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3 부메랑, 부메랑
요새 동경 날씨는 아직도 낮은 덥다.
교실이 어느 쪽을 향해 있느냐에 따라, 기온이 다르다. 오늘은 오전에 2교시는 에어컨을 안 켜고 수업을 했지만, 3교시는 교실에 햇빛을 가리는 커튼을 치고 에어컨을 켜서 수업을 했다. 3교시는 점심시간 직후라서 항상 아이들이 졸리다. 아이들이 자느냐, 내 수업을 듣느냐, 졸음과의 투쟁인 것이다. 오늘은 내가 완전 승리를 거두었다. 왜냐하면, 다음 시간에 시험은 본다고, 그 시험에 통과를 못하면 단위를 못 받는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나도 긴장하고 아이들도 정신을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귀엽기 짝이 없다. 아, 귀여운 것들…
4교시 째도 에어컨을 켜고 수업을 했다. 지금은 그러니까 10월 하고도 초순이 지나 중순에 접어들었다.
8월과 9월에 있었던 일본과 한국, 중국간에 영토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8월에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둘러싼 영토문제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함으로 일본 보수세력에 힘을 보탰다는 것은 이미 썼다. 궁금하신 분은 '파장, 또는 영향력'이라는 제목으로 9월1일에 올린 것을 보시라. 그때에 내가 우려했던 게 정말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그때 만해도, 우려였지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일본 주요 일간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 뉴스를 이리저리 8월말까지 끌었다. 한국에서는 벌써 끝났고 잊었지만, 일본에서는 질질 끌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었다. 그 이상으로 위험했던 것은 일본 천황을 향한 발언이었다. 이 건 하면 안 되는 것을 했다. 일본에서는 패전 후 인간선언을 했지만, 일본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천황은 자신들의 ‘신’이다. ‘신’은 건드리면 안 되는 지뢰다. 일반 무식한 사람이면 몰라도, 그래도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다는 분이 그런 상식도 없으면 곤란하다. 사실 일본 우익들이 신오쿠보에 가서 데모를 하게 한 것도, 매스컴이 관계보도를 질질 끌게 한 것도 천황에 대한 발언 때문이다. 비록 신문에서 그 걸 대놓고 비판을 못하지만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메랑을 써서 일본에 있는 지뢰를 폭발시켰다. 지뢰가 터진 것은 일본인데,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이 감소, 신오쿠보에 사람이 없어지는 등, 그 파편은 고스란히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들과, 한국으로 돌아갔다. 부메랑을 썼으니까. 물론, 그 주변에 있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튀었다. 한국관광은 일본사람들이 준 대신에 중국사람이 늘었다고 하지만.....
9월이 되자, 중국과의 영토문제가 첨예화해 갔다. 9월 초에 신문을 봤더니, 문제가 되는 섬을 동경도가 사겠다고 나섰다. 동경도지사는 극우인 이시하라 씨다. 동경도에서 산다고 나서니, 이시하라 씨가 중국을 어떻게 자극할지 모른다는 그림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적극적으로 중국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위험하다, 그러느니 나라에서 사는 게 맞다가 되었다. 그런데, 그 게 APEC에서 일본 노다 수상이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대국적인 관점에서 대응한다”라고 대답을 한 이틀 후에 국유화를 결정해버린 것이다. 부메랑으로 후진타오 주석을 배신했다. 후진타오 주석도 정권 말기다. 마지막에 와서 영토를 내어준 ‘매국노’로 공산당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 건 일본 노다 수상이 잘못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천황에게 발언을 한 레벨 정도로 잘못했다. 어디까지나 정치니까, 후진타오 주석 체면을 세워주는 배려를 해야 했다. 어쩌면 그런 것도 못하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중국에서 ‘반일 데모’는 훨훨 타올라버렸다. 그리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국가적으로도 용인했다. 중국에서 9월 18일 만주사변이 일어났던 날이 피크였다. 이 건 중국에서 보면 ‘역사문제’인 ‘반일 데모’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반일 데모’가 아니라, 중국 내부 문제로 인한 데모라고,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반일 데모’를 적극적으로 탄압을 하지 않고 그냥 두게 한 것은 일본에서, 노다 수상이 던진 부메랑이라는 것을 일본에서 인식을 못한다. 일본이 항상 그렇지만 돌을 던지고, 불을 붙여놓고 모른 척 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중국에서 ‘반일 데모’가 커지는 걸 경계한다. 왜냐하면, 일본과 여러모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반일 데모’가 커지면 중국 정부도 걷잡을 수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일 감정’은 언제나 항상 일본의 자극에 의해 다시 분출할 수 있다. 그 걸 중국정부에서는 경계한다. 일본은 이 번 영토문제 만이 아니라, 중국에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불씨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마치 악의 없는 ‘이지메’가 습관인 것처럼, 그 걸 일본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불이 붙을 게 붙어버린 것이었다. 큰 불을 놓은 게 수상이라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말이다.
지난 수요일에 신문을 봤더니, 중국에서 9월 일본차 판매가 회사에 따라 전년대비 30-50% 감소했다. '반일 데모'때 일제 차량이 공격을 당해서 그렇다는 해석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다르다. 일본 상품 불매이고, 일본이 싫어진 게 아닐까? 그 대신 독일 차과 한국차 셰어가 늘어났다. 확실히 노다 수상이 던진 부메랑이 큰일을 하고 돌아왔다. 중국과 국교회복 40주년 기념인데도 중국에서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일본에서는 제대로 인사도 못한 지경이 되었다. 그러니까, 중국사람들 자존심을 건드려서 묵사발 만들면 안 된다. 근데 그 걸 모른다.
8월과 9월에 걸쳐 한국과 중국이라는 이웃나라와 영토문제로 인한 난리가 일본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보자. 9월 26일에 있었던 자민당 총재 선거는 아주 큰 소동이었다. 8월과 9월에 자민당 지지율이 아주 높아져서 37% 정도이다. 자민당이 정권을 잃은 후 최고의 지지율이다. 그래서 총재선에서 정말로 예상치 못했던 아베 전 총리가 당선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날, 아베 씨 후임이었던 후쿠다 전 총리가 돌연히 은퇴를 해버린 것이다. 아마도 돌아가는 꼴이 정나미가 떨어졌나 보다. 그런데 아베 씨는 총리 때도 일 년 정도로 도중하차를 한 사람이다. 그냥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민당이 다시 집권해서 아베 씨가 수상이 되는 것이다. 아베 씨가 수상이 되면 헌법을 바꿔서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 건 동북아 평화를 깨는 너무나 위험한 일인 것이다. 일본은 이미, 극우로 바늘이 돌아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관심이 없던 노다 수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노다 수상이 정권을 길게 잡아줘야, 민주당이 살아남아 줘야 한다. 10월 1일에 노다 정권 3차 내각 장관들이 바뀌었다. 그다지 바뀐 인상은 없지만,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도망가지 않게 안정위주로 했단다. 다나카 마키코 씨가 문부과학성 장관이 되었다. 그녀는 다나카 가쿠에이 씨 딸로 고이즈미 정권 때, 외무장관이었는 데, 외무성 관료들과 마찰로 인해 일 년 정도로 그만둔 경험이 있다. 아주 개성적인 인물로 양날에 칼인 베테랑이다. 아무래도 노다 수상이 버티려고, 몸부림을 치는 모양이다. 부디 자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말고 버티고, 몸부림을 쳐 주길 바란다.
그런데, 8월과 9월 사이에 일본과 한국과 중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한국에서는 국가원수가 혼자서 극단적으로 날뛰었고, 중국에서는 일부 국민들이 과격하게 행동했다. 일본은 정부가 가장 극단적이며 과격하다. 이 건 그대로 그 나라 정치인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금방 바뀐다. 중국 국민은 정부가 규제하면 된다. 그런데 일본 정부를 바꿀 수가 없다. 가장 과격한 정부가 제일 무섭다. 아베 씨처럼 강경한 사람이 톱이 아니어도, 이미 오래전, 옛날부터 일본이 과격하며, 강경하고 주변 국가에게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자신을 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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