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2 일본에서 집 고르기
요사이 며칠 동경은 날씨가 춥다.
기온이 낮은 데 비가와서 비가 눈이 되기도 한다. 기온이 낮아도 날씨가 맑으면 햇빛이 나니까 따뜻하다. 비가 오면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추워도 아이들은 눈이 오면 좋아한다. 동경에서는 눈이 오는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오면서 날씨가 추웠다. 어젯밤도 늦게 자서 아침에 천천히 일어났다.
내가 사는 곳은 임대아파트이다. 한국에서 말하자면 주택공사 같은 데서 임대를 하는 곳이다. 임대아파트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수입이 적은 사람을 위한 저렴한 것과,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중가 비슷한 것이다. 나는 수입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저렴한 곳을 못 빌린다. 적어도 임대료 세 배 이상 수입이 있어야 빌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임대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옆 집이 비어서 작년 연말부터 보수공사를 했다. 보수공사를 꽤 오래하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보수공사를 하는 사람이 왔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에게 옆 집을 보러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원래는 관리사무소에서 열쇠를 받아와야 하는데 공사하는 사람이 있는 사이에 들어가 봤다. 내가 사는 집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만, 전망이 조금 다르다. 내부 설비는 새 걸로 싹 바꿔놨다. 욕조와 변기까지 새 거다. 친구가 15분후에 온다고 해놓고 30분이 지나도 안 나타난다. 결국 아저씨는 45분을 기다리다 가고 말았다. 관리사무소를 갔더니 거기도 사람이 없었다. 오늘은 못보고 말았다. 친구는 같은 단지에 다른 동 5층 꼭대기 맨 끝쪽에 산다. 전망도 앞 뒤로 같은 아파트가 늘어선 것이 보인다. 창문을 열기도 싫고 창밖도 보고 싶지 않다. 다른사람들 시선을 의식해서 항상 레이스커튼을 쳐 밖에서 안보이게 한다. 집은 어두워서 항상 전기를 켠다. 일본에서는 이런 걸 보통으로 안다. 집 밖보다, 집안을 중요시하고 신경을 쓴다. 나는 집 구조가 같으면 집밖이 훨씬 중요하다, 전망과 집주위 환경이 좋아야 한다. 창문을 통해서 계절을 느끼고, 즐길 수 있어서다.
친구네는 집구조도 내가 사는 곳과 달라서 방이 둘인데 작아도 둘로 나눠져있어 집이 밝은 쪽과 어두운 쪽으로 나눠지고, 바람도 잘 안 통한다. 집도 더 좁고 답답하다. 맨 위층이라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일본사람들은 아파트를 고를 때 내친구처럼 고른다. 윗층이나 옆집이 없는 걸 선호한다. 주위에 방해받는 걸 싫어하고 신경쓰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내친구는 나이도 60세 정도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시장을 본 것을 들고 5층까지 올라가고 내려온다. 집을 나오는 것도 겨울에는 추워서 싫고, 여름에는 덥다. 그러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싫다. 내가 그 집에 놀러가도 겨울은 바깥보다 춥고, 여름은 찜질방 같다. 냉난방도 거의 안 쓴다. 겨울에도 추운 걸 참고 산다. 여름은 말라서 그런지 더위를 덜 느낀단다. 내가 보면 이 친구는 억지로 자신을 학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앞 집이 비어서 보수공사를 하길래 와서 보라고 연락을 했다. 그보다 먼저 학교에서 만났을 때 이사할 걸 검토하라고 했다. 지진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친구네는 5층이여서 그런지 책장이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넘어진 책장에 깔리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나는 3층이라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 텐데 같은 조건이면 편하고 쾌적하게 살기를 바란다. 앞에 살면 서로가 편하기도 하다.
내가 사는 동은 큰 길 앞이다. 큰 길이라도 차가 거의 안다녀서 조용하다. 맨 앞 동이지만, 앞에는 나무가 우거져있어 전망이 좋다. 여름에는 나무잎이 우거져 햇빛을 적당히 차단해주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서 아침해가 그대로 들어와 밝고 따뜻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방이 셋인데, 집이 밝고 해방감이 있다. 창문도 방문도 열어놓고 커튼은 겨울에 밤에 추울 때 만 친다. 내가 보기에는 같은 임대료에 여러모로 친구네 집보다 훨씬 좋고 편리한 조건이다. 이사를 할 때도 조망이 좋고 밝은 데로 골라서 여기로 정한 거다. 친구는 우리집에 와서 보고 좋다고 한다. 이사하기가 귀찮겠지만, 앞으로 길게 살걸 생각해서 괜찮은 곳을 놓치지말고 이사했으면 한다, 친구가 고생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자신을 좀 아끼며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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