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3 동네 일루미네이션 2
동네 일루미네이션이 계속된다. 네팔 아이가 오기 전에 이번에 오면 다카오산에 같이 가기로 했었다. 산에 가면 자기가 죽을 것 같다나, 체력이 없어서. 알았어 가까운 절에 가자. 가깝지요. 그래 가까워.
일찌감치 자라고 했다. 밥을 먹었던 방이 따뜻하다고 여기서 자면 안 되겠냐고, 내가 왔다 갔다 하니까 안돼. 저쪽 방이 조용히 오래 잘 수 있어. 좀 춥지만 뒷방에서 자라고 했다. 나는 목욕을 해서 내 방에서 잔다. 내일은 8시에 일어나. 알았단다.
다음날 나는 8시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조용히 있다가 9시가 돼서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일어나라고 깨웠다. 이불을 밖에다 널고 아침을 먹고 외출하자고. 잠이 깨어도 한참 로봇 상태다. 밤새 알바를 해서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잔단다. 그래서 잠에서 못 깨어나는 것이다. 아침에 다시 밥을 하면 남을 거라, 어제 남은 밥을 닭고기 수프에 넣어서 줬다. 그리고 계란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좋아한다고 해서 새송이로 전을 부쳤다. 소시지도 부치고, 김을 넣은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다 계란 반찬이 되어 버렸다. 피클이 있어서 편하다. 아침은 그렇게 먹자고, 고구마도 좋아한다기에 쪘다. 배가 불러서 다 못 먹겠다고, 남겨도 돼. 그러면 사과 먹을래, 아니요. 감은? 키위는? 바나나? 과일을 싫어하니? 아니 좋아해요. 지금은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겠어요.
귤을 네 개 넣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넣고 다카하타후도로 향했다. 동네 집에서 모과를 가져가라고 내놨다. 고맙다고 가방에 넣고 갔다. 절을 둘러보고 작은 산을 둘러싸서 88체의 부처님이 모셔진 걸 차례로 돌기로 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절을 했다, 85번에 오니 부처님에게 머리를 맞대는 절을 한다. 중간에 후지산도 보면서 절에 와서 좋다는 말을 한다. 그래 네가 가끔은 부처님도 만나야 할 것 같아서 데려왔어. 육체적인 영양은 어제저녁에 공급했더니 감기가 나아버렸다. 한달이나, 감기에 걸려서 골골했다더니 거짓말 같다. 정신적인, 영혼에도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각종 굶주림에 맞는 영양을 공급하면 시시각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난다. 천천히 산책 하고 싶었지만, 재빨리 참배를 마치고 차를 마시러 갔다.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배를 길가에서 만났다. 후배는 내가 짜준 베스트를 입고 콘서트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네팔 아이가 묻는다. 누구냐고, 후배야, 대학선생. 쟤가 학생 때부터 나를 좋아하는 데, 내가 무서운가 봐. 동경하는 눈초리로 보면서, 멋있단다. 그래, 쟤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 그렇지…
집에 오는 길에 아침에 모과가 있던 곳에 유자도 내놨다. 유자도 얻어서 가방에 넣고 돌아왔다. 네팔 아이 얼굴이 반짝반짝 광채가 난다. 어제 내가 봤던 노숙자 포스의 인간이 아니다. 완전히 재충전이 되었다. 역시 젊구먼, 각종 영양소를 공급했더니 금방 효과가 난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요구르트를 먹고, 사과와 과자도 먹었다. 새송이를 넣어서 떡볶이를 해주려고 했더니 도저히 못 먹겠다고 배가 불러서 괴롭단다. 나는 만족이다. 꼭꼭 눌러서 채워 넣어서 가방에도 터질 정도로 담요와 따뜻한 패드와 새로 산 셔츠에 과자를 넣고 갔다. 네팔에 갔을 때, 그 아이네 집에 같은 담요가 있어서 집 생각을 하면서 자라고 준비했다. 가는 길에도 역까지 배웅을 해줬다. 전철을 타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너무너무 고마워요. 절에도 갔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수다도 떨고, 감기도 나아서 행복해졌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요런 문자도 보내는 인간이 되었다. 내가 답장을 보냈다. 행복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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