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에 속보가 떴을 때 박수를 치고 말았다. 나는 일본이 파기할 명분을 줬을 때 파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일본이 먼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으면서 군사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초등학생도 알 텐데. 그리고 일본이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된다고 발언하는 것도 이상했다. 마치, 한국에 경제전쟁을 걸어 놓고 한국 시민이 불매운동을 벌이니, 이상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은 하고 싶은 대로 온갖 행패를 다 부리고 한국은 다 받아들여야 하나? 신뢰관계를 훼손한 것은 일본이다.
한국 시민이 힘겹게 일본과의 불매운동으로 개싸움을 하고 있는데, 만약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했다면 국민들 기가 꺾인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능글능글한 태도로 한국을 비웃으면서 지소미아는 연장해야 한다고 조롱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이 왜 일본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나?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대로 맞춰줬기 때문에 당연한 걸로 알았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0도로 선선한 날씨다. 오전에 참외가 나왔나 해서 야채 무인판매에 갔는데, 참외는 없었다. 가지와 오이를 각 한 봉지 샀다. 산책을 겸해서 다른 곳도 갔지만, 야채가 하나도 없었다. 나갈 때 손수건을 잊고 나가서 평소라면 땀으로 난리가 났을 텐데 다행히 오늘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손수건을 잊고 나가면 낭패를 본다.
일본에서 던진 폭탄으로 한국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일본에서는 계속 한국을 조롱하고 있었다. 건전한 시민? 웃기는 소리다. 지금 일본에서 건전한 시민은 미친 사람 취급 받는다. 건전한 시민으로 사는 것이 위험한 세상이다. 앞으로도 일본은 한국을 계속 조롱할 것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던진 폭탄에 놀라서 한국 정부가 항복하고 들어올 줄 알았다. 한국 시민이 불매운동을 해도 일시적인 것으로 길어야 광복절까지 라고 봤다. 한국 기업이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엎드려 빌게 될 줄 알았다. 지소미아 종료까지 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폭탄을 던진 것을 한국 정부는 냉정하게 받아 들였다. 한국 시민의 불매운동을 비롯해서 한국이 얼마나 일본의 호구노릇을 했는지 다방면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지금도 일본에 대해 알아 가고 있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롯데가 일본의 가장 큰 빨대라는 것도 판명이 난 모양이다. 나는 잠실에 있는 그 빌딩을 보면서 바벨탑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아주 솔직한 디자인으로 굵은 빨대를 의미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롯데=빨대였구나!
일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 동경에 살면서 그런 보도를 보면 도대체 왜 그런 보도가 나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보수언론이 일본어로 기사를 내고 댓글을 달면서 일본 극우와 한국 극우의 야합의 결과였다는 걸 알았다. 일본에서는 한국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는 기대하면 안 된다. 한국 극우보다 훨씬 더 이상하게 보도하는 것이 일본 매스컴의 스탠더드가 되고 말았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을 악마처럼, 혐한이 공기처럼 자연스럽다. 일본 문맥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처럼 극악무도한 인물은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미세먼지는 한국이 훨씬 심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일본은 혐오의 공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혐오의 공기에 오염되고 말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혐오에 익숙하고 맛을 들여서 혐오에 중독된 상태다. 그래서 혐오를 국민 오락으로 즐기고 있다. 스트레스를 이웃나라를 혐오하는 걸로 해소하고 있다. 혐오가 올림픽 종목에 채택이 된다면 일본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지메도 마찬가지다.
지난 학기말에 글을 쓰려고 복사한 자료를 차례로 소개한다. 맨 위에 사진은 아사히신문에 실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전에 경제산업성이 공모한 의견에 찬성이 95%였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뜻에 따른 결과가 된다. 반대는 1%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시민이 많을 줄 알고 있는데, 내가 실감하는 숫자는 1% 정도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걸 반대하는 숫자와 같다. 한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자는 시민의 숫자로 봐도 무방하다. 한국 시민이 아무리 똘똘 뭉쳐도 일본 국민의 혐한 감정에는 죽어도 못 따라간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일본의 혐한을 99%라고 보고 있다. 혐한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자신들이 혐한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일본의 혐한은 뿌리가 깊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혐한이 흘러넘쳤지만 공식적으로는 없는 것처럼 포장 해왔다. 방사능 오염토도 제염했다고 긁어낸 것을 포장해서 쌓아 뒀다. 일본이 포장을 잘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나 한국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포장지가 뜯겨서 혐한이 흘러나왔다. 재일동포 아이들, 특히 여학생이나 어린이를 공격하는 것은 정해진 패턴이었다. 그래서 민족학교 학생들이 이전에는 치마저고리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는데 무서워서 입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본인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인간 같지도 않은 조선인도 인간 취급을 해주고 있었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었던 걸 더 이상 포장하지 않게 된다. 혐한은 일본의 자랑스러운 민낯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일본에서 매스컴을 통해서 매일같이 방송하고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유명해진 DHC-TV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다. 그와 같은 마이너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지상파에서 혐한을 오락처럼 즐기는 프로그램을 매일 같이 방송한다. 외국어 자막을 달면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더 좋을텐데,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나?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 혐한/혐중 서적 베스트셀러 작가) 미국인 변호사 켄트 길버트가 쓴 혐한, 혐중 서적이다. 그는 간판이고 실질적으로는 내부에 있는 일본인들이 제조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가 썼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한 명이 썼다는 혐한, 혐중 서적 양만 봐도 대단하지 않은가?
다음은 도요 게자이, 7월 20일 자 주간지 표지 사진 아래쪽에 보면 요미우리신문 톱이 말하는 '정치와 신문의 미래'라는 것에 아베 총리가 4선을 넘어 10년이 넘는 정권이 된다고 한다. 일본 보수랄까, 극우의 희망사항이다. 나는 일본 국민이 원한다면 아베 총리가 영구 집권을 해도 괜찮다. 일본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런데, 7월 20 일자면 참의원 선거가 21일이니까,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민당이 압승이 정해진 시나리오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야, 정말 대단하다. 유권자를 뭘로 보는 건지, 그래도 포장을 좀 해야지. 이런 기가 막히는 센스가 일본에서는 주류다.
다음은 뉴스위크 일본어판 표지에 '팩트 체크 문재인'을 특집으로 했다. 선정적인 문구가 춤추고 있다. 뉴스위크가 여기까지 나가진 않았는데, 책이 안 팔리는 모양이다. 경기가 나쁜 일본에서 혐한은 아주 잘 팔리는 상품이다. 일본 주류 매스컴도 혐한이나 혐중이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 일본에서는 이웃나라를 욕하고 있으면 팔리니까, 장사가 쉽겠다. 한국이 일본에 알게 모르게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일본에 대치해서 한국경제를 궁지에 몰아넣는 리버럴파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경력과 사고 회로' '일본을 아주 싫어한다' '일본에 강경한 한국 여론 의존''학생운동 출신의 딱딱한 머리' '반일로 지지율 상승' 등 자극적인 문구다. 아주 젊잖은 축에 속하는 문구다. 이런 선정적인 문구로 잡지를 사게 한다. 잡지를 읽은 사람은 표지에 쓰인 문구와 내용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사지 않는 사람에게는 표지의 인상만 남는다. 학생들이 신문을 읽지 않고 제목만 보는 것과 같다.
특집기사 표지 사진이 참 좋다.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찍힌 사진을 썼다. 이 사진을 쓴 의도가 선명히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있다는 의도가 보인다. 일본의 뜻대로 되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치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려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무덤에서 소환하고 있다. 한국의 일베와 동급인가? 조국 법무장관 후보 아버지 묘석을 찍어 올리는 자유 한국당 의원과 흡사하다. '특집, 팩트 체크 문재인, 왜 리버럴파 한국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까지 위안부와 징용공, 무역문제로 일본 규탄을 계속하는가'라고 쓰여 있다. 한국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한국이 당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한국 시민이 단결해서 아베 정권과 일본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기사에 가면 ['반일 대통령' 문재인의 논리를 읽고 해설한다]는 제목으로 도쿄신문 기자가 쓴 것으로 내용이 이상한 것은 그다지 없다. 사실관계가 지지율에서 좀 다르지만, 눈을 감기로 하자. 표지에 찍힌 선정적인 문구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주 내용이다.
그 다음 기사들은 좀 이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경제 보복에 대해 한국이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충분히 이해를 했는데, 이상한 건 어딘지 모르겠네. 정보도 왜곡했다. 마지막이 좀 웃긴다. 태평양전쟁에 관한 전쟁책임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37%라는 숫자를 가져왔다. 세계 제1의 강대국 미국도 그렇다는데, 한국은 뭐가 말이 많아? 뭐, 이런 논리인가? 이게 논리적으로 성립한다고 억지를 쓰고 싶은 모양이다. 미국과 한국은 전혀 다른 나라다.
아래 자료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다 연관된 일관성 있는 일본이 제시하는 스토리다. 먼저, 아베 정권과 일본 국민의 혐한 감정을 기초로 시멘트 역할에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매스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일이 아니었는데 반일 대통령으로 몰아간다. 점점 일본의 희망대로 반일 대통령이 되어 간다. 일본 매스컴은 반일을 외치면 반일이 아니라고 일본에 유화적으로 수그리고 들어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는데, 망했다. 일본이 한국 대통령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도 반일감정을 가지라고 기름을 붓고 불을 피우고 장작을 넣어 주고 있다. 실은, 일본이 혐한 감정을 선동해서 일본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느라고 써온 수법인데 양날의 검이라, 한국의 반일을 선동하고 애국심까지 자극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모르는 것이 있다. 한국인이 상당히 진화를 했다는 것과 문재인 대통령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잘 몰랐다. 촛불혁명을 일으킨 한국 시민이 가진 집단지성의 힘을 깔보지 말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부드럽게 보인다고 만만하지 않아요. 지소미아를 종료했다. 한국 시민도 흔들림 없이 나가야겠다.
'한국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벌한 서울 (0) | 2019.08.27 |
---|---|
조국 법무장관을 기대한다 (6) | 2019.08.24 |
조국 가족에 대한 공격 (0) | 2019.08.20 |
안희정의 셀프 사형 (1) | 2019.08.08 |
빌어먹을 올림픽 (0) | 201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