 버섯을 보러 갈 생각으로 나섰다. 어차피 금방 다시 씻어야 하니까, 세탁하려던 긴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모자도 쓰지 않고 나갔다. 밖에 나갔더니 기온 대비 바람도 불고 습도가 낮아서 상쾌하게 느껴지는 더위였다. 이런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배낭을 메고 현미를 가지러 가야 했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이왕 밖에 나왔으니 주변을 걷고 포르치니 버섯을 채집했다. 욕심을 부리면 얼마든지 갈 곳이 있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린 결과 많이 채집해도 다 처치할 수도 없고 피로감이 남기 때문이다. 포르치니 버섯을 채집할 생각이었다면 긴바지를 입었을 텐데 옆 공원에는 모기가 그다지 극성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간 곳은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모기가 극성이다. 발목이 나오는 바지를 입어서 양쪽 발목에 모기가 떼를 지어 물고 있었다. 모기가 떼를 지어 공격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모기를 죽이거나 쫓느라고 정신이 없어진다. 모기떼가 무서워서 잘 가지 않는 길도 오늘 걸었더니 버섯이 많이 나서 너무 많이 자라고 말았다. 그런 건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친다. 오늘 수확한 버섯도 작은 봉지로 하나다. 버섯을 볶아서 냉동할 생각인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요리하기가 힘들다. 

 

 

요새 나는 블루베리 사워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블루베리를 설탕과 사과식초에 절였던 것에서 블루베리를 건져냈다. 액체가 블루베리 사워가 된다. 원액에 물이나 탄산수 등을 넣어서 주스를 만든다. 따뜻한 물로 차를 만들어도 된다. 요전에 만든 붉은 시소 주스와 함께 블루베리 사워 2종이 더해져서 예쁜 색감의 음료가 풍성해졌다. 블루베리 사워는 친구가 히로시마에서 보낸 고급진 것과 남은 재료를 소비할 목적으로 가까운 마트에서 산 냉동으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고급진 것과 냉동은 색감이 아주 달랐다. 냉동은 처음부터 매우 짙은 색감이었는데 고급진 건 맑고 옅은 색이었다. 10여 일 숙성시켜서 걸러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은 색감만이 아니라, 맛도 전혀 다르다. 고급진 것은 맛도 맑고 상큼하면서 단맛이 난다. 냉동은 탁하면서 짙은 맛이 나지만 단맛은 덜하다. 이상하다. 설탕을 넣은 양의 차이가 아니다. 블루베리 양은 고급진 쪽이 더 많다. 블루베리 자체의 단맛은 냉동이 더 강하다. 고급진 블루베리를 냉동했더니 거의 단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냉동 블루베리가 더 달았다. 블루베리 사워에서 건진 블루베리는 잼으로 재활용했다. 설탕도 넣지 않고 그냥 졸였다. 아무리 졸여도 방울이 뭉개지지 않아서 블루베리가 방울방울 그대로인 잼이 되었다. 아직 고급진 블루베리를 재활용해서 만든 잼은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비교하지 못하겠다. 나는 친구에게 선물로 받기에 재활용이 아닌 고급진 블루베리잼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번에 잼을 만들어 보고 워낙 재료값이 비싸기에 고급진 블루베리잼도 나름 가격이 나간다는 걸 알았다. 

 

다음에 블루베리 사워를 만들고 싶을 때는 냉동 블루베리로 주변에서 필요한 재료만 사서 만들 것이다. 고급진 것은 이번에 맛을 보고 충분히 경험을 했으니 좋았던 걸로 해두고 싶다. 

 

 

사진 설명 왼쪽 병이 시소 주스, 중간이 갈색병에 든 고급진 블루베리 사워, 오른쪽이 냉동 블루베리 사워다. 앞에는 맑고 옅은 색이 고급진 블루베리 사워에 그 뒤에 있는 건 고급진 블루베리 재활용 잼이다. 오른쪽 짙은 색이 냉동 블루베리 사워이고 그 뒤에 있는 것이 재활용 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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