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연말 시장보기
오늘도 동경은 맑았다.
일기예보 기온은 낮았지만, 체감 온도는 춥지 않았다.
오전 중에 햇빛이 좋을 때 베란다에서 뜨개질 완성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친구가 같이 시장에 가자고 문자가 왔다. 집 앞에 와서 기다린다고, 친구와 시장을 보러 갔다. 둘이서 시장을 코스로 돌았다. 우선은 이 근방에서 나오는 야채를 사서 가게에 맡기고, 다음은 미쓰코시 식품매장으로, 100엔 숍을 들러서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갔더니, 야채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연말 물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명절용 용품들이 나와있다.
마트에서는 오뎅 재료와 과자를 샀다. 추워서 집에 있으니 뭔가 따뜻한 국물이 좋다. 오뎅은 요전 날 먹어서 다시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 번 만들면 며칠을 먹을 수 있어서 재료를 샀다. 크리스마스용 과자도 가격이 내렸다.
집에 오니 2시 가까이 되었다. 아침부터 네팔 아이가 전화를 할 줄 알고 기다렸다. 아침 알바가 끝나는 시간이 9시다. 그리고 나서 은행을 가거나 ATM에 들러서 통장을 찍어보고 전화를 할 줄 알았다. 은행 3시까지라서 2시까지 기다리다가 상황을 확인하고 송금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화 했다.
어떻게 됐니?
대학에다 사정 얘기를 해서 1월 12일까지 연기해 주기로 했어요.
왜 그러면 전화연락을 안 하니? 나는 전화가 올 줄 알고 기다렸다. 연락을 해야 하는 거야. 요 전날도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갑자기 당연한 듯하는 게 아니라,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학교수속하기에 시간이 충분히 있겠네.
예, 걱정이 없어요.
그래, 알았다.
선생님, 고마워요.
일본에 온 후 일년 반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왔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나는 마음을 정리했다. 그저 아는 학생 중 한 명으로 지내야지.
실은 어제 다른 대학에 있는 친구에게 의논을 했다. 이런 경우 대학에서 기간을 연장해 주겠냐고, 합격 했으니 그 학교 학생이니까, 대학에서 가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고 한다. 나도 충분히 그럴 거라고 봤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시키는 대로 대학에다 사정 얘기를 해서 부탁 했나 보다.
2시에는 일본 아줌마가 와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아줌마에게 준 선물은 짙은 보라색 숄과 밤색 폴라티, 회색 스웨터였다. 다 내가 쓰던 거다. 짙은 보라색 숄은 이런 색 숄을 팔지 않아서 기모노에 쓰는 걸 샀다. 근데 기모 노용이라 짧다. 아줌마는 키가 아주 작다. 아줌마가 와서 후배가 가져온 브랜디 케이크를 잘랐다. 아주 괜찮은 케이크이었다. 좋은 브랜디를 썼다. 그리고,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길이는 그냥 두고 숱이 많아서 좀 쳐내려고 했는데, 길이를 잘라냈다. 근데 아줌마가 오늘은 좀 이상하다. 머리가 짝짝이가 됐다. 오늘 좀 이상해 그랬더니 아줌마가 가위를 놓고 갔다. 며칠 두고 보면서 자기대로 해 보라고 한다.
아줌마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석양이 너무 예뻐서 가까운 공원에 가서 후지산을 보러 갔다. 나는 예쁜 저녁노을이나 석양을 보면 잘 보이는 쪽으로 달려가는 병이 있다. 집에 왔더니 테이블 위에 두고 간 휴대폰이 울린다.
네팔 아이다.
학교에 낼 서류에 일본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아는 사람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합니다. 선생님 이름과 주소를 써도 됩니까?
서류, 언제까지 내는데?
오늘이 마감이에요.
5분 전 5시다. 학교는 보통 5시까진데,
써도 돼, 근데 너 내 이름은 아니?
아니요 잘 몰라요.
주소도 모르지?
지금 Facebook으로 보낸다. 그 거 보고 써.
Facebook에다 이름과 주소를 쓰고, 아는 사람에게 서류가 정확한지 체크받고, 서류 우송에 오늘 소인이 필요하면 밤 12시까지 우체국 본국으로 가져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음을 정리하니 편하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도 어제와 오늘이다. 내가 아주 참 만만했나 보다.
오늘도 오뎅이 맛있게 완성했다.
오늘 제가 산 야채와 과일, 키위는 사과와 같이 비닐봉지 속으로.
금방 씻은 긴칸과 당근, 당근은 연해서 그냥 과일처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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