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6 후쿠시마 고리야마 1
오늘 동경은 날씨가 흐렸다. 저녁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해서 지금 바깥은 비가 오고 있다. 요새, 잠을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좀 늦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되니 언제까지나 늦잠을 자는 생활을 계속 할 수가 없다. 여름방학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정신차려서 강의하는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은 천천히 아침을 먹고 시간을 들여 청소를 했다. 집을 비운 사이에 청소를 하지 않았으니 청소도 오랜만에 한 것이다. 천천히 청소를 하는 김에 여름동안 방에 벌레가 들어와서 전등갓에서 죽었다. 각 방에 전등갓도 떼어서 씻고 다시 걸었다. 전등갓에도 알게 모르게 먼지가 많이 쌓이고 벌레도 많이 죽었다. 여름에 썼던 선풍기도 해체해서 날개를 씻어서 다시 합체하고 봉지를 씌워서 벽장에 넣었다. 오후에는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아서 널었지만 날씨가 너무 흐려서 전혀 마르질 않는다.
서울에서 돌아온 다음날에 후쿠시마에 갔다. 정확히는 고리야마까지 도호쿠 신칸센으로 가서 학생에 집까지는 학생 고모가 고리야마 역에 마중 나와서 데려다줬다. 고리야마에 가기 위해서 도쿄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탔다. 학생네 집에 가져갈 선물을 서울에서 김치 세 봉지 사 왔다. 서울에서 김치를 가져오는 것은 거의 처음이다. 포장이 잘된 것으로 샀지만, 서울에서 동경으로 오는 가방에서도 냄새가 풍겨 나와 전철에서 주위 눈치를 봤다. 솔직히 가방에서 국물이 나왔으면 가방에 있는 옷을 다 망쳤을 것이다. 다행히도 국물이 새어 나는 사건을 벌어지지 않았다. 고리야마에 갈 때는 아예 김치를 별도로 들고 갔다. 도쿄역에서 다른 선물을 사려고 봤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안 샀다. 에키벤이라는 역에 따라 특색 있는 도시락이 있는데, 그 도시락을 모아서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고 있었다. 도시락으로 치면 꽤 비싼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현지에 가지 않으면 못 사는 명물 도시락을 도쿄역에서 살 수 있어서 잘 팔린다. 나도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면 뭔가 샀을 것이다. 백화점에 가도 다른 곳은 텅텅 비어도 식품을 파는 곳에만 사람들이 있다. 특히, 지역 특산품전을 할 때는 먹거리를 사려고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시간이 일렀지만, 신칸센을 타는 곳에 올라갔다. 홈에서 맞은편을 봤더니, 홈 아래 직원들이 쓰는 곳이 있는지 직원들이 열을 지어 가는 흔하지 않은 광경을 봤다. 고리야마까지 가는 도호쿠 신칸센을 몇 종류가 있는데, 나는 야마비코(산울림)라는 걸 타고 갔다. 홈에 줄을 서서 봤더니, 자유석에 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약간 비싼 지정석을 탔더니, 지정석 칸은 텅텅 비어 있었다. 좌석지정이 없는 자유석과 지정석은 510엔이 비쌀 뿐으로 얼마 차이가 없다. 그래도 일찌감치 줄을 서서 붐비는 자유석을 탈 망정 지정석에 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1시간 20분 거리지만, 510엔을 더 내고 지정석에 앉았다. 이번에 경험했더니 사람이 너무 없는 지정석 칸이 재미가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나도 자유석을 탈 것이다. 참고로 이번 왕복 티켓은 에키넷에 회원가입을 해서 15% 할인 요금으로 예약을 하고 도쿄역에서 차표를 받았다. 한국에서 예약하는 사이트를 봤더니 차표를 전날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전날까지 차표를 받는 것은 아주 귀찮으니까, 일본에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다.
학생과 고모가 고리야마 역에 마중 나왔다. 고모 차를 타고 학생네 집으로 향했다. 학생네 집에 가서 가족과 만나서 성대한 저녁을 먹었다. 학생 할머니와 고모가 같이 우에노에서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가끔 할머니가 학생에게 반찬을 보낼 때, 내 것도 같이 보내 주셨다. 나도 할머니 옷을 사서 보낸 적도 있다. 학생네 집에는 이틀 전에 아들이 혼인신고를 해서 며느리가 집에 들어왔다. 밤늦게 아들이 퇴근해서 온 것을 보니 아직 젊디 젊어서 소년처럼 앳된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을 올해 졸업한 나이인 것이다. 며느리는 두 살 어려서 대학 3학년 나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결혼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젊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며느리가 시집에 들어와 산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인데, 학생네 집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 학생네 부모님도 며느리가 시집에 들어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학생네 부모님도 젊은 때 고등학교 동창생끼리 결혼해서 나 보다 나이가 열 살 쯤이나 젊었다.
식사를 하면서 학생 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학생 아버지는 수줍어하는 성격이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남과 대화를 못 한단다. 회사에 저항해서 콧수염을 길렀다면서 정년퇴직을 하면 영어권에서 생활하는 것이 꿈이라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단다. 돌아가신 학생 할아버지가 재목 회사에서 일하셨단다. 할머니가 사시는 작은 2층 집은 할아버지가 지으셨고 부모님 집도 할아버지가 도와주셨다고 한다. 직접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오래되었다는데 새집처럼 깨끗하고 튼튼했다. 할머니가 가장 먼저 목욕을 하고 두 번째로 내가 목욕을 했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학생 어머니와 대화를 했다. 시간이 늦어서 할머니 집에 갔더니, 할머니가 잠을 안 자고 나를 기다린다. 학생 할머니와 수다를 떨기 시작해서 밤 11시 반까지 수다를 떨었다. 여름방학 동안 집에서 지내면서 하루 종일 일주일 열흘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는 생활이었는데, 단숨에 그런 공백을 메꾸고 말았다. 일본 사람들이 수다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학생네 집안도 놀라울 정도의 수다쟁이 집안이었던 모양이다. 그러한 집안 내력까지 알 수가 없었으니 멋도 모르고 수다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너무 피곤해서 완전히 의식을 잃을 정도로 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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