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4 아침밥, 아침밥, 아침밥!
요 며칠 동경 날씨가 들쑥날쑥이다.
금요일은 12월 날씨처럼 춥더니 주말에서 오늘까지 반소매를 입고 지낼 정도로 따뜻했다. 그래서 나는 반소매를 입고 지냈다. 그러나 쇼핑을 가서 보면 반소매 옷을 입은 사람은 나뿐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자신이 느끼는 대로 옷을 입었다가 이상한 사람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오늘도 실수했구나 혼자서 웃을 뿐이다.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추운 계절이 되면 일하는 날 추운 게 쉬는 날 추운 것보다 더 좋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별로 움직이지 않아서 더 춥게 느끼기 때문이다.
요 전날 학생들과 무슨 요일이 좋으냐는 게 화제가 되었다. 나는 금요일이 좋다고 했다. 왜냐하면 일이 끝나서 다음 날 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강의가 없는 날이 좋단다. 일할 때는 금요일이 좋은데, 사실은 토요일 아침을 제일 좋아한다. 겨울에는 맑은 날 토요일 아침에 햇살을 받으면서 늦게 일어나면 아주 기분이 좋다. 아주 추울 때는 이중으로 두꺼운 커튼을 치기 때문에 아침햇살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 전에는 아침햇살이 커텐을 통과해서 방이 밝고 옅은 오렌지색이었다. 그 커튼은 싼 것이어서 얇았지만 뒤쪽이 짙은 오렌지색이고 안쪽이 옅은 색이어서 햇빛을 받으면 방을 참 따뜻하고 행복한 색으로 물들여줬다. 작년 가을에 커튼을 두꺼운 걸로 바꿀 때 많이 망설였다. 여름 햇살도 뜨겁고, 겨울에 찬바람을 막아야 해서 두꺼운 짙은 오렌지색 커튼으로 바꿨다. 내 방은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져서 그늘을 만들어 줘서 커튼은 별로 필요가 없다. 겨울에도 추운 날 밤에 찬바람을 막으려고 칠 뿐이다.
사람들은 왜 매일 아침에 일어날까?
나는 아침밥을 위해서 일어난다. 아침밥을 생각하면 기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침을 먹기 전에 정해진 일과인 운동을 한다. 아침밥은 거의 정해져 있다. 두꺼운 빵 한 장을 토스트 해서 버터를 바르고 꿀을 듬뿍 바른다. 거기에다 블랙 커피 한 잔, 그리고 과일을 먹는다. 두꺼운 토스트와 커피는 빼놓을 수 없다. 내가 먹는 아침밥이다. 버터도 거의 같은 걸 쓰는데 이번에는 무염버터를 샀다. 언제나 사는 (소금이 든) 게 품절이어서 못 샀기 때문이다. 꿀은, 내가 좋아하는 걸 일본 백화점에서 사면 몇천 엔이나 한다. 너무 비싸서 외국에 갔을 때 좀 사 온다. 로컬에서 직접 만드는데 가서 사 온다. 이 꿀은 작년 쓰쿠바에 갔을 때 두 병 사 온 것이다. 향기가 아주 좋고 맛이 섬세했다. 좋아하는 꿀 중 하나이다. 내가 꿀을 먹어보면, 꿀 종류가 어느 꽃이나 나무냐에 따라 다르고, 벌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다. 나는 향기가 강하고 맛도 강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아주 세련된 섬세한 맛을 만나면 그 맛도 잊을 수 없어서 고민한다. 하지만 심각한 고민은 아니다. 나는 내가 정한 선이 있다.
너무 맛있는 것이라든지, 너무너무 쾌적한 걸 넘어서 유혹적인 것은 경계한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인가 백화점에서 12만 엔짜리 캐시미어 담요를 봤다. 감촉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덮으면 담요를 떼어놓지 못할 것 같았다. 이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노동의욕을 상실할 것 같다. 안돼, 담요와 미칠 수는 없어, 위험한 것이다. 버터도 맛있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끝없이 먹히는 위험한 것들이 있다. 경계한다. 꿀도 마찬가지이다. 꿀이 끝나든지 내가 끝나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맛있는 것에 약한 중독성이 강하며, 의지가 박약한 나는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벌써 중독된 게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정상적인 범위에서 살아야 하기에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조절한다.
아침밥 먹을 때 중요한 건 좋아하는 컵과 접시를 쓰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행복한 기분을 위해 필요한 소품이다. 정해진 아침을 먹으면 신나는 기분으로 일을 나가며, 쉬는 날도 좋은 기분으로 보낼 수 있다.
또 하나 쉬는 날 아침밥을 먹을 때 필요한 것은 라디도 방송이다. 내가 듣는 라디오는 ABC Radio National이라는 호주방송이다. 이 걸 들으면 차분하게 안정이 된다. 좋은 토픽들이 많다. 쉬는 날이 아니어도, 블로그를 쓸 때도 ABC Radio National을 들으면서 쓴다.
동경에서 호주(영어) 방송을 들으며 한글로 블로그를 쓰는 게, 내 일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