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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불법체류자의 실체

2018/07/05 불법체류자의 실체

 

오늘 동경은 고온 다습한 날씨였다. 습도가 80% 넘고 최고기온이 29 최저기온이 26도로 불쾌한 날씨다. 요새 날씨가 이상하다. 기온이 높아도 바람이 있어서 괜찮게 느꼈는데 어제는 거의 태풍 수준의 강풍이 불었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야 좋은데 너무 강해서 집에 먼지가 들어오고 창문을 열면 모든 게 바람에 날아가는 수준이다. 습도가 높으면 몸이 무겁고 둔하다. 어제 1교시를 마치고 4교시까지 시간이 있어서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거의 수준으로 짧게 잘랐다. 머리를 자르고 미장원에서 나와서 학교를 향해 걷는데 맞은편에서 학생이 나를 부른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같아 깜짝 놀랬다. 갑자기 머리를 밀어낸 자신의 모습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을 만나고 말았다. 학생은 학생대로 강의를 땡땡이치고 도망가는 현장에서 나를 만나고 것이다. 가에서 "선생님, 결석 네  했는데 단위 괜찮을까요?" 나야 모르지 아직 점수를 집계하지 않았으니까. , 그래도 괜찮겠죠? 땡땡이를 치면서 걱정이 모양이다. 남학생들이 애교스럽게 물어서 괜히 민망했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도중에 메일이 왔다. 내가 타지 않는 다른 전철이 정전으로 오전 수업이 휴강이란다. 10시가 되면 오후 수업도 휴강 여부가 정해진다고 한다. 나는 도중에 갈아탄 전철이 꼭 10시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전철이 자주 없고 스쿨버스 시간도 있어서 그냥 갔다. 전철에서 내리기 전에 오후 수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메일이 왔다. 오전에 갑자기 시간이 생기고 말았다. 비가 오는데 폴란드 선생과 같이 커피를 마시려고 찾으러 다녔다. 경제학부에 갔더니, 도서관에 갔을 거라고, 도서관에 갔더니 없다고 해서 식당에 카페까지 좁은 캠퍼스 안을 30분이나 찾으러 헤매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sns로 연락을 하고 전화도 했지만 전화기가 꺼졌다. 집에 올 때 만나서 물었더니 도서관 시청각실에 있었다며 도서관 직원에게 키를 받아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알고 있는데 왜 없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일본에서 하는 일이 그렇죠. 아주 정확하게 일을 하는 것 같이 부산을 떨면서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알려주지 않아 속이 뒤집히죠. 3교시 강의만 했다. 일을 한 것 같은 쉰 것 같으면서 쉬지도 못한 이상한 날이었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일본에서 주로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에서 내가 연구했던 내용에서 간추려서 소개하기로 하자. 일본 입국관리에서는 '불법입국' '불법체류'를 분류한다. '불법입국'은 입국이 합법적이 아니었다는 의미로 이전에는 주로 '밀항'이었지만, 나중에는 가짜 여권이나 비자를 위조한 것이 된다. '불법체류' '불법입국'의 경우 자동적으로 '불법체류'가 되지만 유학, 관광목적이나 가족 방문으로 입국해서 정해진 체재기간을 넘기고 체류연장을 하지 않고 체류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법체류'라는 어감이 나빠서 이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초과 체재(오버 스테이)'라는 말을 쓴다.

 

'불법체류'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것 같은 위험한 인상을 준다. '초과 체재'라는 말에는 정해진 기한을 넘어서 체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내용은 같다. 제목에는 '불법체류'라고 했지만, '초과 체재'를 쓰기로 한다. '초과 체재'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불법입국'을 하는 사람도 합법적인 입국보다 돈이 몇 배나 훨씬 많이 들고 위험한 방법이기에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것이다. '초과 체재'도 합법적으로 체류연장을 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으로 항상 잡힐 우려가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불법입국'이나 '초과 체재'도 여러모로 당사자가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초과 체재'를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주로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 뭐든지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초과 체재'하고 있다는 입장 때문에 임금도 체불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임금도 싸게 고용된다.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다쳐도 치료나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재미있는 것은 '초과 체재'로 법적으로는 없는 사람이지만 '세금'은 임금에서 원천징수를 하기 때문에 꼬박꼬박 낸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이 버블경기 때 경기가 최고로 좋아서 일손이 부족하고 엔고였을 때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일하러 와서 '초과 체재'를 했다. 내가 우연히 제주도에서 나리타를 향하는 국제선을 탔을 때도 비행기에 탄 사람 대부분이 일하러 일본을 향하는 제주도 사람들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한 번은 비행기를 타러 공항 건물을 나서려고 했을 때 눈 앞에서 갑자기 아저씨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나도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도 처음으로 외국에 가는 것이 일본에 일하러 간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서둘러 비행기를 타러 발길을 재촉했다. 항공사 사람이 와서 아저씨를 케어하는 걸 보고 비행기를 탔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아저씨는 얼마나 긴장했기에 비행기 타기도 전에 쓰러지셨나? 비행기 안에서도 외국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과 낯선 곳을 향한다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위를 보고 다 비슷한 처지라는 걸 알고 안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사람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그 긴장감에는 일본에서 합법적인 체류 기간을 넘기고 '초과 체재'를 한다는 일본에서 법적으로 금하는 것을 한다는 것도 있었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일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수입이 어떻고 상세한 정보가 있다.

 

일본에 도착하면 뒷날부터 먼저 와서 일하는 동네 사람이나 아는 사람 소개로 같이 일을 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동향 사람이 있어서 일본어를 몰라도 문제가 안된다. 남성들이 하는 일은 주로 건설현장이나, 항만노동이었다. 일본에서 하는 일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환영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도에서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와서 일본에서 일해서 적응력도 아주 빠르다. 경기가 좋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기술에 따라 임금이 아주 높았던 시절도 있었다. 외국인은 일본인보다 임금이 적지만 기술에 따라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일본인보다 임금이 낮다고 할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이라, 일을 빨리 습득하고 빨리 단계를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에 경우가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좋지만 일반사회와 접할 때는 대단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파출소 앞을 지나가는 것도 가슴을 졸이고 순경만 봐도 놀란다. '초과 체재'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인 것이다. '초과 체재'이기에 자신들 스스로가 얼마나 매사에 조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항상 자책감이 있다. 안전하게 장기간 '초과 체재' 하기 위해서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순경에게 불심검문을 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교통신호도 잘 지킨다. 전에는 공중전화에서 국제전화를 하던 시절이었다. 가족에게 전화하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 가는 것도 모험이다. 주위에서 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평소의 스트레스가 술을 마셨을 때 폭발해서 다른 사람과 싸워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초과 체재'를 하고 있다는 점 빼고는 지극히 건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초과 체재' 함으로 암묵적으로 사회적 제재, 가장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본인이다. 고용주의 횡포나 임금체불, 사고에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고 주위 사람과 관계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밀항'하던 시절에는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면 그 걸 질투한 같은 동네 사람이 밀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밀고한 사람은 동네 사람들로부터 ''취급을 받고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닌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네 어른들이 밀고한 사람이 얼마나 잘되는지 지켜본다고 한다.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이나 자식들이 잘되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밀항'한 사람들 중에는 죽어라고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도 많이 본다. '밀항'이라서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어를 공부한 적도 없지만 아주 잘한다. '밀항'이 들키지 않기 위해서 적응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라 불리는 '초과 체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불리한 입장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잡힐 우려가 있는 다른 범법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들 입장 때문에 아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다. 자신들이 일하는 실력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고용주도 실력 있고 성실한 사람은 '초과 체재'일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노동자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긴 세월 (10) '초과 체재' 끝에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따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초과 체재' 중 가장 '엘리트'라고 입국관리국에서도 인정하는 사람들만이 거기에 해당한다. 10년 동안 '초과 체재' 이외에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과 체재'를 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는 순경들이나 사복경찰, 공안(일본 안기부)이 항상 순찰을 돈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서 불심검문을 한다. 10년 동안 그런 검문에도 걸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양호했다는 것이 검증되는 것이다. '초과 체재'하는 사람을 고용한 회사 사장이 이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합법적으로 체류하게 해달라고 탄원서를 낸다. 이웃사람들도 아무 문제가 없는 좋은 이웃이라고 탄원서를 내고 아이가 있으면 학교에서도 서명운동에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초과 체재'하는 사람이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검증되는 것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 자수한 다음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성실히 일하면서 세금을 내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런 '불법체류'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조금만 상상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유학생들과 달리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실질적으로 일본 사회에 공헌한 사람이다.

 

한국사람이나 제주도 사람들도 일본에서 '초과 체재'를 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이나 외국에서 본의 아니게 '초과 체재'를 하면서 불안한 생활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씩씩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지 일본이나 외국에서 법을 어기면서 불안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오랫동안 '초과 체재'를 하는 사람들을 봐 온 입장에서 그들 편에서 그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썼다. 나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자신들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인간적으로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소중한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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