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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19와 아베 정권 지지율

오늘 발표한 아베 정권 지지율이 지난 달보다 8.3%나 하락한 41%라고 한다. 지지율이 2년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 게 지지율 하락 이유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지지율 하락 이유가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적 이용 의혹 은폐와 복합 리조트 스캔들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확산 방지를 잘했다는 평가라고 한다. 외국인 입국 제한도 긍정적인 평가 이유라고 한다. 나는 지지율이 하락했다지만 41%라면 높다고 본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매일 같이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다르구나, 총체적 난국으로 보이는 상황이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역시, 일본에서는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한 모양이다. 

 

요코하마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는 크루즈선에서 오늘 감염 확신자가 70명 추가로 나와 크루즈선에서만 355명이 되어 일본 전체로는 400명이 넘었다. 아마, 내일이 되면 500명이 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크루즈선을 요코하마항에 정박시켜 감염될 환경에 방치해서 하선을 못하게 한 것은 중국 밖에 또 하나의 '우한'이 일본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우한'이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한 도시로 코로나19에 대해 부족한 의료 설비와 의료진으로 인해 타지역으로의 전염 방지를 위해 봉쇄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일본 크루즈선은 전혀 다르다. 크루즈선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지만, 마치 코로나19를 배양이라도 하듯, 생체실험이라도 하듯 방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크루즈선에 있는 사람들은 가장 고립되어 있었다. 크루즈선 승선자 검사가 진행되면 감염 확진자가 늘 것이고 국내 확진자도 늘고 있다. 크루즈선의 상황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세계적으로 일본 정부가 지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일본도 지역 감염으로 봐야 할 상황, 방역 실패, 감염 예방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하루종일 안개가 낀 것 같은 날씨였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아도 흐려서 따뜻하지 않았다. 날씨가 나빠도 청소, 유리창 청소까지 했다. 겨울에 문을 닫고 생활하는데 무슨 먼지가 많은지, 걸레가 더러워진다. 

 

오전에 요코하마에서 어제 구급대원이 1명 감염 확진자가 된 것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구급대원이 증상을 보인 것은 크루즈선의 감염 확진자를 운송한 당일 밤이었다고 한다. 잠복기간을 생각하면 크루즈선 승선자 운송과 상관이 없다는게 된다. 당국에서는 크루즈선 승선자 운송시, 의료 기관 의사 수준으로 충분한 방호복 등을 장착했는데도 전염이 되었다면 '예상 밖의 일'이라고 한다. 황당한 것은 증상을 보인 후에도 구급대원이 출동해서 구급환자를 반송했다. 구급환자 반송시에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서 동료나 환자, 병원 관계자에게 전염 우려가 있다. 

 

나는 일본 당국에서 쓰는 '예상 밖의 일'이라는 표현에 트라우마가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때 자주 사용했던 말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으니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지진 때도 지진과 쓰나미라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방사능 유출이라는 인재에 해당하는 사항에 사용되었다. 천재지변에 대한 표현이라면 이해가 간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였다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방사능 유출은 인재였다. 이번에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검역관이나 구급대원의 감염 방지, 휴먼 에러에 해당하는 사항에 같은 말을 쓰면 안된다. 일본에서는 '예상 밖의 일'이라는 말에 모든 사고가 정지되는 마력이 있어 금방 체념과 포기의 경지에 이른다. 당국에서는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이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면 이런 사태에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기자회견을 통해서 일본 사회 실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리테라에서는 한국에 비해 일본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가 너무나 엉망이라는 기사가 연속으로 나오고 있다. 나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처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우한 교민의 격리생활에도 정신적인 케어까지 고려했다. 격리생활이 끝나자 생활비 지원 뉴스가 떴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책도 벌써 나왔다. 외국인에 대한 주의도 진즉에 6개국어로 냈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쉴 경우는 병가로 유급 처리하게 했다. 일본과는 비교불가의 섬세하고 안심할 수 있는 서포트다. 솔직히 나는 이런 대응을 보면서 한국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감격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증상이 나온 경우 병가로 쉴 수 있지만, '무급'이라고 정부에서 고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쉬지 못하고 회사에 출근했다고 한다. 말도 안되지만 일본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정책의 결과다. 결국 돌고 돌아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외국인에 대한 고지도 영어로 나왔는데 이상하다고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오늘 리테라 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확인된 것은 1월 16일이었다고 한다. 1월말에는 WHO에서 긴급사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 감염된 사망자가 나온 2월 13일까지 감염 전문가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자가 나온 이후, 14일부터 감염 전문가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크루즈선이 요코하마항에 정박해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승선자를 방치해서 매일 같이 감염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도 일본 매스컴의 태도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마치 일본이 코로나19 청정 지역이라도 되는 듯이 무방비하고 안이했다. 코로나19에 대해서 매스컴의 보도가 급격히 변한 것은 일본에서 감염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동시에 전국적으로 감염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세계가 아무리 크루즈선 승선자를 방치하는 것이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비난해도 일본에서 보면 먼나라 이야기였다. 

 

리테라 기사를 보면 일본에서 사망자가 나온 이후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나온 이후도 아베 총리는 대책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은 13일 15분, 14일 8분으로 아주 짧다. 그에 비해 지지자와 식사나 동료 의원들과의 회식에 시간을 썼으며 신문사 사장과 회장과는 3시간이 넘는 식사 등으로 장시간을 보냈다. 14일에는 오키나와에서 북해도까지 감염 확진자가 나온 상태였다. 그 외에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과는 달리 아베 총리의 일정은 여유로운 모양이다. 일본 정도의 대국이면 총리가 나서서 진두지휘 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원활하게 잘 돌아 가겠지? 아베 총리는 우한에 있는 일본인을 가장 먼저 전세기를 날려 데려오는 등 대외적으로 대처를 아주 잘하는 이미지 메이킹을 너무 훌륭히 잘했다. 크루즈선만 어떻게 잘 대처해서 넘기면 될 줄 알았다. 그러는 사이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가 피크를 넘어 안정기에, 한국에서도 5일이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안정되어 가는 시기에 일본에서는 거꾸로 감염 경로 확인이 되지 않는 감염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했지만, 긴급한 상황이 아닌 모양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한 것이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아베 총리가 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라고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모양이다. 아베 총리를 굳건히 지지하는 일본 국민의 '애국심'이 대단하다. 그런 '애국심'이라면 코로나19 정도는 가볍게 극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