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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도서관 가는 날

2015/09/28 도서관 가는 날

 

오늘 동경은 오랜만에 청명하게 맑은 날이었다. 주말은 비가 오고 흐려서 빨래를 제대로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베란다에 이불을 널었다. 아침을 준비해 놓고 샤워를 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아침을 먹는다. 베란다에 이불을 뒤적거리면서 잘 말린다. 집안에 햇볕과 바람을 들이려고 창문과 미닫이문, 각종 문을 다 열었다. 침대 매트리스를 교환하려고 석 장 다 세워서 말린다. 침대 매트리스를 석 장 방에서 교환하려면 방에서는 공간이 모자라 베란다까지 나간다. 힘을 쓰는 일은 아침에 해놔야 저녁에 일이 쉽다

아침을 먹고 이불을 걷고 빨래를 난다.. 날씨가 너무 좋다! 도서관 가서 죽치고 앉아 책을 읽기에는 아까운 날씨다. 그러나, 도서관에 갈 일 밖에, 아니 도서관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오늘 새 책이 와서 진열되어 있을 것이다. 새책들이 날 기다린다. 집안일을 빨리 마치고 도서관을 향했다. 가방에는 수업 준비에 필요한 자료로 가득 찼다.. 햇볕이 따가우니 모자를 쓰고 손에는 물병을 들고, 카메라도 들었다.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서 그런지 공원에서 게트볼을 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 집단과 멀리 떨어진 길을 걷는다

개구리들이 떼지어 올라오던 연못 앞에 왔을 때, 거미줄이 보인다. 지금까지 봤던 거미줄은 평면적이었는 데, 입체적인 거미줄이다. 대단한 건축물이다. 네 개 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찍힐지는 모르지만 각도를 바꿔가면서 찍었다. 사진에 잘 찍혔으면 좋겠다

시드니에 사는 친구 D네 집에 머물고 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하면 베란다에 거미줄을 쳤던 거미가 거미줄을 걷어 먹었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다시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는 걸 봤다. D의 남편 존이 서양에서는 거미가 줄을 치고 다시 치는 어린아이에게 노력하는 교훈을 주는 걸로 알려졌단다. 그래, 나도 거미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거야, ? 거미줄을 보면 존이 했던 말이 생각날 것 같다. 나의 아름다운 친구 D도 생각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길을 걸으면서 담장을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경의 풍경을 모으려고 찍기 시작했다. 주로 나무를 심은 울타리, 담장이다. 벼가 익어가고 허수아비가 나란히 서있는 논도 찍었다. 그리고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을 걷는 사람은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뿐이다. 나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 조금이라도 덜 더운 길을 찾아서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골목길에는 계절감이 더 뚜렷하게 보이고 호젓하니 좋다. 감나무 밑에서 빨갛게 물이 든 감잎을 하나 줏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갔더니, 큰 감이 하나 길에 떨어져 있다. 금방 떨어진 것이다. 감 잎에 싸서 감을 주워 들었다

학교에 들어섰더니 점심시간이라, 학생들도 밖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무더위도 가셔서 그런지 학생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더울 때는 학생들도 힘이 없어 늘어진 발걸음이었다. 나도 벚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점심으로 감을 먹었다. 감 잎은 접시가 되었다. 아마, 하늘에서 점심으로 먹으라고 눈앞에 감을 떨어뜨려 준 것이리라. 그 전에 감잎을 주운 것도 접시로 쓰라고 마련되었던 것 같다. , 감이 눈앞에 떨어 졌을까? 불쌍해서? 이상해서? 어쨌든 맛있게 먹었다. 사진도 찍었다. 먹기 전에 찍을 걸… 

도서관에서는 수확이 별로 없었다. 지난주 수요일에 봤던 책들이 변함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도 몇 권인가를 읽고, 수업자료도 꺼내서 이번 주 준비를 끝냈다.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주어서 카운터에 넘겼다. 나는 쓸데없는 걸 잘 줍는다. 책을 좀 읽다 보니 어느새 다섯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바깥을 보니 벌써 저녁이 가까워진다. 멀리서 석양이 보이고 다섯 시가 넘어서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후다닥 집에 갈 준비를 해서 귀갓길에 나섰다. 야채를 사고 달걀도 사러 가려니 마음이 바쁘다. 빨리 가지 않으면 야채가 있는 곳이 닫혀있을 수도 있다. 거의 뛰다시피 갔더니 야채파는 곳이 열려있다. 감자를 두 봉지 샀다. 백 엔 짜리 동전이 없어서 더 사지도 못한다. 다음은 달걀을 사러 갔다. 마침, 달걀집 할머니가 계신다. 덤으로 밤이나 부추를 주신단다. 밤은 줘도 껍질을 까는 것이 귀찮다고 부추를 주신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를 걷고 방에 매트리스를 갈았다. 가을에 맞는 매트리스를 위로하고 중간에 겨울용 매트리스를 넣고 맨 밑에 여름용 매트리스를 깔았다. 침대를 가을에 맞게 정리하고 저녁으로 작은 호박을 멸치국물에 끓여서 먹었다. 오랜만에 산뜻하고 청명하게 맑았던 날이 지나간다.


거미줄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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