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3 유라야, 반가워!
오늘 동경은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따뜻한 햇볕에 이불과 담요를 널었다. 날씨가 너무 좋은 것이 집에 있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어디 갈 데도 없지만, 갈 예정도 없다. 기분전환을 위해서 청소를 했다. 역시, 가장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는 것은 ‘청소’다. ‘청소’와 ‘빨래’는 거진 동급이지만, ‘청소’가 더 효과적이다. 그것도 청소하기에 최적화된 날씨에 청소를 하면 더 좋다.
오늘은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밥을 하면서 청소를 시작했다. 밥이 되는 동안에 청소를 하는 것이다. 청소를 마치고 홋카이도에서 온 연어를 굽고, 유이에서 산 냉동 사쿠라 에비와 시라스를 해동해서 밥 위에 얹어서 먹었다. ‘홍백동’이라고 일본에서 ‘홍백’은 ‘경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홋카이도에서 온 자연산 연어를 비롯해 유이에서 산 사쿠라 에비와 시라스도 아주 맛있었다. 밥이 내가 먹는 잡곡밥이 아니라, 흰쌀밥이 더 어울릴 맛이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물리적으로 배가 부른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얻는다. 요즘, 뜨개질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봤더니,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잡혔단다. 드디어, ‘드라마’의 핵심 멤버가 등장했다. 한국에서 나라가 망해갈 지경에 이른 ‘드라마’는 모든 장르를 어우른다. 최근에 ‘미스테리에 스릴러’까지 더해져서 흥미진진을 넘어서 국민들이 ‘멘붕과 피폐’에서 ‘공포’까지 맛보고 있다.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가 될까? 지금까지 최순실을 비롯한 간판급 스타가 나왔지만, ‘드라마’의 특성 때문인지 간판급 스타들이 하나같이 집단적으로 ‘기억상실’에 빠진다는 특징을 보였지. 주역급들 연기패턴이 부자연스럽고 단순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맥 빠지고 식상하게 했지. 물론, 거기에는 아주 소수이지만, 신선한 전개를 보인 사람도 있어. 그 분들도 요새 ‘미스테리에 스릴러’ 쪽으로 전개가 되는 것 같아, 걱정을 하고 있지. ‘드라마’라고 하지만, 엄연히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한국에서는 유라가 귀국하는 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아. 전 유엔사무총장을 하셨던 분도 귀국하신다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분과 비교도 안되게 정유라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그 분에게는 상당히 미안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드라마’에서 그분은 가끔 나와서 헷갈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만, 유라는 그야말로 ‘핵심’이잖아. 어느 신문에서 ‘태풍의 눈’이라고 형용했더군, 나는 ‘다크호스’라고 할게. ‘드라마’의 흐름을 바꿔줄 중요한 인물이니까……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좀 실망했어. 엄마인 최순실이 등장했을 때도 ‘불쌍한 콘셉트’으로 ‘연기’ 했거든. 눈물도 보였다지. 물론 그 연기는 다른 분의 전매특허지만, 지금까지 아주 잘 먹힌 콘셉트이기도 하지. 요새는 한국사람들의 ‘학습효과’로 더 이상 눈물 연기에 속지 않는 모양이더라고…… 물론, 극히 일부의 ‘광신도’도 있기는 하지. 내가 실망한 것은 유라가 다른 주연급들과 달리 확실히 소신을 가진 ‘발언’을 기대했더니, 피는 물보다 진한지, 엄마와 다른 분들과 아주 닮은 선상에서 ‘발언’을 했더라. 참으로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비슷한 연기 패턴을 유지하기로 ‘대본’이 완성됐나?
유라 엄마도 딸이 보고 싶다고, 자식이 걱정이라고 했어. 유라도 같은 맥락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불쌍한 콘셉트’을 보였어. ‘아이가 보고 싶다’, ‘아이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한국에 들어간다’,‘부모도 이혼을 했지만 나도 이혼해서 혼자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등 어떤 분이나, 최순실의 ‘발언’처럼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핵심’을 아주 명확히 알고 있더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기 패턴이 일관된 ‘통일감’을 보여줬어. 근데, 그런 ‘발언’은 사람들이 들으면 언뜻 헷갈리지. 아주 어린 아기와 그 엄마에게 ‘나쁜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지.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그동안 보도를 통해서 많은 걸 알아버렸지. 유라네 친척들까지 알아, 사촌도 있고 이모네도 있다는 걸 알지. 아기아빠네도 있을 거고, 이번에도 ‘보모’로 추측되는 분까지 같이 움직였다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정말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면, 수사를 하시는 분들이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배려를 하겠지. 부탁인데, 아기를 미끼로 쓰진 말아. 설마, 아기까지 ‘드라마’에 휘말리는 걸 바라진 않겠지?
이걸 쓰다가 언뜻 생각이 났는데, 유라는 세월호 아이들과도 비슷한 또래잖아? 그런 의미에서 배에 갇힌 채 바다에 묻힌 아이들,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 부모님들 마음도 조금은 상상이 가는지? 평범한 시민들도 또렷이 기억하는 사고 당일날 한 일에 관해 '기억상실'을 했다는 어떤 분의 '발언'이 세월호 아이들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아픈 가슴을 거듭 후벼 파고 있지. 유라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던 같지만, 관심이 있고 없고의 차원이 아닌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유라에게 기대하고 있어. 유라가 했던 마술 경기처럼 ‘멋있고 폼나게’ ‘드라마’의 전개를 바꿔줄 것을, 유라에게 기대하지. 현재, 한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적인 존재라는 걸 인식하길 바라. 유라가 ‘멋진 경기’를 해서 이 역겨운 ‘드라마’를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 아기가 기다리잖아, 솔직히 아기가 무슨 죄니? 유라가 최순실의 딸이라, 각종 불법적인 특혜를 받은 것 때문에 엄청난 ‘드라마’가 드러나기 시작한 걸로 알거든. 그러니, 유라라는 ‘핵심’ 인물이 드디어 등장했으니, ‘드라마’를 종결해주길 바라. 아기나 유라에게도 ‘미래’가 있잖아. 그런 의미에서 너무 반가워.
혹시 친근감 어린 표현이 거슬렸다면 미안해,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친근감이 생기고 말았네.
사진은 명절을 준비하는 신사와 일찍 핀 수선화, 연하장을 기다리는 우체통 등이다.
'한국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란’이었다 (0) | 2020.01.03 |
---|---|
‘국가 전복’이라는 것 (0) | 2020.01.03 |
작은 가방에 마음을 담아 (0) | 2019.12.27 |
김정일 사망 (0) | 2019.12.27 |
드라마는 진행 중 (0) | 2019.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