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9 서북청년단의 망령
오늘도 동경은 고온다습한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33도에 습도가 85%로 최저기온이 25도로 밤이 되어도 선선하지가 않다. 어젯밤도 너무 더워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 너머로 창 밖을 봤더니 아침햇살이 너무 강렬하다. 잠을 못자서 눈부시기도 했지만 날카로운 햇살을 받으면 안될 것 같아서 커튼을 쳐서 어두컴컴한 집에서 준비하고 나갔다. 날씨가 더워서 헐렁하게 넉넉한 원피스를 입었다. 그 위에 옷을 한 장 더 입을 예정이었는데 너무 더울 것 같아서 도저히 입을 용기가 안난다. 그냥 원피스 한 장 입고 나갔다. 전철은 냉방이 강해져서 시원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찔찔 났다.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지만 살 것이 별로 없었다. 까망베르 치즈를 두 개 사고 우무 젤리도 두 봉지 사고 식빵을 샀다. 과일을 사고 싶었는데 살 것이 없었다. 집에는 어제 산 옥수수가 냉장고에 있다. 저녁으로 옥수수를 삶아서 먹었다. 어제도 옥수수를 먹었다. 지금 햇감자와 옥수수가 맛있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에 대한 신문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놀랐다. 처음에 봤던 것은 대부분이 차별과 혐오, 조롱이 가득한 '헤이트 스피치'였다.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되는 걸로 봐서 '헤이트 스피치'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특정 집단이 아닐까 추정했다. 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댓글을 썼다면,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 그 내용이나 표현도 다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을 보면 지적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왜곡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이다. 이슬람을 반대하며 '혐오'하는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 내용을 보면 국민 대다수가 예멘 난민을 '혐오'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이트 스피치'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혐오를 선동'하는 것이다. 매스컴의 보도 자세에도 문제가 많아서 '혐오'가 불타는 곳에 기름을 붓는 기사들이 꽤 있었다. '혐오'가 불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는다. 아직 '혐오'의 불길이 작을 때, 확실히 잡아서 '혐오'의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불길이 번지면 사회에서 보호해야 할 아이들과 노인, 여성에게 '혐오'의 불길이 번져서 탄다.
댓글에 보이는 몇 가지 패턴을 나열해 보기로 한다. 탈북자와 북한동포를 한국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와 상관없는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유럽에서 (이슬람) 난민들이 범죄를 일으켰다. 오죽했으면 유럽에서 난민을 거부하겠나. 예멘 난민이 건장한 청년들이라 성범죄를 일으킬 것이다. 한국 여성이 그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난민답지 못한 옷차림에 사과폰을 가지고 있다. 가짜다, 돈 벌러 온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다, 난민을 내쫓아라. 문재인 정부 지지자다, 난민을 내보내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한다. 일본이 난민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난민 인정도 안 한다, 참 훌륭하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뭐냐. 난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을 반대한다. 댓글을 아주 순화해서 나열한 것이다. 사실관계와 맞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민주당 지지자나 문재인 정부 지지자를 내세운 사람들은 지지자라기보다 난민 문제를 빌미로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 것으로 봤다. 탈북자와 북한동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탈북자에 대해서 제도가 정해져 있다. 북한동포에 대한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아직 전혀 모른다. 그런 일을 핑계로 현재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유럽에서 난민이 범죄를 일으켰다. 일부 국가에서 난민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유럽에서 얼마나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는지, 이미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난민 중에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유럽에서는 댓글에 쓰인 '헤이트 스피치'는 범죄행위로 규제대상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슬람의 건장한 청년이라, 성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서 한국에 이슬람 인구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몇만 명을 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생각하면 남성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건장한 이슬람 청년들이 성범죄나 다른 범죄를 저질러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얼마나 있었나? 한국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숫자가 적은 외국인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다수인 한국 남성들이 아닐까? 이슬람이라고 특히 문제시돼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과폰을 가지고 있다. 삼성폰이었다면 문제가 아닌가? 지금 세계적으로 사과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휴대폰이다. 나는 화웨이를 쓰지만 중국에 갔더니 아는 사람들은 다 사과폰을 쓰더라. 그야말로 난민이기에 가족과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사과폰이야 말로 '목숨줄'이 아닌가? 지금 세상에 휴대폰이 없이 살기 힘들다. 난민이기에 더욱 필요한 것이다. 옷차림이 난민답지 않다는 것도 이상하다. 난민다운 옷차림이 정해져 있나, 젊은 청년들이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갈 때, 잘 입는 것은 당연하다. 거지 같은 차림으로 비행기를 타야 난민이라는 것인가. 난민이 되어 외국에 나올 수 있는 계층은 본국에서 하층이 아니다. 중류층에 교육정도가 높은 사람들이어야, 난민이 되어 살 길을 찾아 외국으로 나온다. 가족을 대표해서 외국에서 자리 잡고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 하층사람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난민으로 외국에 나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에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난민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도 난민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민 노동자로 이번에 제주도에 왔다는 젊은 남성들인 예멘 난민은 최적인 사람들이다. 어느 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더라도 일을 해야 먹고 살며 돈벌어서 가족을 돕는다. 단지 난민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이지 생활보장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옷차림이 난민답지 않다는 사람들은 남루한 옷차림이면 그걸 이유로 차별했을 것이다.
난민에 대해서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이 종주국인가? 일본에서 이민, 외국인 노동자를 오래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일본만은 본받으면 안 된다. 일본을 본받았다가 나라가 망한다.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전제하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들은 "일본이 가난하고 못살아도 좋으니 외국인을 추방하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 하에 '노예'처럼 착취하며 학대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는 도망가서 '불법체류'가 된다. 일본 연구자들은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도입 제도가 좋다고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는 논문을 쓴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말했으면 좋겠다. 민주당 지지자에 문재인 정부 지지자라는 사람들이라면서 난민을 공격하며 정부를 협박하는 사람들이 과연 지지자인가?
'헤이트 스피치'는 차별이나 혐오, 혐오를 선동하는 것으로 말이 무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로 공격한다. 예멘 난민이라는 특정 소수자 집단을 향하는 것 같지만, 사회를 향한 것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특정 소수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는 자체가 큰 문제로 연결된다. '헤이트 스피치'는 건전한 사회를 파괴하는 반사회적인 행위이다.
예멘 난민을 향한 '헤이트 스피치'가 공격하는 것은 이슬람 난민이라고 하면서 제주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섞여 있었다. 난민이라고 가차 없이 '헤이트 스피치'로 공격하는 걸 보고, '서북청년단'의 망령을 보는 듯했다. 극우 반공 단체로 제주도 4.34.3 항쟁 때, 제주도 사람들을 학살하고 특히 부녀자를 능욕하고 도저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잔혹행위를 한 사람들이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승냥이들처럼 '서북청년단'의 망령들이 예멘 난민을 빌미로 부활하려는 것 같다. '서북청년단'이 제주도에서 했던 잔악무도한 행위를 '애국'과 '반공'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애국'이라고 포장한다. '서북청년단'이 했던 일이 '애국'이 아니었던 것처럼 예멘 난민을 향한 '헤이트 스피치'도 '애국'이 아니다. 만약에 '애국'이라면 유럽에서 범죄로 규정해서 규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북청년단'의 망령들이 춤추는 사회, 그들이 부활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 한국 물정도 모르는 예멘 난민들보다 '서북청년단'의 망령 같은 부류들이 훨씬 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