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죽음
친구들 2012/12/02 18:27 huiya
오늘 동경날씨는 오전에 맑았는데 오후에 들면서 흐려졌다.
기온은 아주 낮다. 최고기온이 10도 미만이다. 이 건 한겨울 날씨다. 아직 겨울준비를 다 못했는데… 집안이 추워서 난방을 키고 어깨에 작은 담요를 두루고, 무릎을 덮고 그래도 춥다.
오늘 아침 서둘러 빨래를 하고 친구네 집에 가서 수다를 떨고 차를 마시고 왔다. 어제는 학생이 신오쿠보에 가고 싶다고 해서 신오쿠보에 갔다. 신오쿠보를 좀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신쥬쿠로 가서 옷가게를 몇 군데 구경삼아 돌았다. 신오쿠보는 한산했고, 추운 날씨라서 을씨년스러웠다. 지금 일본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같아 착찹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 금요일 저녁 우편함에 엽서가 들어있었다. 12월이 되면 상중인 사람들이 연하장을 보내지 말라고 엽서를 보내온다. 올해는 친구남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엽서가 있었다. 가까운 친구지만, 남편은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할머니라니… 전혀 상상이 안간다. 금요일 저녁에 본 것은 다른 친구가 올해 초에 죽었다는 알림이 부인이름으로 왔다. 일본에서는 나이 차가 있어도 친구는 친구로 사귄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대학을 정년퇴직했다는 엽서를 받았는데, 갑작스럽다. 죽고 난 다음에 훈장을 받았다고도 쓰여있다. 아마도 천황에게 훈장을 받는 것은 명예리다.
평소에 가깝게 연락을 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전혀 몰랐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 이렇게 갑자기 홀연히 갈 수도 있는 거구나. 요새는 장수하는 세상이라, 60대 초는 젊은 나이다. 거기에다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이 친구를 만난 것은 2001년 9월부터 석달정도 같은 배를 타고 일을 했다. 일본정부가 하는 프로그램이였다. 같은 배를 탄다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다. 같은 배에 탄다는 것은 운명공동체라는 말이다. 그 배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사령탑 같은 역활을 하는 사람들이였다. 특별한 공간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데, 핵심적인 역활이다. 세계각국에서 선발되어 참가하는 참가자 한 명 당 돈이 300만엔 이상이 쓰였다. 나는 좋은 방을 혼자서 써서 그 보다 훨씬 비싸다. 물론 비용은 일본정부가 부담한다.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 중에는 가까운 나라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다음은 헬리콥터를 타고 배에 도착했다. 내 일을 돕는 비서도 자민당 젊은 정치가 지망생들이다. 그 중에는 전 총리 딸도 있었고, 그녀는 벌써 정치가가 되었다.
그 때에 만난 친구는 유럽대학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세계 각국 젊은이를 모아서 배에 태웠으니 각종 문제가 분출을 한다. 나는 깊숙히 안에 있으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며 문제를 듣고 처리를 의논한다. 일본정부와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있어도 때에 따라 대학선생들이 의견을 강하게 밀고 나갔다. 다행인 것은 대학선생들은 의견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말을 많이 했던 사람이였다. 배에서 내리면서 하는 말이 자신 일생에 세번째로 말을 많이 주고받은 사람이란다. 첫번째가 어머니고, 두번째가 부인이고, 세번째가 나란다. 딸도 있지만… 나는 말을 많이 주고받고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헤어지면서 어쩔줄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그 후에 친구네 대학에 초청강연도 갔고, 대학숙소에서 숙박을 한 적도 있었다. 친구네 집에 저녁을 초대받아 가서 친구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내가 제주도에 갔을 때 부인과 같이 여행을 와서 내가 저녁을 초대했다. 제주도와 연관된 연구프로젝트를 하려고 준비중이였는데… 황망히 갔다.
오래 살아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외롭게 생애를 마치는 사람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해도 가족과 사이가 나빠서 결국 죽을 때 어느 가족도 못보고 돌아가시는 경우도 봤다. 어떻게 사는 게, 어떻게 죽는 게 좋은 인생인지 모른다. 친구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친구는 부인과 사이가 좋았고, 가족관계도 좋았다. 일을 잘했고, 평가도 있었다. 조금 빨리 갔지만, 괜찮은 인생이였다. 어제는 친구를 기리는 마음으로 바다색 니트를 입고 나갔다. 어제 만난 학생에게 내 친구가 죽었단다, 그래서 바다색 옷을 입었어. 그런데 친구가 나가사키 출신이였다. 어제 만난 학생도 나가사키에서 온 학생이였다. 나가사키에서 동경까지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런데 우연히도 친구와 같이 나가사키에서 온 학생과 같이 시간을 보냈다. 학생에게 그 말은 못했다. 세상에는 우연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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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어떻소, 저 세상에서도 배와 바다에 관련된 일을 하는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이렇다 할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순수히 친구로 만났다는 것, 소중한 만남이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