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7 여행 준비
오랜만에, 정말로
일을 빼고 여행을 하는 건 10년 만이다.
일이 아닌 여행을 마지막으로 한 게 2001년이었으니까. 그 전에는 혼자서 여행을 잘했다. 어쩌면 여행할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이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여행을 하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이다. 길면 석 달이다. 그 이상은 직업이 있어서 안된다. 그렇다고 여행을 위해서 살 정도로 여행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2001년에 혼자서 여행을 하면서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게 외로운 거구나, 느끼고 나서는 혼자서 여행을 하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외로워야 한다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혼자서 여행을 하지 않기로 정했다. 나는 짧은 여행이라도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니면 같이 가지 않는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행을 같이 할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올여름에 여행을 하려고 하는 건, 오랜만에 왜 사는지 생각을 좀 하려고 한다. 요 몇 년 동안 왜 사는지를 생각했다. 살아야 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일을 하기 위한 장기출장에는 아주 익숙해 있지만,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 준비가 좀 필요하다. 재입국허가도 받아야 하고, 비자도 받아야 하고, 가이드북 론리 플라넷도 주문해야지. 그리고 현지에서 입고 지낼 옷도 소매가 긴 게 필요하고, 선크림도 필요하고 등등
그런데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여행과는 달리 주로 아는 사람에 집에서 지낼 거다. 지내보면서 혼자서 돌아다니고, 뭔가 배우러도 다니고 할 작정이다. 지금까지 여행하던 것처럼 혼자서 다니려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현지에 가서 보면서 어떻게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젋었을 때처럼 길에서도 잘 정도로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 그래도 호텔에서는 안 자기로 정했다. 일을 하면서 호텔에서 지내는 일이 너무 많아서 싫다. 일을 할 때는 호텔에서 자는 게 좋다. 그러나 여행을 할 때는, 더군다나 나처럼 혼자 여행을 할 때는 가능하면 호텔에 머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여행을 할 때, 명승고적을 볼 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러 가고 현지 생활을 경험하러 간다. 내가 한 첫 번째 유럽여행은 80년대 말에, 대학 3학년 때였다. 석 달에 걸쳐 그동안 책으로만 봐왔던 명화라는 것들을 직적 보려고 미술관, 캘러리를 중심으로 돌았다. 그러고 나서는 유럽을 한꺼번에 보려고 가지 않았다. 자기가 가고 싶은 데만 간다. 요 10년 동안은 유럽에 가지 않았다. 2001년에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에 갔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북미나 남미도 그다지 가지 않았다, 미국은 갈 일이 별로 없지만, 남미는 가고 싶은 곳이다. 유럽이나 북미, 남미는, 시차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갔다 왔다에 양쪽에서 시차 적응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잡아먹혀 시간이 아깝다. 올 겨울에는 오랜만에 미국을 경우 해서 멕시코에 다녀올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와 과달라하라에 가고 싶다. 두 군데 다 호텔에 자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네 집이나, 친구네 집에서 잘 거다.
여행을 준비하는데 들뜬 마음도 없이 생활하는 거처를 임시로 옮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여행을 하려고 열심히 일을 해야지.
나는 지금 사는 곳에 임시로 사는 기분이다.
현재, 이 세상에 머물고 있는 것도 임시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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