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5 ‘국가 전복’이라는 것
오늘 동경은 날씨가 맑았지만,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추운 날씨였다. 바람이 센 날에는 밀폐성이 높은 아파트도 문 틈새로 찬바람과 냉기가 들어온다. 며칠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에서 기온도 떨어져서 확실히 추워졌다.
근래 한국의 국정농단에 관한 기사를 읽느라고 바쁘다. 아직 연휴기간이라, 집에서 쉬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새로운 기사가 올라온다. 마치 ‘드라마’처럼 수사와 청문회,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아니면 정유라가 잡힌다는 등 새로운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히트는 ‘촛불집회’가 ‘민심’이 아니라는 대통령 변호단의 발언이 되겠다. ‘촛불집회’가 ‘민심’ 즉 ‘민의’가 아니라면 ‘천의’나 ‘신의’라도 된다는 말인가? 변호단에서는 무리하게 ‘촛불집회’가 마치 북한의 사주라도 받은 것 같은 인상을 억지로 ‘조작’하려 했지만,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샀을 뿐이다. 또 하나는 ‘검찰의 수사 기록이 증거 자료가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수많은 ‘거짓말’을 너무 뻔뻔하고 자신 있게 하던 사람이라, 변호단이 ‘대단한’ 반증이나, 반론이 준비된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변호단의 변론은 허무한 ‘개그’가 아니다.
가끔 추상적인 말이 이해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국가 전복’이라는 어마 무시한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국가 전복’이라는 것은 한국의 문맥에서는 북한에서 무장공비가 침투한다던지, 간첩단의 남파, 반국가적인 행위를 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상황은 대통령으로 인해 ‘국가 전복’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내려온 무장공비나 간첩단이 아니라,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었다는 대통령에 의해서 ‘국가 전복’이 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무장공비나 간첩단으로 ‘국가 전복’이 된다는 것은 ‘만화나 영화’ 같은 ‘허구’에 속하는 허무맹랑한 것이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촛불집회’를 ‘종북’으로 몰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종북’이 아닌 것과 같다.
‘세월호’의 침몰은 지금 진행 중인 ‘대한민국호’ 침몰의 전조처럼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유감없이 신통한 ‘실력’을 발휘했다. 즉 ‘대한민국호’를 전복시켰으니까. ‘세월호’의 선장이 침몰해가는 배를 두고,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 도망간 것처럼, ‘대한민국호’를 ‘전복’시켜놓고 ‘선장’인 대통령이 책임은커녕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면서 도망가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해 가고 있다.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를 ‘촛불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당기며 서로를 ‘구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아무리 필사적이라고 해도,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호'는 침몰해 가고 있다. 재판을 통해서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시간을 끌면서 밝히겠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호'를 더 확실히 침몰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국가 전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의 아버지 또한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 전복’을 한 사람이다. 그것은 군대라는 무력을 내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국가 전복’은 아버지 때처럼 군대라는 무력을 앞세운 것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제도에서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아버지보다 더 능력이 탁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를 이어 ‘국가 전복’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완벽히 아버지가 했던 걸 계승한 것이 아닐까? 대단하다.
사진은 춥고 흐린 우울한 겨울 날씨인 날에 갑자기 앙상한 느티나무 가지에 어디선가 작은 새들이 날아와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처럼 날면서 춤을 추는 기적 같은 장면을 연출해 준걸 찍은 것이다. 기적 같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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