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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찍 받은 초콜릿

2018/02/14 일찍 받은 초콜릿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씨다. 최고기온이 13도에 최저기온이 영하 3도로 비교적 따뜻한 날씨다. 연휴를 쉬고 어제 추워서 날씨가 따뜻해진 낮에 도서관에 갔다. 어제는 새로 온 책이 많은 날로 읽을 만한 책도 있어서 좋았다. 도서관은 원래 건물 전체가 따뜻한데 어제는 앉아서 책을 읽는데 으슬으슬 추웠다. 나만 추운가 싶어서 주위를 봤더니 학생들도 외투를 입은 채로 앉아 있다. 도서관 직원에게 물었더니 도서관이 문을 닫은 3일간 난방을 꺼서 난방을 켜도 전체가 따뜻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아침에 도서관에 왔을 때는 바깥 기온과 차가 별로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괜히 나만 추운게 아니었구나. 나도 다운코트를 입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요즘 날씨는 기온이 올라갔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춥다. 집은 남향이라서 맑은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햇볕이 들어와 실내가 따뜻하지만 바깥은 여전히 춥다.

 

오늘도 산책을 겸해서 도서관에 가서 어려운 책을 집중해서 읽을 생각이었다. 도서관이 이번 주까지 열고 다음 주부터 2 주 정도 내가 항상 가는 곳은 쉰다. 도서관에 서고나 개인 독서실도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있지만 항상 가는 곳이 아니면 뷰가 답답하다. 그래서 도서관이 쉬는 걸로 여기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것은 친한 직원이 오는 날 가는 것이 훨씬 즐겁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고 싶었지만, 내일까지 마감인 서류가 밀려서 오늘은 블로그를 올리고 얌전히 집에서 서류를 작성하기로 했다. 목표는 오늘 중으로 서류작성을 마쳐서 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이런 서류작성은 논문을 한편 쓰는 것 보다 훨씬 귀찮은 것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필요한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

 

 

요새, 주위에서 받은 '과자'가 많았다. 일본에서 '과자'라고 하면 보통 마트나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가게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서 '라면'하면 '인스턴트 라면'을 뜻하지만, 일본에서 '라면'은 가게에서 만들어서 파는 것을 뜻한다. 내가 받은 과자 중에는 학기말에 미국친구에게 일찍 받은 초콜릿도 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라고 일본에서는 주로 여성이 주위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특별한' 것과 그냥 인사로 주는 것은 확연히 차가 난다. 관례적인 인사로 뿌리는 것을 '의리'로 준다고 해서 '기리초코'라고 불린다. 거기에 반해 자기가 좋아하는 '특별한 대상'은 주변에 있는 '의리'가 아닌 '혼메이 초코'라고 구별한다. '기리초코' '오카에시' 하지 않아도 되지만, '혼메이'는 화이트데이에 받은 것에 대한 응답으로 나름의 '오카에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여성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기회지만, 남성들이 기쁘면서도 긴장감이 조성되는 행사이기도 하다여기에서 '특별한' 것은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인사로 뿌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작은 선물로 과자를 주고받는 것은 꼭 '특별한 이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들끼리, 다양한 관계에서 그에 맞게 '의미'를 담은 과자를 주고받는다. 거기에서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과자는 '의미'를 통해서 전달하고 받는 '기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는 미국친구처럼 알기 쉽게 '카드'에 쓰거나, 색상별로 주려고 초콜릿 종류를 다 사는 걸로도 '표현'을 한다. 또 다른 표현은 과자의 '포장'이나, '맛과 모양'이 주는 즐거움 '가격' 또는 과자에 포함된 '의미'로도 한다. 과자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겹겹히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전하는 '의미'를 읽고 통하면서 느끼는 행위가 작은 선물에 담긴 엔터테인먼트로 '게임'과 비슷하다. 과자를 주고받는 것도 나름 많은 상황을 읽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센스있게 전하는 '인성과 교양'이 함축된 것이다.

 

미국친구는 나에게 색상을 맞춰서 주려고 많은 색상별로 초콜릿을 샀다고 한다. 색상에 따라 들어 있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베에서 만든 것으로 작은 잎사귀 모양이 귀여운 것이 특징이다. 친구가 준비하며 포장해서 내가 좋아하는 예쁜 깡통에 넣어서 준 마음이 전해져서 '행복'하게 해준다. 친구 어머님이 작년 겨울에 갑자기 쓰러져서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친구는 같은 건물에 살아서 통상적인 일을 하면서 어머님을 돌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머님이 병원에서 무사히 퇴원하고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서 음식을 할 겨를이 없어서 도시락을 살 때 내가 만든 피클을 가져다줬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위안이 되라고 줬다. 힘들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작은 배려로 서로 힘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일하는 동료 중에 생각이나 경향은 다르지만, 가장 가깝게 느끼는 친구이다.  

 

다음 과자는 나고야 지방 명물로 '우이로'라는 과자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친한 직원이 준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다른 일로 '비즈공예'를 하는 아티스트다. 작년에 아버님이 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아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말에는 부부가 가족도 볼 겸 시골에 가서 지내고 왔다. 가볍고 경쾌한 포장으로 먹기 전에 눈을 즐겁게 해준다. 지금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 가끔 눈으로 보면서 포장지와 과자의 색상의 경쾌함을 즐기고 있다. 녹색은 '맛차'에 분홍은 '벚꽃' 색으로 봄을 기다리는 색이다.   

 

일본에는 '세쓰분'이라고 입춘 전 날인 2 4일에 볶은 콩을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오니와 소토, 후쿠와 우치'라고 한다. '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라는 뜻이다. 볶은 콩을 자기 나잇수에 맞춰서 먹으면 '액땜'이 된다는 연중행사이다. 어린 아이가 있으면 귀신 가면을 쓰고 콩을 맞기도 한다. '세쓰분'이 되기 전에 '세쓰분'에 뿌리는 볶은 콩이 많이 팔린다. 1 월말경에 캔버라에서 안 사람이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 사람이 전에 동경에 있을 때 산 곳이 아자부쥬방이란다. 그 근처에서 유명한 '콩과자'를 사왔다. 일본에는 '콩과자'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이 것은 포장이 아주 훌륭하다. 그 가게 역사가 130년이 넘었다고 유서가 깊은 곳인 모양이다. 안에 담긴 것과 먹다가 남았을 때 묶는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아직도 먹고 있는 과자가 마지막 사진이다. 아는 사람이 줬다고 나에게 준 것이다. 작은 상자가 묵직했다. 상자 포장은 수수했는데 열었더니 묵직하게 꽉 찬 느낌의 과자가 포장지도 금박과 은박에 종이를 덧씌운 것으로 고급스럽다. 과자도 '무병식재'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무화과와 말린 과일을 안에 넣은 서양식 과자다. 먹었더니 겉은 서양식인데 안은 동양의 맛? 한약재가 든 것 같은 맛이었다. 맛이 강하지 않아도 작지만 묵직한 과자였다. 그림도 좋은 징조를 나타내는 '표주박'이 여섯 개 그려진 것은 일본어로 '무병'이라는 발음과 같아서다. 그런 전통적인 '의미'를 담은 새로운 서양식 과자인 것이다. '의미'가 층층히 겹쳐진 포장지가 수수하지만, 과자 포장이 화려한 것처럼, 포장지에 밀리지 않는 작지만 묵직한 과자이다. 과자에도 '품위과 격조'가 있어서 그런 과자를 골라서 보내는 사람을 상상하게 한다.

 

보통 일본에서 괜찮은 과자는 걸맞는 차가 있는 걸 전제로 한다. 통상적으로 '일본차'라는 '센차'에 맞춘 맛이라고 보면 된다. 단 맛이 강한 것은 '맛차'라는 '센차'를 곱게 갈아서 가루채로 마시는 강한 맛의 차로 색감이 짙거나 산뜻한 녹색이다. 지금은 커피를 많이 마시고 '홍차'도 이전부터 즐겨 마시는 차라서 과자가 어느 차와 잘 맞는지, 맞는 것과 곁들여서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그런 의미에서 표주박 그림이 그려진 과자는향기가 강한 '홍차'와 맞는 과자였다. 다른 것은 '센차'를 의식한 것이다. 초콜릿은 '커피'와 잘 맞았다.

 

작은 선물인 과자가 주는 '행복과 즐거움'이 쏠쏠하다. 걱정이 있다면 나에게 '지방'이라는 '고민'도 안겨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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