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2 위험한 ‘신격화’
오늘 동경은 건조하게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모노레일에서 멀리 하얗게 눈 덮인 후지산에 깨끗하게 보였다. 후지산 앞에는 다른 산들, 눈이 내린 연봉도 선명히 보여서 내가 사는 곳이 분지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멀리 있는 후지산은 날씨가 맑으면 잘 보인다. 그러나 거리로는 가까운 다른 산이 선명히 보이는 일은 드물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일몰시간을 전철에서 맞았다. 공기가 맑고 건조해서 일몰이 아름답게 보였다. 날씨와 일몰이 예쁘게 보이는 타이밍에 가장 좋게 보이는 좌석에 앉았다. 겨울에 가끔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운이 좋은 날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켜서 한국뉴스를 본다. 오마이TV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생중계가 있어서 봤다. 어떤 장면이 연출되는 것일까, 약간의 궁금함이 있었다. 그런데, 전형 예상치 못했던 걸 알게 되었다.
오마이TV 기자가 인터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분들이었다. 반기문 씨를 지지하는 이유는 각자 달랐지만, 그 분들의 ‘공통점’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점이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내가 한국을 잘 몰랐던 점일 수도 있다. 반기문 씨를 지지하는 이유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그들에게 반기문 씨가 이미 ‘신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의 ‘신격화’는 강요된 것이 아니라, ‘신’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신’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면, ‘신’을 만나기 쉬울지도 모른다. ‘신격화’되어 있다는 것은, 반기문 씨를 지지하는 것이 ‘종교’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교’나 ‘신격화’의 ‘공통점’은 ‘맹목적’이라, 흔들림이 없고 비판할 여지가 없다. 자신들의 지지하는 ‘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비판하면 ‘적대’하게 되겠지……'통합'이 될 수가 없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을 ‘신격화’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기에 보통 ‘인간’들이 평가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막가파에 배째라는 억지와 어떤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지지자들은 ‘흔들림’이 없다. 어차피 ‘신’이기에 ‘인간’들이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한 자신인 것이다. 자신들의 ‘신앙’의 대상인 ‘신’에게 세상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 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호가 이해된다. 변호는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신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선포하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신자’여 행동하라. 그 결과 ‘촛불집회’는 자신들을 박해하는 ‘악의 무리’가 되기에 맞불로 탄핵반대 집회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
반기문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자신들을 지배하고 통치해줄 ‘신’을 ‘열망’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신’이 자신들을 통치해줄 것을 절실히 바란 결과, ‘신’이 되어줄 ‘대상’으로 반기문 씨가 낙점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지지자들에게는 반기문 씨의 실체가 어떤 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몰랐던 것은 한국사람들이 자신들을 통치해줄 사람이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몰랐다, 지금 이 시대에 '신'을 기대하다니……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최순실’을 ‘열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통치를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이 아닌 ‘인간’이 통치를 하는 것이고,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세상의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은 '검증'할 필요도 없고 '인간'들이 '투표'로 뽑는 존재도 아니다.
‘신’을 기다리는 심리는 ‘위험’하다. '사기'당하기 쉬운 심리이기도 하다. ‘신’을 기다린다는 것은 ‘이성’을 뛰어넘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만큼 ‘절망적’인 파멸을 향한 ‘역행’이기도 하다. 오늘 반기문 씨 귀국 중계를 보고 '민생'이 아닌 '민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인간’들이 ‘신’들의 통치에서 많은 희생과 기나긴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가 인간의 통치인 것이다. 그런 걸 단숨에 ‘역행’한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지지하는 사람을 ‘신격화’ 하지 말고 냉정히 이성적으로 비판하며 세상의 법으로 ‘검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절대적인 ‘신’을 원하지 않는다. 같은 ‘인간’이 자신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며, 그 길을 성실히 ‘모색’해서 ‘실천’ 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같이 가는 길인 것이다.
사진은 현란하게 화려한 비단잉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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