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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도

제주도 사람이 '이슬람'을 구했다

2018/06/27 제주도 사람이 '이슬람'을 구했다

 

오늘 동경은 일본 장마철 특유의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씨였다. 흐리지만 고온다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열흘 정도 원고를 쓰느라고 블로그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무비자로 들어온 것에 대해 인터넷 공간에 '헤이트 스피치'가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한국에서 분출한 예멘 난민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분석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올려왔지만, 이번에 쓰는 것은 전문가로서 작정하고 쓰는 것이라, 관련 분야에 대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한다. 제주도에 대한 연구, 제주도 사람 특히 20세기 일본에 사는 100년 간에 걸친 제주도 사람들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한 사람이다. 학부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일관되게 제주도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해서 일본에서 199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90년대까지 일본, 특히 문학부에서 박사를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로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내가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문적으로 다루는 몇 분야가 있다면, '밀항' '초과체재(불법체류)' 일 것이다. 그 분야에 관해서는 일본 법무성에서 의뢰를 받아 정책리포트도 썼다. 그 분야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국에서도 내 책은 필독서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밀항'은 시기에 따라 4.3항쟁이나 6.25를 피한 '전쟁 난민'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 난민'이었다는 걸 밝힌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인 경우 자신들 스스로는 '난민'이나 '망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단지 '부정입국(밀항)'으로 분류될 뿐이었다. '난민'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그런 분류가 일반화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일본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경제 난민'에게 체류자격을 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제주도 사람이 '경제 난민'으로 '밀항' 해서 체류자격을 받았다는 걸 국회 질의를 통해서 확인했다. 내 논문을 근거로 오부치 총리 시절에 국회에서 확인한 것이다. 그 걸 근거로 나중에 일본에서 최초로 '초과체재(오버스테이)' 한 사람들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이런 일들이 다 제주도 사람들이 이루어 낸 '기적'같은 일이다. 참고로 제주도 사람들이 '경제 난민'이면서도 체류자격을 획득한 것을 근거로 일본에서 최초로 '초과 체재'에서 체류자격을 신청한 사람들은 이란 사람 네 가족과 독신 남성 한 명, 미얀마 사람 한 가족, 방글라데시 독신 남성 한 명으로 합계 21명이었다. 당시(1999) 일본에서는 최초로 이민/외국인 노동자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중심이 돼서 운동을 해서 국내외적으로 지지서명을 받았다. 거기에서 나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제주도 사람들이 '경제 난민'으로 와서 체류자격을 받았다는 내 논문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서 '전례'를 만들면 나중에 다른 케이스에 적용을 할 수 있기에 성공적인 첫 사례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밝힌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위험인물로 확실한 기피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근거 없이 쓰는 글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밝힌다.

 

여기에서 '밀항'와서 힘들게 체류자격을 얻은 제주도 사람들의 사례로 인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초과 체재'한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란인을 비롯한 '이슬람' 사람들이었다. 먼저 체류자격을 얻은 제주도 사람들 종교가 무엇인지 전혀 보지 않았다. 참고로 그 일을 중심적으로 했던 분은 일본인 개신교 목사님이셨다. 나는 제주도 사람들이 힘들게 체류자격을 받았다는 것이 근거가 되어 일본에서 '초과 체재(불법체류)'하던 또 다른 제주도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체류자격을 얻는 결과로 연결된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도 자신의 연구성과가 세상에 유용하게 쓰임을 받는다는 것,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은 영광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때, 종교를 묻거나 남자나 여자인지, 결혼을 했는지 아닌지를 묻고 따지지 않는다.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제공하는 것뿐이다. 그들과 나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들이 같은 인간이며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도 '밀항'으로 와서 체류자격을 얻기까지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견뎠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란이나 미얀마,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거나 피부색이 다른 '이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본에 먼저 들어와 산 인생선배로서 후배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사람들에게도 일본에서 있었던 제주도 사람들이 '경제 난민'이면서도 체류자격을 획득했다는 사례와 '초과 체재(불법체류)'에서 체류자격을 얻었다는 사례가 힘을 보탤 수 있기를 절실히 바란다. 내가 연구했던 제주도 사람들은 얼마든지 예멘 난민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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