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4 물가가 비싸졌다
오늘 동경은 맑다가 흐린 좀 더운 날씨였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어제저녁에 마트에 다녀왔다. 사고 싶었던 빵은 다 팔려서 살 수가 없었다. 지난 주에 처음으로 사서 먹었더니 맛있어서 사러 갔다. 결국 어제 산 빵은 겉모양이 닮은 전혀 다른 빵에 천연효모 식빵을 사 왔다.. 거기에다 건포도를 두 봉지에 요구르트, 어묵, 유부에 옥수수를 사 왔다. 옥수수는 사다가 바로 삶아서 먹었다.
지난번에 샀던 빵은 오가닉 식품을 파는 가게에서 샀다. 한국에서 먹었던 막걸리빵과 모양이 비슷하다. 그리고 천연효모 냄새가 어릴 때 먹었던 집에서 만들던 떡의 누룩냄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이 화이트프랑스라고 빵을 구우면 더 맛있어진다. 친구가 문에 걸어놓고 간 무 샐러드와도 잘 맞았다. 하나 먹어도 든직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크고 푹신하기 만한 빵과는 전혀 다르다. 가격도 세 배 이상 비싸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싼 만큼 맛있어서 비싸다는 느낌이 없다.
어제 마트에서 물가를 보고 요새 물가가 상당히 비싸졌다는 걸 실감했다. 항상 내가 사는 물건들은 가격을 대충 외우고 있다. 그리고 싸질 때 사는 가격과 평상시 가격도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인스턴트커피는 100그램 한 병에 398엔이 최저가였다. 요즘은 90그램 한 병에 498엔이 최저가다. 매스컴에서는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은 올랐다. 몇년 사이에 같은 가격이면서 함량이 적게는 10-25%가 줄었다. 실제로는 가격이 그만큼 오른 것이다.
수산물은 2011년 지진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요가 아주 줄었다. 매스컴에서는 그런 사실에 관해서 자세히 보도하지 않지만, 확실히 줄었다. 원산지가 방사능과 관련이 없을 것 같아도 사람들이 사지 않는다. 대신에 수입품인 연어가 많이 팔린다. 연어는 항상 팔리는 생선이었으나, 매장이 확장되었고 가격도 올라갔다. 다른 일본산 생선이 약간 싸진 것도 있지만, 수요가 적은 것 같다.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싼 생선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꽁치나 오징어, 전갱이를 꼽을 수 있다. 요즘 북해도에서 꽁치가 풍어라고 하는 데, 마트에서 최저 가격이 마리당 198엔이다. 꽁치나 오징어, 전갱이가 쌀 때는 마리당 100엔이었다. 아니면 두 마리에 300엔, 지금은 최저가가 마리당 198엔으로 가격이 두 배다.
야채는 요새가 특히 비싼 것 같다. 추석도 아니지만, 적게는 두 배, 크게는 다섯 배로 가격이 뛰었다. 오이가 숙주나물 다음으로 싼 야채인 데, 하나에 69-79엔이다. 보통 때는 세 개가 들어있는 봉지가 100-150엔인 데… 야채가격이 들쑥날쑥하는 것은 날씨와 관계가 있다고 치자. 날씨와 그다지 상관이 없는 수입품도 엔화가 싸서 비싸졌다. 내가 잘 사는 아보카도가 쌀 때는 하나에 50엔에도 살 수가 있었다. 그러면 모아서 샀다가 먹었는 데… 요즘 보면 운이 좋으면 98엔, 어제 두 개 샀다. 보통은 128-158엔이다.
과일은 보통 비싸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싸게 나오는 제철 과일이 있는 것이다. 그런 것도 비싸졌다. 바나나는 계절과 상관없이 가장 싼 것이 100엔에 소비세가 더해진다. 물론, 바나나도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어제 깜짝 놀란 것은 내가 사는 닭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일본에서는 가격을 올릴 때, 살짝 올린다. 올린 것으로 보이지 않게 용량을 줄이거나, 아니면 조금 조정한다. 내가 기억하는 가격은 닭다리 하나에 398엔이었다. 어제 보니까, 500엔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저녁식사에 메인으로 닭다리 하나를 쓰면 그것 만으로 500엔이면 식사 단가가 많이 올라간다. 요즘 파는 도시락도 싸고, 외식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는 것이 훨씬 비싸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가, 특히 식료품 가격이 이렇게 비싸졌다는 것은 사람들 생활의 질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걸 나타낸다. 가족이 있으면 어떻게 절약을 하려야, 절약할 수가 없을 텐데.
일본이 생활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져 가는 걸 본다. 즉, 경기(정치)가 아주 심각하게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스컴에선 그런 심각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도 매스컴에서는 내년 가을에 소비세를 10%로 올릴 때까지, 아베노믹스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경기가 좋은 면을 크게 보도하겠지. 아니 그 이후에도 그런 심각함을 드러내지 않겠지…
일본의 소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2011년 지진 이후가 되겠다. 나는 일본 정부가 방사능 문제에 관한 대처가 부실했던 것이 소비침체로 직결되었다고 본다. 지진이나,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나, 방사능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처로 정치적인 것이었다. 정부의 대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일본 사람들은 절망했다. 그 것이 다시 자민당의 정권을 견고하게 하기도 했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 불경기는 자민당 정치의 소산이다. 그래서 힘겹게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민주당과 자민당 2당체제로 갔으면 하는 기운도 있었다. 정치와 경제는 뗄 수가 없는 문제다.
한국의 소비침체도 세월호에 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이 있다. 일본처럼 소비침체의 수렁 속으로 한없이 깊이 들어가기 전에 진상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학생들의 소비를 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돈을 모아서 하지만, 그 외에는 푼 돈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무더운 날씨에 목을 축이기 위해 물을 사거나, 주스를 사는 것조차 안 쓴다. 이런 것은 절약 차원이 아니라, 더위를 먹어서 위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처럼 물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일본 학생들이 그런 적은 돈도 쓰지 않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확인했더니 요새 학생들은 그렇단다.
물론, 학생이니까, 돈이 별로 많지않다. 그래서 소비를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 학생들은 알바를 해서 그 돈을 쓸 수가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상품을 선전한다. 거기에 여학생들의 취미는 쇼핑이 많다. 의식면에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아주 극단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세대들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쇼핑중독도 늘어나는 양극화도 심각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물가는 내려간다는 데, 생필품 가격이 올라가서 생활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에 있다. 학생들이 점심을 제대로 못 먹는다. 이전에는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는 사태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밥과 반찬을 중심으로 먹었다. 지금은 컵라면이 보통이다. 빵을 먹는 아이들도 많다. 간식같은 빵 두 개로 점심을 때운다. 싸니까. 한창 먹을 나이의 학생들이 그렇게 점심을 때우는 걸 보면, 말이 안나온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체력과 지력, 일본의 현재와 미래에 직결한다. 젊은 학생들이 체력이 별로 없다.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일본의 실체는 이런데, 의식면에서는 풍요한 나라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우월감이 점점 강해져 간다.
선진국이 어쩌고, 경제가 저쩌고, 올림픽이 어쩌고 다 좋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하는 게 선결이 아닐까. 나는 내 학생들 체력이 걱정이다.
사진은 맛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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