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였다. 판문점에서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늘 벌어질 일을 생각하느라, 어제 잠을 늦게 잤는데도 새벽에 눈을 떴다. 마음이 설레어 잠을 못 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아 아침을 준비해서 든든히 먹기로 했다.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봤더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인한 갈등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한다는 기사가 떴다. 나는 그 걸보고 아베 정권이 '다급했구나'라고 느꼈다. G20가 끝나자마자, 월요일에 발표할 내용을 서둘러 일요일 판에 기사가 뜬 것을 보고 다급한 아베 정권의 속내가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오늘 오후에 있을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견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본 국민에게 굴욕 외교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갖은 접대를 했는데, 외교적 실속이 없다. 아베 정권은 한반도의 평화를 훼방 놓기 위해 뭐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한반도의 평화를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 다른 이유로 훼방을 놓을 것이다. 나는 최악의 경우, 한국이 내년에 열리는 동경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일본은 대외적으로 경제 보복을 잘하는 나라다. 일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에 대해서 폐쇄적인 정책으로 국내 시장을 독점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간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자신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카드를 사용한다. 간단한 예로는 수입품목의 검사를 강화한다든지, 아니면 소송을 건다든지 하는 수법이다. 일본 정부가 표적을 정하면 상대방이 힘들어진다. 다른 나라에서 그런 일본을 알기에 일본을 상대하기 어려워한다. 일본이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그런 일이 빈번하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좋으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국민이 힘들어지는 것까지 배려하지 않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멋대로다. 이번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는 것은 7월에 있는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해설이 나오지만, 선거가 아니라도 구실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들의 권력을 휘둘러 몽니를 부린다. 자민당의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한다는 해설은 맞지 않다. 자민당의 지지층은 항상 결집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지층을 결집할 필요가 없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렇게 위험한 '한국 때리기'까지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단순히,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몽니와 심술인 것이다. 그동안 '극우'들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해 중요한 것을 수출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했다. 일본이 관대하고 너그럽게 한국을 봐줘서 그나마 한국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아베 정권이 쓴 카드가 '극우'들의 평소 지론이고, 결국 '극우'가 원하는 것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그런 극단적인 카드를 쓰기가 힘든 것은 상대방 만이 아니라, 자신들도 타격을 입고 관계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가와 대기업이 일심동체라서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국가에 그런 티를 낼 수가 없다. 정부가 하는 걸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유엔에서 하는 제재 외에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는 제재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북한에 대한 압박에 앞장서서 다른 나라를 독려한다. 완전, '이지메'다. 일본과 북한은 이전에 무역관계가 있었지만, 수입은 2007년부터, 수출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전혀 없다고 한다. 이웃나라와 이정도로 무역관계가 없다는 것은 '전쟁 상태'와 같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민족학교 학생이 북한에 수학여행 갔다가 가져온 기념품까지 압수해서 여학생들을 울릴 정도로 철저하게 검사한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제재를 총동원해서 북한을 '이지메' 하면서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한다. 북한은 '일본돈'이 필요하니까, 다가올 것이라고. 마치, 자신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나라를 지원하는 것처럼 포즈를 취한다. 실은, 북한에 대해 전후처리도 하지 않았기에 갚아야 할 빚도 갚지 않은 상태다. 일본에서는 일본 정부가 북한을 '이지메'하고 있다는 걸 거의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아베 총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제스처를 보고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한다. 북한에서 보면 일본이 앞에서 웃으며 뒤에서 때리고 있는 판국이다. 북한에 대한 '이지메'와 몽니를 아는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일본과의 '대화'에 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날로 먹으려 한다.
일본에서는 북한을 적대시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일본에 대해 일본인 유골 문제와 잔류 일본인 고향방문이라든지 '인도적'인 차원에서 협력을 해왔다. 진행되던 일본인의 고향방문도 일본 정부가 거절함으로 정지되었다. 후쿠시마 지진 때도 북한이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의연금을 보냈다. 동경 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북한이 협력해서 가까운 나라들 표까지 동원해줬다고 한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일본의 갖은 모략과 '이지메'에도 불구하고 성의를 보여 왔기에 떳떳하다. 북한의 일본에 대해 인도적인 문제에 성의를 보인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다. 일본은 북한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했다. 북한에 대해 '납치문제'에만 집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답만 듣고 싶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북한과 걸린 많은 문제를 무시하고 굴욕감을 주며 '적대시'했다. 북한은 그런 걸 견디는 동안 내성이 생겨서 일본에 대한 의존이 없어도 자생할 수 있게 되고 말았다.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경제발전을 한 것이다. 일본에는 북한이 경제 발전했다는 뉴스는 전해지지 않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한국 길들이기'다. 한국에 굴욕을 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취하려는 태도다. 한국도 이번 경제 보복을 좋은 계기로 삼아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한국이 일본에 강력한 대항 조취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항상 일본에 당하면서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정치가와 공무원들이 일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관계가 나빠진 덕분에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에서 알았으면 하는 것은 주변과 힘을 합해 같이 잘 사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주변국을 혐오하며 헐뜯는 '이지메'나 몽니는 결국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결과가 되지 싶다.
오늘 오후에 한국뉴스를 집중해서 보려고 집안일을 먼저 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어둡고 축축했지만, 괜히 베란다도 씻으면서 들뜬 마음을 달랬다. 어제는 자기 전에 오늘 판문점 날씨를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날씨가 나빠서 헬기가 뜨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싶어서다. 오늘 무사히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기를 기도했다. 나도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줄 모를 정도로 정성이다. 오전에는 뉴스가 별로 없었다. 오후에 청소를 끝내고 봤더니, JTBC가 인터넷으로 라이브 중계를 하고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부터 쭉 인터넷으로 오늘 벌어진 일을 보고 있었다. 마치, 나도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온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해 같이 경계선을 넘어 북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보고 웃고 말았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했던 걸 보고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좋은 것은 따라 해도 좋은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캐미가 좋을 것으로 봤는데, 오늘 가까이서 보니 캐미가 좋다는 걸 확실히 알겠다. 김정은 위원장이 살이 약간 빠졌나 싶을 정도로 얼굴도 보기가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많은 인내와 노력을 했으면서도 북미 정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한 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김정은 위원장이 필요한 것을 챙겨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보인다. 북한과 미국에 대해, 호스트로서 성심껏 배려하는 대인배다. 트럼프 대통령 절대로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그렇다. 그런 두 정상을 어르고 달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하는 힘든 여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조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하는 걸 보고 느낀 것은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 마음이 더해지면 그 길은 확실한 것이 된다는 걸 알았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평화를 향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보이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까지 왔으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하는 길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 한국도 당사자로서 기꺼이 동행할 것이다. 오후부터 쭉 집중해서 라이브 중계에 뉴스까지 봐서 귀가 울리고 목이 뻐근하다. 그래도 행복하다. 역사적인 장면을 쭉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가야 할 방향을 알았으니 힘을 모아 흔들리지 말고 나가야겠지. 자축하는 의미로 아껴뒀던 맛있는 과자도 먹었다. 경축! 역사적인 날.
오늘 역사적인 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화려한 색감의 수국 사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