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끄떡없다.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불매해서 지방에 여행객이 줄었다고 아베 총리가 '민간교류를 계속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제정신인가? 한국에 폭탄을 날린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한국인 일본 여행 불매에 대해 '영향 없다'라고 한다. DHC TV에서는 한국 DHC가 협박당해서 사과문을 냈다는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보도하면서 '혐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끄떡없이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간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이었다. 어제부터 오늘 더울 것이라는 예보에 집에서 나가지 않고 커튼을 내리고 지냈다. 저녁이 지나 밤이 되어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아까, 밤 10시가 넘어서 겨우 창문을 열고 환기하고 있다.
광복절날에는 야스쿠니에 다녀왔다. 어제 일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한국이 수그리고 들어왔다' '한국이 일본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설했다. 내가 가끔 듣는 일본에서 진보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반도 전문가라는 교수가 나와서 하는 말을 듣다가 화가 났다. 요새, 일본에서 어느 지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자신이 연구하는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서 보면 화가 난다. 기본적인 인성이 문제다. 그런 교수 밑에서 보고 배우는 학생이 뭘 보고 배우겠나? 진보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전문가라고 나온다는 것은 지금 일본 문맥에서 보면 적어도 '혐한'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인 의식구조는 직접 '혐한'을 하는 사람이나,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특집 방송이라고 길게 하는 걸 거의 다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문맥상 이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현을 부드럽게 하더라고 지금 이 시국에 일본에 대해 '엎드리는' 자세를 취할 리가 없다. 한 술 더 떠서 '일본에 도움을 요청하다'니?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 15일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전문, 일본과 관련된 내용에 주목하면서 들었다. 내가 듣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그린' 것이 아니라, 표현을 다르게 일본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일본에 공이 있다는 걸 다시 상기시켰다. 라디오에 나온 전문가가 말하길 "한국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와달라고 했다"라고 했는데, 그런 구체적인 문구를 듣지 못했다. 일본이 어깃장을 놓지 말라면 알겠지만, 일본에게 도와달라니? 일본이 가장 걸림돌이 되어 심술을 부리는 판국에 한국을 도와 줄리는 만무하다. 그걸 모르는 한국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일본에서는 한국의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의 불매운동이 8월 15일 광복절을 피크로 해서 끝날 것이라고 봤다. 아니, 끝나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연설에서 '수그린' 것이 아니라, 일본 측 시나리오가 그렇게 완성된 모양이다. 8월 15일 이후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사그라지고 일본 여행 불매가 누그러질 것으로 제멋대로 방향을 잡은 모양이다. 참 일본답다. 한국 시민이 자국을 공격하는 아베 총리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 그동안 한국인이 일본 지방경제 살리기에 얼마나 이바지 했는지 알았으면 고마워해야지. 실은, 일본에서 대책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할 수가 없다. 일본 정부와 한국 시민이 전쟁하는 꼴을 연출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 정부가 이길 승산이 없다. 한국 시민의 불매운동도 좀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한국 시민이 자주적으로 운동을 만들어서 아주 잘하고 있다. 가끔 일본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하해주는 기름도 부어줘서 좋은 자극제가 된다. 한국인이 간도 쓸개도 없이 일본이라면 좋아서 미친 줄 알았는데, 정작 한국인이 일본 여행 불매운동을 했더니 지방에는 손님이 확 줄고 말았다. 이런 한국인들의 행동은 일본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을 얕보는 것은 역사와 전통, 문화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DHC TV만이 아니라, 지상파나 신문에서도, 일본에서 가장 발언력이 있는 프로그램 진행자도 '혐한'을 자랑스럽게 당연시하면서 부추긴다. 일본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그런 것이 '차별'이나, '혐오'라는 인식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 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걸 밀고 나가야 한다. 아니면, 아베 정권 지지율이 떨어진다. '개헌'은 커녕 아베 정권이 위험하다. 더 나가면 자민당 집권 체재가 흔들린다. 하지만, 한국 시민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기분 나쁘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혐한'을 해서 한국을 때리고, 경제보복으로 한국경제를 무너뜨리고, 한국 대통령까지 끌어내리라는 일을 해도 일본에 충성하는 한국인은 일본 상품을 사야 한다. 일본인도 가지 않는 일본 지방 구석까지 여행해서 일본 지방경제를 살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일본이 한국을 못 살게 구는 것은 일본식 '사랑'을 베푸는 것이고, 한국은 그런 일본식 '사랑'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일본 극우의 인식이다. 깨 놓고 말하면 한국인을 싫지만, 한국인이 쓰는 돈은 좋다, 일본을 위해서 돈은 써라. 한국은 닥치고 충실한 노예로 있으라고 한다. 일본은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시민이 일본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이고 일본으로 여행하는 것도 줄 것이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일본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고 한국사람들이 각성했다. 일본에 대해 실망했다. 그런데, 일본의 민낯을 보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다. 그동안 한국이 일본을 너무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다른 각도로 보면 일본이 아찔할텐데, 그게 읽히지 않았다면 일본이 너무 둔감한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곳이 어딘가?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이다. 독립기념관이 1982년 일본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한국에 관한 사항을 역사 왜곡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반발했다. 한국에 제대로 된 독립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서 세운 독립기념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무대가 한국인이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반발로 인해 세워진 건물이다. 근래 15년 동안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행사가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거기로 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과 힘과 지혜를 모아 번영을 향해 나가자는 올림픽 공동개최와 통일, 일본이 가장 싫고 두려워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옅은 옥색 두르마기를 입었다. 나는 흰색인 줄 알고 다시 봤더니, 옅은 옥색으로 보인다. 옛날부터 조선을 백의민족이라고 했는데, 그 걸 상기시키는 걸로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일본에 대해 제시한 것은 종합적으로 보면, 일본에게 절대 질 수 없다. 우리가 가난했을 때도 일본에 분노한 국민이 성금을 모아 독립기념관을 세웠다. 일본은 눈 똑바로 뜨고 봐라. 이제 와서 일본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에둘러 보여줬다. 이런 것만 읽혀도 일본에게는 후덜덜한 연출과 연설 내용인 것이다. 전문가라는 작자는 이런 것이 읽히지 않았나? 아니면 깡그리 다 무시하고 싶었던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마지막에 남강 이승훈 선생의 말을 빌려서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라고 했다.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수습하고 싶다. 그것도 한국이 굴복해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일본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큰 선심과 아량을 베푼다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싶은 모양이다. 수습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시민이 하고 있는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불매의 중지다. 한국인이 일본에 와서 돈을 썼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려 일본에 대해 사죄하고 아베 총리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하길 바란다. 한국사람 바보가 아니다.
한국 시민이 불매운동을 하던 일본 여행을 오지 않던 일본은 끄떡없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일본은 끄떡없다고 하니, 한국 시민은 불매운동이 아니라, 일본 상품 불매를 일상화로 생활을 바꾸면 된다. 불매운동으로 경험을 쌓았으니 더 쉽게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탈일본'을 생활로 하자. 일본에 영향이 없다고 하니 더 안심해서 '탈일본'해서 기분 좋게 살기로 하자. 일본에 영향이 없어도 된다. 한국이 자주적으로 '탈일본'을 하기 위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터질 것이 터져서 한국에서 일본의 민낯을 알게 돼서 다행이다.
'혐한'하는 일본 속내를 알았으니 일본에 와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 사람이 '혐한'인 무서운 곳이다. 일본에서 오래 산 나도 무섭다. 뭐하러 시간 들이고 돈 쓰면서 한국을 혐오하자고 지상파를 비롯한 매스컴에서 주야장천 난리 치는 곳에 가겠나. 위험하다. 아무리 일본이 가성비가 좋아도 기분이 즐겁지 않으면 먹는 음식이 맛있고 잠자리가 편하지 않을 것이다. 먹거리도 안전하지 않다는데, 당연하다. 세상에 갈 곳은 많다. 한국사람 반겨줄 곳 많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