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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도

제주바다/여름

2012/05/31 제주바다/여름

 

오늘 동경 날씨는 아침에 맑았다가 오후에는 흐렸다.
바람은 서늘하나 습기가 많아서 땀이 나기도 했다이런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차 안에서 잠깐 졸았다.

오월이 가기 전에 블로그에 올리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마지막 날이 오고 말았다보통 때는 부담 없이/생각 없이 글을 쓰는데아주 드물게 생각하며 쓰는 글도 있다봄방학 동안 남미를 여행하면서 가끔 인터넷으로 오마이뉴스를 읽었다거기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관련한 기사들이 실려있었다참으로 안타깝고 왜 이렇게 슬픈 역사는 계속되어야 하는 건지기가 막혔다그래서 3월에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실을 사서 제주바다를 뜨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여름바다와 산을 뜨기로 했다지난 번에 뜨개질해서 올렸던 것은 겨울바다였다 (제주바다/겨울강정마을 참조).

사실 뜨게질을 시작했지만여행을 다니며 하다 보니 지지부진해서 빨리 진행을 못했다. 그래도 가는 데마다 실을 가지고 다니며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그 건 가는 곳의 공기를 담기도 해서 그렇게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생각한 제주 여름바다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여름바다가 보이는 실을 샀는데 가장 중요했던 색은 빨간색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느낀 빨간색은 특별했다특히 탱고에서 느끼는 빨강색은 슬픔이 전해왔다정열과 가슴아픔이 섞인 피 색으로 빨간색이었다. 이 빨간색을 찾아서 관광객이 안 가는 부에노스 아이에스 실집들이 있는 거리를 찾아가서 실집을 한 집 한 집 빠짐없이 들렸다그럴 때는 내가 가진 실을 다 들고 간다머리로 상상하는 색과 실제로 보는 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 뜬 것은 많은 걸 생각하지 않았다.
제주바다의 근대사제주바다를 지키려 일본과 투쟁을 해왔던 역사일본에서 살아온 제주사람들이 종교적이며 정신적인 성지로서 제주바다였다.

그러나 그 후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뉴스로 접하면서제주바다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픔과 탄식과 눈물피흘림이 전해져 왔다. 사람들이 흘린 눈물과 피는 산에서 바다로 흘러간다피와 눈물은 사람만이 아니라 산도 바다도 흘린다단지 그 피와 눈물이 헛된 욕망으로 달구어진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그래서 이번에는 피와 눈물을 흘리는 산과 바다를 떴다가슴이 아파서 구멍이 뚫린, 마치 화산 활동이 끝난 오름처럼 사람들 가슴도 멍들다 못해 뚫리고 말았다그 건 마치 제주도에 있는 올망 졸망한 오름 같기도하다제주도 산들과 강은 바다와 서로 연결되어있다산에서 흘린 피가 강을 통해서 바다로 흘러간다설사 그 게 인간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가슴으로 전해지고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지난 번 김석범 선생님을 만났을 때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물어봤다. “골치가 아프다”고 표현했다그 말을 듣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제 문맥에서 보면현재 일어나는 일은 마을 공동체와전통문화자연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무력으로 파괴하고 있는 거라고우리가 자랄 때 받은 국민교육에서는 그런 걸 소중히 하라고 했으면서 지금 뭘 하고 있느냐”라고 했다김석범선생님이 한마디로 정리를 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봐라항상 국가에 의해서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파괴해 온 거 아니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렇다국가가 앞장서서 마을을 지키고 전통문화와 더불어 살아온 바다를 지키려고 하는 ‘저항’을 많은 장비와 외부사람들을 투입해서 무력과 폭력으로 쳐부수고 있다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소소한 ‘평화’를 쳐부수고 ‘불행’을 안겨주면서 국가는 뭘 보장한다는 것인가제주도가 이름 그대로 지방자치이기는 한 것인가정말로 지방자치라면선조들이 목숨 걸고 지켜려 했던 ‘자치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지금 와서 어디에다 영혼을 팔고누가 어떤 부귀영화를 얻는 대가로 많은 제주사람들이 스스로가 ‘노예’가 되는 굴욕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저항의 역사가 역사되게 하고피눈물의 과거가 과거 되게 하라저항과 피눈물을 지금의 현실로지금도 저항과 피눈물을 흘리며 살게 하지 말아 달라그 건 저항과 피눈물의 미래를 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