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8 한류의 위력?
오늘 동경은 비가 오는 시원한, 좀 추운 날씨였다. 하루는 더웠다가, 다음날은 추웠다가 날씨가 롤러코스터 같다. 롤러코스터 같은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오늘 아침은 어제 신나게 강의를 준비하던 걸 생각하니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이 하루를 맞았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위험은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방에서도 접시물에 코 빠뜨려 죽는 수가 있다더니…
아베 씨가 장기집권으로 쭉 갈 모양이다. 자민당은 자기네 당이 집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본을 말아먹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자기네 당만 살아나면 좋다는 것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첫 번째 펀치였다.
페북을 켰더니, 헤이트 스피치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법을 정하지 못하고 그냥 넘긴단다.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으로 법적 규제를 못한다는 것이다. 헤이트 스피치가 ‘표현의 자유’라니, 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인가? 사회적 약자에게 심리적, 물리적 폭행이 경찰의 비호 하에 행해지는 걸 ‘표현의 자유’ 범주에 속한다는 건가. 국가권력의 비호 하에 공개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재일동포에게 ‘죽어라’ ‘돌아가라’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숨이 막혀온다. 두번째 펀치였다.
어떤 국회의원이 일본 헌법에 ‘인권존중’이라는 법치주의가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덕목을 파괴했단다. 일본 헌법의 3대 원리는 국민주권, 기본적 인권존중, 평화주의다. 즉 그는 인권존중은 필요 없다고 한다. 옛날처럼 ‘덕치주의’가 돼야 한다고, 법치주의로 인해 일본인의 아름다운 미덕인 근면, 정직, 성실, 용기, 겸허, 멸사봉공이 파괴되었단다. 법치에 헌법에 ‘인권존중’이 있어도 기업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사봉공’ 해야 한단다. 지금 시대에 ‘구일본군’에게 통했던 ‘정신론’을 요구한다. 어느 음식업에서 한달 노동시간이 500시간으로 디플레이션 성장을 했단다. 계산을 했더니 일주일에 7일, 하루에 18시간 일하는 폭이다. 나도 학생들에게 들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는 걸 안다. 일본사회 풍조가 어떻게 점점 전쟁 때가 좋았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무리하게 정신론으로 근성을 요구한다. 인간이 어떻게 휴일도 없이 하루에 18시간을 일할 수 있나? 그야말로 전쟁도 아니고… 세 번째 펀치였다. 세상에 지금 이런 말을 하다니… 눈 앞이 캄캄해진다. 우울의 수렁에 빠질 것 같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기분전환겸 프린트할 것도 있어서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 아저씨에게 “프린터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자기네 가겐데 전혀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내가 알아서 해야지, 물었다가 더 귀찮아지겠다.
비행기표를 프린트하고 야채도 사서 들어왔지만,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기분을 업시키려고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지만, 일을 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조금씩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강의에 한류에 관한 내용이 있다. 책에서 읽은 걸 직접 확인하려고, K-POP과 J-POP을 비교하기 위해 일본에서 국민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남성 그룹을 찾아서 봤다. 시청횟수가 가장 많은 걸로 골라서 봤다. 국민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데, 보면서 힘이 빠져나간다. 아주 인기가 있고 멋있는 걸 텐데 폭력적인 표현에,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고 참고 보려니까, 피곤하다. 힘이 빠져나간다. 안되겠다. 더 이상 힘이 빠지면 안 되는 데… 걸그룹으로 갔다. 일본에서 국민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걸그룹의 시청 횟수가 가장 많은 걸로 봤다. 보자마자, 기가 막히다.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할 말이 없다. 거의 가벼운 포르노 수준인 것 같다. 걸그룹 인기가 뭘 팔고 있는 건지, 확실히 알았다. 허탈해진다. 성의 상품화구나.
비교해야 하니까, 한국의 인기 그룹도 봤다. 인기 있는 그룹의 시청 횟수가 가장 많은 걸로… 일본에서 ‘한류’를 좋아하는 팬들이 말하는 만큼은 몰라도 불쾌감이 없이 멋있다. 힘을 얻는다. 걸그룹도 보니까, 일본과 달리 ‘멋있게’ 보인다. 일본 여성들, 대학생들이 K-POP 걸그룹 아이돌을 ‘멋있다’고 평하는 걸 알겠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보고 위로받고 힘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힘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본 여성들이 ‘한류’에서 위안을 받는다는 걸 조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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