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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옥타마의 가을 3

2013/11/18 옥타마의 가을 3

 

길을 잘못 들어서 계속 도로, 즉 아스팔트 위를 걸으니 아무리 주위 경치가 좋아도 그다지 즐겁지 않다. 걷다가 보니 다리 위 볕바른 곳에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친구와 둘이 다리를 건너가 봤다. 저쪽에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곳, 어스가든이라는 곳이 있었다. 친구와 나도 다리 위 볕바른 곳에 앉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구가 점심으로 잡곡밥으로 만든 작은 삼각김밥을 네 개, 즉 한사람이 두 개 먹을 걸로 가져왔다. 나는 고구마를 쪄서 세 조각을 가져갔다. 사과도 큰 걸 칼집을 내서 가져갔다

친구가 만든 삼각김밥은 소박하게 맛있었다. 잡곡이라 꼭 꼭 씹어서 먹어야 해서 양보다 더 많이 먹은 기분이 들었다. 둘이 앉아서 먹는 데 일본어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왔다. 우리는 정체가 밝혀지면 안 돼, 젊은 아이들이 현실의 비참함을 알게 하면 안 돼 하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대학선생들이 길가에 앉아서 고구마를 먹고 목이 메어 눈물이 글썽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쟤네들이 대학에 오면 우리가 가르칠지도 모르는 데, 정체가 알려지면 곤란하다. 고구마가 맛있다고, 사과와 다 먹으려니 배가 불러서 못 먹고 사과 반은 다시 반으로 나눠서 가졌다. 나중에 간식으로 먹자고… 그리고 다시 도로를 걸었다. 아무래도 친구가 보려고 했던 걸 지나친 모양이다. 계속 걸었더니 노천 온천이 나왔다. 친구는 그냥 들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단다. 기가막힌다. 아주 엉뚱한 사람이다. 아니, 길가에 사람들이 벗고 목욕을 하고 있으면 목욕하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이나 피차에 참으로 곤란할 것이다. 내가 온천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온천에 들어가겠느냐고 묻는다. 요금이 750엔으로 꽤 비싸서 들어가면 본전을 건져야 하니 오랫동안 들어가 있어야 한다. 친구에게 그 말을 했더니 자기에게도 비싸다면서 다음 기회로 하라고… 조금 더 갔더니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100엔이였다. 온천에 달린 곳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없었다. 둘이 가서 나란히 앉았다. 족욕하는 데서 주위를 봐도 괜찮은 경치가 보인다. 5분에서 10분이 적당하다고 했는 데, 친구가 먼저 나오고 나는 30분 정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내가 나올 때는 사람들이 아주 밀려와서 러시아워 전철이 재연될 상황이었다. 족욕을 했더니 피로가 풀렸다. 양말도 새 걸로 갈아 신어서 기분이 산뜻하다.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도 새롭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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