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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네팔 아이가 돌아왔다

2014/11/17 네팔 아이가 돌아왔다

 

오늘 동경은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는 흐린 날씨였다. 오전에도 그다지 맑지 않아서 별로 따뜻하지 않은 날씨였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어제 네팔아이가 와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가라고 내보냈다. 네팔아이가 잤던 이불을 말리고 시트와 여름 담요를 빨아서 널었다. 빨래를 널고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도서관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야채를 사서두고 도서관에서도 적당히 3시간 정도 책을 읽고 점심시간에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계란과 감, 생강, 파 등을 샀다. 그리고 가는 길에 샀던 무우 두 개와 야채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보라색 무우는 피클을 담았다

어제는 아침에 일본아줌마와 같이 다카하타후도에 단풍을 보러 갔다. 단풍은 아직 이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모노와 골동품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나와 아줌마도 좋아하는 품목이라, 단풍을 얼른 보고 쇼핑도 좀 했다. 아줌마가 주먹밥과 과자를 가져와서 둘이 같이 먹고 차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카하타후도에서 찍은 사진은 다음에 올린다.

집근처에도 산책을 나가서 단풍을 봤더니, 집근처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 돌아왔더니, 네팔 아이가 전화했다. 선생님, 지금 어디에요? , 나 집인 데. 저 가까이에 왔는 데요, 집으로 갈게요. 어, 너 밥 먹을 거야? 그러면 먹을 게 없는 데. 저 여기서 밥을 금방 먹었어요. 시간을 보니 4시다. 어중간한 시간에 밥을 먹었네. 아니, 내일 오전 10시에 온다는 거 아냐? 월요일에는 학교 가야죠. 오늘 오전 10시였는 데, 늦잠을 자서 늦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네, 나 지금 금방 들어왔어.

네팔 아이가 고향에 가서 3주정도 지내고 좀 살쪄서 돌아왔다. 일본어가 좀 서툴어졌고, 긴장감이 풀린 모습이었다. 형제들이 다 모인 것이 9년 만이었다고, 가족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단다. 자기가 생각했던 가족과는 달랐다고, 자기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렸을 때 와서 실은 가족을 잘 몰랐다고. 어쨌든 가족과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보기에도 좋았던 것 같다. 어젯밤에는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집에 가스도 없고 전기도 끊겼다고 자고 간단다. 이불을 꺼내서 준비하고 수다를 떨다가 잤다. 근데, 머리를 이상하게 바꿨다. 겨울에 추운 데, 옆에는 바짝 짧게 밀어내고 위는 노랗게 염색했다. 인기없는 아저씨가 눈길을 끌려고 머리스타일을 바꿨는 데, 실패한 황당한 스타일이라고 할까. 아직 20대 초반, 젊디 젊은 아이가 황급히 아저씨가 되어간다

저녁은 어중간한 시간에 먹었으니까, 후식으로 감을 종류대로 내놨다. 너무 많다고, 같이 먹자고, 내 걸 깎지 말란다. 그러면서 맛있다고 혼자서 야금야금 다 먹어간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

어제 방에 앉아서 춥다고 점퍼를 머리에 쓰고 있다. 잠을 잘 때도 점퍼를 입은 채로 잔다고 진상을 떤다. 너무 웃겨서 잔소리를 하려다가 그냥 뒀다. 아니나 다를까 잠을 자면서 옷을 벗어간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언제 춥게 자게 한 적이 있느냐고…

네팔 아이가 가장 달라진 것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 처음에 일본에 왔을 때는 네팔이라는 가난한 나라 시골에서 왔다고 컴플랙스가 있었다. 내가 뭔 말을 하면, 네팔사람들이 이래요. , 자신의 컴플랙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생활에 익숙해서는 덜된 일본 사람처럼 뺀질거렸다. 마치 선진국 일본에 적응해서 자기도 덩달아 잘난 것처럼… 내가 보기에 웃기는 거지만, 자신이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라, 그냥 뒀다. 이번에 고향에 다녀와서 그냥 보통 네팔사람으로 살아가겠단다. 그동안, 자신이 없었다고… 자신이 없다고 다른 사람 흉내낸다고 자신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국적이 어떻든, 어디서 살아가든, 너는 너일 뿐이라고… 이렇게 스스로가 느껴가면서 성장하는 것이겠지

고향에서는 주로 엄마랑 같이 지내면서 잠을 그렇게 많이 잤다고, 엄마가 귀찮을 정도로 계속 먹으라고 했다고… 엄마에게 어리광을 많이 피우고 온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을까. 가족들과의 유대관계를 확인하고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 그 아이는 성숙해져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엄청 잘난 척을 하고, 황당하게 웃기지만 말이다

나에게 선물로 달랑 커피 한봉지 가져왔다. 그러면서 춥다고 머풀러를 달라고, 내가 쓰지 않는 퍼시미나가 있으면 달란다. 내가 머풀러를 몇 개나 사줬는 데, 어디 갔냐고. 그런 걸 받은 적이 없다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데, 적어도 석 장은 사줬는 데, 왜 없어. 간수를 제대로 안하니까, 머플러는 안 줘. 그리고 퍼시미나는 나에게 사 와야 할 처지에 내 걸 가져다가 누군가에게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해뒀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거면, 자기가 사는 거지… 

집에서 음식을 해먹겠다고 양념통으로 쓸 빈병을 달란다. 빈병과 쫄면, 스파게티, 통조림등을 챙겨서 가방 가득히 채워서 갔다. 가방을 채우면 허전한 마음도 채워지는 걸까? 평소에는 과자도 주는 데, 과자가 전혀 없었다. 뭐든지 하나라도 가져가려고 한다. 나도 하나라도 챙겨뒀다가 주려고 한다. 갑작스러우면 준비가 없지만 말이다. 오늘도 빈병에 피클을 넣어서 보낼 걸… 허전한 마음을 피클로라도 채우게... 그아이 마음도 예쁜 색으로 물들까?

창밖의 나무를 나무밑에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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