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6 추석이라고 4
어제 가나야에 간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따로 쓰기로 하겠다. 마당에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차로 편도 40분 걸리는 먼 길을 떠났다. 볼 일을 보고 돌아와서 차를 갈아타고 가까운 곳에 나갔다. 아는 사람네가 2년 전에 집을 사서 깨끗하게 수리해 민박을 한다는 곳에 갔다. 처음 샀을 때도 봤던 터라, 바깥으로만 봐도 얼마나 깨끗하게 달라졌는지 알 수가 있었다. 거기에 가도 주인이 없어서 주인도 없는 집을 둘러보고 마당에 있는 깻잎을 따왔다. 옆에 있는 방울토마토도 몇 개 따서 먹었다. 아침을 먹고 나갔지만, 점심도 못 먹고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팠지만 나 때문에 운전을 해서 여기저기 안내를 해주는 분에게 미안해서 배가 고픈 척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아는 분 집으로 돌아와 돌아올 배편 시간을 정했다. 돌아오는 길도 멀기에 서둘러야 한다. 저녁시간이 되어 정말로 배가 고파왔다. 그도 그럴 것이 물도 안 마시고 끼니도 걸러가며 강행군을 한 것이다. 내가 가져간 과자를 먹자고 봉지를 뜯었다. 과자와 차를 마시고 조금 요기를 했다.
낮에 들렀던 집에 전화했더니, 외출을 했다고 오늘은 볼 수가 없겠다고 한다. 전화를 바꿔서 안부를 전하고, 가져간 걸 맡겨놓고 간다고 했다. 그동안 산 집을 깨끗이 수리해서 민박을 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말도 했다. 준비했던 인사는 할 필요가 없었지만, 전화로라도 마음을 전했다. 다행이다. 이 것도 볼 일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씩씩하게 자신들 생활을 개척해서 잘되어 가는 걸 보면 내 일 이상으로 기분이 좋다.
그 집에 이웃에서 가져온 옥수수가 있었다. 옥수수를 두 개만 레인지에서 쪄달라고 부탁했다. 배가 고프다고 돌아오는 길에 먹을 요량으로 달라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 남의 집에 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갈 길이 멀고 배가 고파서 간단하게 요기할 것을 부탁했다. 옥수수를 쪄서 뜨거운 걸 가방에 넣었다. 거기에 사는 분이 자동판매기에서 냉차를 사서 준다. 옥수수와 같이 먹으라고……..
어제 가기 전에는 마음이 설레는 한편, 마음이 무거웠다. 잔뜩 흐린 날씨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볼 일을 마쳤더니 가벼워졌다. 오래된 숙제를 마친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마음먹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어도 너무 어두워 전혀 찍히지 않았다. 구름에 싸인 달도 찍었지만, 오늘 컴퓨터에 옮겨서 보니 캄캄한 하늘만 찍혔다. 돌아오는 길은 아는 길로 와서 힘들지는 않았지만, 늦은 시간대라서 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은 4시간이나, 걸렸다. 오늘 길 선실에서 뜨거운 옥수수를 까먹고 냉차를 한 병 마신 걸로 저녁을 대신했다. 집에 도착했더니 밤 10시에 가까워 너무 피곤해서 뭔가 먹고 싶은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서 좀 쉬고 그냥 자기로 했다. 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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