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냉랭한 논조였다. 우중충한 장마철 날씨처럼 상쾌함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제 역사적인 날을 지내고 오늘 오전에도 어제 뉴스를 보면서 붕 뜬 기분이었다. 날씨는 장마철 특유의 비가 오는 흐린 날씨였다. 기온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침에도 뉴스를 보고 어제의 감동한 여운을 안고 도서관에 갔다. 수국 사진을 찍으면서 갔다. 먼저 핀 수국은 피로한 색감으로 보기에 안타까울 시기가 되었다. 금방 핀 수국을 주로 찍었다. 수국은 장마철에 빛을 발하는 꽃이다. 장마철이 끝나면 수국의 계절도 끝난다.
도서관에서 어제 판문점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회동의 일본 주요 일간지에 어떻게 보도되었는지 궁금해서 신문을 봤다. 나는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는 주요 일간지의 보도를 다 확인한다. 거진 다 일면 톱을 장식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두고 사진을 찍으면서 대충 헤드라인을 훑어봤다. 신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일면에는 각기 다르게 헤드라인을 뽑으면서 기사 배치를 통해서 신문사의 성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 신문에서는 메인으로 '미북 수뇌 판문점에서 회담'을 놓고 옆에 나란히 '반도체 재료 대한 수출 금지로'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 아래 아베 정권 지지율이 53%라는 것이 실렸다. 아주 재미있는 배치다. 한국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일본은 한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아베 정권 지지율은 높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음은 아사히 신문을 보면 '미북 비핵과 협의 재개에'가 메인이다. 옆에 해설로 '거리 있는 주장 진전은 불투명'이다. 아래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와 관련해서 개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마이니치 신문으로 넘어가면 메인으로 '미 대통령 첫 북한에 발걸음'이다. 옆에 일본 참의원 선거 관련으로 여성 후보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 실렸다. 도쿄 신문에는 메인으로 '미북 수뇌 판문점에서 회담'이고 약간 아래 옆으로 '장대한 연출 잘 볼 필요'하는 해설이 실렸다. 여기에서 '연출'이라는 단어가 키워드다. 옆에는 금연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가장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산케이 신문이었다. 메인으로 '미 대통령 북으로 첫 월경'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바로 옆에는 저명한 우익의 사쿠라이 요시코가 사설인지, '미일 안보 파기에 대비하자'는 것이 실렸다. 바로 아래에 '오늘부터 상업 포경 재개, 31년 만에'라는 기사가 실렸다. 산케이는 성향이 확실해서 좋다.
오늘 일본 주요 일간지 조간에는 어제 있었던 실질적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기사가 특집으로 다뤄서 많은 면을 할애했다. 신문에 따라, 일면에 어떤 사진을 쓰고 헤드라인을 잡는 것이 미세하게 달랐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삼면 헤드라인에 일제히 '연출'이라는 단어를 썼다. 도쿄 신문에는 일면에 나왔고 산케이 신문은 '재회극'이라는 말을 썼다. 이번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이 실현된 것에 관해서는 아사히 신문이 '중국이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한국은 성과를 위해서 그림자가 되었다'는 식이다. 산케이는 '한국이 다리를 놔줬다'로 표현했다. 도쿄 신문은 한국이 '의외의 전개로 고양'되었고 중국이 '직전에 방문해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러시아는 '대화를 지지해서 북한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를 해설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다. 마이니치 신문에서는 '전격 회담 한중러 환영'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한국 3자 취급해줘서 안도'하고 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냉랭한 논조'다. 일본도 마지못해 지지한다는 아주 작은 기사도 있지만,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 도서관에서 본 책 중에 '아베 미디어'를 비판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베 미디어'라는 조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 매스컴이 아베 총리 밀착이다. 내가 보기에는 일본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대부분이 '아베 미디어'가 되었다. 아베 총리는 확실히 미디어를 장악했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일본 주요 일간지가 대서특필을 하면서도 분위기가 '냉랭한' 것은 일본의 본심이라고 보면 된다.
신문 기사를 배치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뜻을 전달한다. 요미우리는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한국은 일본의 손바닥 안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일본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세계는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이 있으면 약간 꼬인다. 미국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면 일본이 한국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어떻게 다루고 싶은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제히 '연출'이라는 말을 쓴 것은 한국에서 자유 한국당이 잘 쓰는 '쇼'라는 것이다. 어쩌면 자유 한국당과 똑같은지 유전자 검사를 해봤으면 종겠다. '쇼'든 '연출'이든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와야 가능할 확률이 아닐까. 중국이 북한을 설득했다고 한다. 물론, 중국의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 말한다고 듣겠나?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본다. '연출'을 한 '큰 그림'을 그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맹활약을 한 것이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었다. 일본 신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의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그림자'라는 말도 썼다. 웃긴다. 아베 총리는 그림자는 커녕 존재 자체가 없다. 주변국가 정상들이 나름 협력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비교 된다. 여기에 악역은 필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온 것은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었다. 그 일정에 DMZ 방문이 있었던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인상도 날아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후에 대동해서 DMZ에 갔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이룬 성과인 것이다.
일본에서 아무리 한국을 지우고 문재인 대통령을 무시하고 싶어도 사실 관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국 방문 중에 일어난 일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물밑 작업과 남북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일이 성사된 것이다. 판문점이 어디에 있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 자유의 집은 한국이라는 점 잊으면 곤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손님으로 맞이한 주인장이었다. '연출'이라는 말을 쓰면서 정작 '연출'한 감독을 빼먹는 기사들이 재미있었다.
일본이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세계를 인식하다 보니, 점점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다. 어디를 향하고 있나, 일본. 그렇다고 일본을 미워하지 말라, 일본이 원래 그런 곳이다.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하니까, 미워하면 안된다.
신문기사 사진만 올리니 우중충해서 화사함을 더하려고 처음과 마지막에 꽃 사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