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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후배의 취직을 기원하며

2015/02/21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읽을 책이 있었다. 그러나 청소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날씨가 흐리단다. 청소하기에는 오늘이 좋은 날이다. 청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청소를 한 날에 꼭 김을 구어서 먹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다. 청소를 했는 데 김가루 날리는 게 싫다. 오늘은 청소를 하기 전에 김을 구어놓고 청소해야지. 내가 무척 똑똑해진 느낌이다. 가끔은 이렇게 머리가 돌아갈 때도 있어야지 항상 미련하게 살면 안되지

김을 굽고 청소를 했다. 기분도 산뜻해졌다. 그런데 왠지 빈대떡이 먹고 싶어서 빈대떡을 부쳐 먹었다. 결국, 김가루를 날리진 않았지만, 청소한 당일에 텁텁한 기름냄새를 풍긴다. 집안에 기름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다 열었다. 아무래도 나는 헛똑똑이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까 좋다.

한국에서는 설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평범한 날이다. 전날까지 집에서 지내다가 도서관에 갔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보려고 갔더니, 항상 책을 읽는 열람실이 있는 4층이 폐쇄했단다. 4층에 있는 책도 점검 중이라서 못 읽는다고 한다. 신문과 잡지를 읽는 데, 이사를 도와줬던 친한 후배가 새해 인사를 한다. 후배는 그 날이 한국에서 설이라는 걸 전혀 모른다. 실은 오늘 한국에서는 설날이야. 그럼 제가 인사를 잘 했네요. 작년 가을에 연락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봤다. 내가 준 흰색 캔버스천가방을 잘 들고 다녀서, 가을색감이 나는 가방을 개비해주려고 연락했었다

지난 번 가을과 겨울에 쓸 가방을 주려고 연락을 했었어. 4층이 폐쇄해서 책도 못 본다는 데, 오늘 시간이 있으면 우리집까지 산책해서 가자고 가방을 줄테니까. 날씨도 따뜻하고 산책하기에 좋잖아. 오늘은 시간이 있어요. 그러면 복사를 하고 나올테니까, 만나서 같이 가요. 후배도 대학부근에 20여년 이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주변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우리집에도 몇 번인가 왔었다. 둘이서 도서관을 떠나 대학정문을 거쳐서 논과 밭, 작은 개울을 지나, 매실밭을 둘이나 건너서 초등학교를 거쳐서 강가에 왔다. 강에서는 후지산도 보이는 데, 구름이 끼어서 안 보였다. 거기서 다시 올라와 공원을 거쳐서 우리집까지 왔다. 후배는 길이 산책하기에 좋다고 감탄을 연발한다. 그래서 내가 도서관을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잖아. 차도 별로 안다니고 걷기에 좋은 길이지…

집에는 서울에서 친구가 가져다 준 한국반찬이 있다. 시간이 어중간했지만, 후배에게 밥을 먹고 가겠냐고 물었다. 밥을 먹겠단다. 갑자기라서 멸치국물을 내서 미역국을 끓였다. 반찬이 없다니까, 괜찮아요, 실은 점심을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아요. 그래, 전날에 네팔아이가 와서 밥을 얼마나 많이 먹던지, 가는 날도 밥을 목구멍까지 차게 먹어서 이상하게 걷더라니까. 밥이 맛있다는 데, 심리적인 굶주림이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후배는 파트너가 있는 데, 홋카이도에 직장이 있어서 평소에는 떨어져서 지내고 방학 때 후배가 가서 같이 지낸다

심리적인 굶주림이 없는 후배도 밥이 맛있다면서 많이 먹는다. 점심도 먹었다면서 아직 저녁 때도 안된 시간이다. 밥을 맛있게 먹고나니 후배 얼굴이 아주 부드러워진다. 후배나 학생, 친구가 놀러오면 밥이나 음식이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요리를 못 한다. 내가 보기에는 나와 밥을 먹는 것이 기쁜 모양이다. 그래서 맛있게 느끼는 것 같다. 심리적인 포만감을 준다고 할까…

후배에게 사회정세에 관한 말을 했더니, 격하게 동감한다. 선배, 일본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써주세요 한다. 글쎄, 비판에서 뭐가 나올까. 우린 교육을 직업으로 먹고 사는 데, 교육의 힘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교육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 들 때도 있어. 근데, 우리를 가르쳤던 선생들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내용과 행동이 전혀 달랐거든. 내가 보기에 그건 사기고 기만이야. 우린 적어도 가르치는 내용과 다르게 행동하는, 학생들에게 사기치는 일은 하지 말자고


후배가 다음 주 월요일에 면접을 본단다. 아직은 비공개로 파트너와 나만 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 나를 만나서 직감적으로 이번 일이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단다. 이 후배에게 나는 무섭디 무서운 선배로 해준 것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선배,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그러면서 면접시간을 알려준다. 오후 한 시에서 두 시라고. 내가 아는 한 면접에서 주의할 것을 말한다. 통상적인 면접이면 자신들과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거니까, 어떤 인상을 주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너무 샤프해 보이니까, 인상이 부드럽게 보이도록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그리고 너는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그동안 쭉 성실히 교육과 연구를 해왔잖아, 그 건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봐. 더군다나 거기가 홋카이도라니까,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위해서 기도할게, 그러니까, 면접에서 혼자가 아니라 그동안 너를 지켜본 무서운 선배도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정도야. 아니에요, 전 선배와 만난 것만 해도 좋은 징조같아서 마음이 든든해요. 고맙다. 아무튼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자고

어제는 대학에 있는 산에 올라갔다. 꼭대기에 옛날 절터였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20여년 이상 후배를 지켜봤으면, 후배가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봤을 거라고, 다른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동네에서 다른 곳도 두 군데가서 물었다. 월요일, 후배가 면접을 하는 날에도 어딘가에 가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후배의 길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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