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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후쿠시마 고리야마 2 - 라면과 달리아

2017/09/18 후쿠시마 고리야마 2 - 라면과 달리아

 

오늘 동경은 태풍이 지나고 화창하게 맑은 날씨로 최고기온이 33도나 올라가는 아주 더운 날씨였다. 일본에서 오늘은 경로의 날로 연휴인 셈이다. 집에서 빨래를 하며 베란다에 물을 뿌리면서 더위를 달랬다. 계절이 바뀌어 가니 매트레스도 말려서 교체했다. 저녁이 되어도 열기는 식지 않는 모양이다. 저녁 7시반이 넘은 시각에 기온이 여전히 31도라고 나온다.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8시가 넘어야 한다. 저녁이 되어 갑자기 하루살이가 떼지어 몸에 달려들어서 자세히 봤더니 형광등 아래 하루살이들이 무리지어 떨어져 있다. 형광등 갓에도 아주 많았다. 아직 더운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닫았다. 창문에도 하루살이가 형광등을 향해서 돌진하느라고 떼지어 붙어 있다. 청소기로 하루살이를 번이나 청소했다. 년에 번쯤 이런 일이 생긴다.

 

지난밤 한밤중에 태풍이 지나갔다. 폭우와 강한 바람이 불어서 집안 창문을 다 닫고 잠갔다. 그래도 창문이 덜컹거리며 비가 창문을 두들겼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창문이 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창문이 깨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잠을 잤다. 이런 자연재해로 창문이 깨지고 비가 들어와 물이 새어도 내 개인적인 책임이 되지 않겠지 싶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태풍을 경험했지만, 내가 사는 집 창문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이를 먹어 가며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꼭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후쿠시마에 다녀온 이야기를 마저 하기로 하자. 첫 밤을 자고 뒷날에는 학생 부모님과 할머니와 같이 낮에 맛있는 라면을 먹고 달리아 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라면을 몇 번이나 먹었지만 맛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불쾌한 느낌이 없이 먹을 수 있으면 다행으로 여길 정도다. 하지만, 학생 아버지가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며 맛있는 라면을 먹으러 가지고 하니 차마 라면을 싫어한다고 할 수가 없다. 그냥 포기하고 라면을 먹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따라갔다.. 차로 아주 많이 가서 도치기현과 경계 가까이에 가서 유명하다는 라면집에 들어갔다.. 라면집 마당이 주차장이 된 곳으로 겉으로 보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 수타 라면집이었다. 정작 안에 들어 가보니 가정집을 개조한 곳으로 안은 의외로 넓었고 손님이 붐비고 있었다. 학생 아버지는 닌니꾸(마늘) 라면을 시키고 나머지는 쇼유(간장) 라면을 시켰다. 가격은 쇼유가 650, 닌니꾸는 700엔으로 동경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후쿠시마에서는 비싼 것이다. 쇼유 라면은 가장 싫어하지만 맛은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메뉴로 통일했다. 음식을 시키고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드디어 라면이 나왔다. 냄새부터 괜찮은 느낌이라 호감이 간다. 겉보기에는 그냥 쇼유 라면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깔끔한 토핑으로 파가 들었고 챠슈 두 조각 밖에 없다. 토핑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다는 것으로 범상치 않다. 닌니꾸 라면은 향기부터가 다르다. 더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마늘을 다루는 실력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라면에서는 돼지기름 냄새가 나고 토핑으로 얹은 멘마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나기 일쑤였다. 정작 라면을 보니 수타면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먹어보니 향기도 좋고 맛이 깔끔하다. 기름이 둥둥 떠있는데도 가볍고 담백하다. 무엇보다 수타면이 쫄깃쫄깃해서 맛있다. 라면을 다 먹고 국물까지 마셨다. 지금까지 라면 국물을 먹은 적이 없었다. 아주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은 라면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맛있다. 챠슈는 기름기가 전혀 없는 딱딱한 것이었다. 치아가 부실한 할머니는 챠슈가 딱딱해서 먹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고기를 별로 안 먹는 나는 좋았지만, 그게 아쉽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생 아버지가 라면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세 끼를 라면을 먹어도 좋다고 한다.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룹이 있어서 맛있는 곳에 관한 정보교환을 한다면서 자신 있게 권한 것이다.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안타깝다.

 

나는 라면을 싫어한다. 인스턴트 라면도 사 먹는 것은 딱 한 종류일 정도다. 그래서 아무리 라면이 유행한다고 떠들어도 관심이 없다. 단지 상식적으로 북쪽의 대표선수로 삿포로 라면과 남쪽 대표로 하카타(후쿠오카) 라면 정도는 알고 있다. 이번에 먹었던 기타카타 라면은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잘 몰랐다. 삿포로와 하카타, 기타카타는 모두 대표적인 라면의 출신 지명으로 일본의 라면은 크게 세 계통으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 괜찮은 라면은 족보가 있다. 이번에 먹은 라면은 가문으로 말하면 기타카타 라면의 시라카와계에 속한다고 한다. 시라카와계의 특징이 챠슈에 기름기가 없는 퍽퍽한 고기를 써서 딱딱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차에서 학생 아버지가 하는 말에 의하면 후쿠시마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라면 소비량이 많은 곳이란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했더니 야마가타가 첫 번째로 세 번째, 네 번째가 다 도호쿠(동북지방). 후쿠시마가 일본 라면의 성지였구나, 라면교 신자가 아닌 나로서는 알리가 만무하다. 이번 경험으로 라면을 싫어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말로 맛있는 라면을 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라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라면왕국을 탐험하면서 신앙이 깊은 라면 신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먹을 것은 많고 맛있는 것도 많다.

 

라면을 먹고 온천 옆에 있다는 달리아 화원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달리아 꽃이 핀 것을 봤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갔다고 신경 써서 놀러 가는데 어떻게 달리아 꽃에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꽃이니까, 예쁘겠지 여겼다. 지방에 가면 이렇게 휴일에 보러 가는 곳을 조성해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그다지 좋은 곳이 없었다. 학생 아버지는 관심이 없다고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밖에서 보니까,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이 들고 작아서 볼 품이 없어 보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입장료를 내는구나 싶었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봤더니, 달리아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예쁘다. 달리아가 이렇게 다양한지 전혀 몰랐다. 관리하는 분에게 물었더니 300종류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햇볕이 따갑다고 양산을 가져갔는데, 양산을 펴지도 않고 달리아에 팍 꽂혀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예상외로 달리아가 예뻤고 작아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아주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보고 학생 어머니와 할머니가 기뻐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미치노에키라고 지역 생산품을 파는 곳에도 들렀다. 아키타에서 달리아 꽃 축제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봤더니 몇 천 종류의 달리아가 7000 그루나 있다고 한다. 일본 도후쿠에서 달리아 꽃 세계의 혁명이 일어나 달리아가 패권을 쥔 모양이다. 전혀 모르고 살았다. 늦은 시간에 나갔지만, 맛있는 점심과 예쁜 꽃을 즐긴 좋은 휴일이었다. 학생 부모님과 할머니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사진은 달리아 화원에서 찍은 것을 올린다. 당분간 글의 내용과 관계없이 달리아 사진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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