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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오랫만에 밤마실

오랫만에 밤마실

친구들 2012/10/20 12:34 huiya



오늘 동경 날씨는 아주 맑고 좋다.

어제는 오랫만에 한밤중에 들어왔다. 대충 씻고 잔게 2시였다. 오늘은 왠지 잠이 빨리 깼다. 어젯밤 늦게 먹은 게 소화가 안되어 뱃속에 남아있다. 날씨가 아주 좋을 것 같은 예감, 아침에 산책을 하기로 했다. 6시부터 산책코스를 돌고 왔다. 7시반이다. 아침에 산책을 일과로 넣을 까 검토하는 중이다. 오늘 보니, 아저씨들이 꽤 있다. 아침 부터 걸리적거린다. 저녁에는 사람이 없는데 역시 저녁시간이 좋은 건가, 아침이 좋은 것 같은데 오늘은 요가를 건너뛰고 욕조에 남은 물로 흰빨래를 담궜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빨래 하기도 아랫층에 미안하다. 그래서 일찌감치 커피를 타고 아침을 먹어가면서 컴퓨터를 켜서 오블지기님들 블로그를 읽고, 댓글을 쓰면서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세탁기에 스위치를 넣고 빨래를 하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 거다. 빨래를 널고 아침에 슈퍼에 식량조달을 나가야 한다.


가을학기가 되어 수업이 안정이 될 때 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정신이 없다. 후배와 같은 학교에 있어도 얼굴보고 천천히 인사조차 할 시간도 없었다. 다른 친구에게도 계절인사 문자를 겨우 보낸 게 지난 주다. 그저께 같은 학교에 있는 후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금요일에 수업이 끝나서 차라도 마시자고, 물론 후배 예정이 어떤지 전혀 모른다. 문자에 답장이 없다. 학교에서 후배네 학생이 보이기에 물어봤다. 너네 선생님 계시니? , 계세요. 후배연구실에 가보니 강의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내 수업이 다 끝나서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와 있다. 5교시가 끝난 다음에 독일에서 온 친구와 작은 세미나를 하고, 그 다음에 저녁을 먹으러 가는 데, 오라고 나도 짧게 알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금요일에 귀가길을 함께하면서 수다를 떠는 미국인 친구에게, 급하게 일이 생겼다고, 다음주 금요일은 대학축제니까, 다다음주에 보자고 인사를 했다.


나는 4교시에 수업이 끝났다. 책을 읽고, 보통 때는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읽는 학생들 감상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시간에 후배연구실에 갔더니, 독일친구가 와 있다. 스테판이라고, 나하고도 4년전에 인사를 했다. 그 후 거의 매년 본다. 후배와 친구고, 양쪽에서 왔다갔다하면서 공동프로젝트를 하고있다. 스테판은 건축가다. 4년전에는 유리아라는 부인, 친구 건축가, 다른 교수도 같이 왔었다. 다른 건축가, 스테판, 후배, 나와 같이 가와고에로 같이 놀러 간 적도 있다. 스테판은 군대를 안가는 대신에 베를린에서 산 적이 있었다. 그리고, 독일사람으로는 체구가 크지않은 편이다. 유리아도 마찬가지이다. 멜번에 사는 내 독일친구 아냐엄마도 체구가 나 정도지만

나는 2교시에 지역연구 오스트라리아, 3교시 한국관계, 4교시에 일본문화사 강의를 했다. 하루에 서로 아주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2교시와 4교시는 정반대라고 해도 될 만큼 다르고, 수업스타일도 다르다. 하루에 할 일을 마친 후라서 피곤하다. 세미나에 갔더니,


느닷없이 스테판이 영어로 자기가 하고 있는 케이스를 말하기 시작한다. 자료도 하나도 없이 나도 머리가 안 돌아가서, 처음에는 전혀 문맥을 못잡았다. 그리고 스테판영어가 불어억양과 독일어억양이 많이 들어간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 전에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스테판이 피곤한 건가, 내가 피곤 한 건가 좀 있으니 소개하는 케이스에 관련한 사진을 프린트해서 보여줬다. 그러는 사이에 나도 정신이 들어서 문맥을 따라 잡았다.

독일 어느 소도시에 팩토리아울렛 건설에 관한 거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좋은 아파트를 헐고 나이먹은 주민들을 내보낸다. 거기에다 쇼핑몰을 세우는 데, 살던 사람들과 투자자와 지역행정간에 대립과 그 사이에 주민들이 의견을 어떻게 모우고 운동을 전개하느냐, 과연 쇼핑몰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한다. 주로 시민참가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게 촛점이 된다. 세미나에는 학생이 네 명, 같이 일을 하는 일본교수도 한 명 참가했다. 스테판이 한 달 동안 와 있단다. 독일사례와 일본사례를 비교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한다. 학생들을 위해서 후배가 가끔 통역을 한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아침 10시부터 스테판이 계속 발표와 토론을 했단다. 후배도 아침부터 같이 움직이며 통역과 강의를 했단다. 이 건 미친거다. 그렇게 장시간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하다니. 나도 물론 그렇게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특이 체질이라서 가능하다. 그래서 스테판영어가 그 전과 달랐구나


세미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 시간은 벌써 밤 10시반이 넘었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오다보니 11시가 되었다. 저녁을 먹기 시작한 게 밤 11시다. 도대체 몇 시간 일을 한거야. 스테판은 금요일 저녁, 밤 몇 시냐면서 미쳤다를 연발한다. 맞다. 미쳤다. 근데, 피곤한 것도 한계를 넘으면 흥분해서 미쳐가기 때문에 피곤을 못 느낀다. 이 게 바로 중독이라는 것이다. 술을 못 마시는 나도 후배랑 있으면 안심이 되서 약한 걸(그레프사와)로 한 잔은 마신다. 그런데, 그 게 취한다. 머리가 알딸딸, 핑돈다. 예약을 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판을 가운데 앉게 하고 밥을 먹으면서 말을 하다보니, 12시다. 마지막 전철을 타야 집에 온다. 내가 간다고 인사를 했더니, 스테판이 아직 2주일 남았단다. 그래, 그럼 또 한번 시간이 있으면 갈께 하고 나왔다. 전철을 세번 갈아타서 다 마지막 전철이였다. 집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다.


레스토랑에서 학생들이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하느냐고, 나도 못하는데, 그냥 말을 해, 틀리고 자시고 하고싶은 말을 해. 그러다보면 익숙해 지는 것 같더라. 익숙해 지면, 영어를 할 때 긴장을 안 할 정도가 되면 괜찮은 것 같아. 틀리면 어떡하지, 이 문장은 맞나 생각하다보면 말을 못하거든 그렇게 적당히 말을 한다.


작년에 스테판을 못봤다.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스테판이 일본에 있었단다. 2년만에 본 셈이다. 스테판 머리가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 나이를 먹어서 관록이 생겼다고 할까. 나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거겠지 오랫만에 밤마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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