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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크루즈선 승객의 불안한 하선

요코하마항에 정박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오늘 79명 추가되어 크루즈선에서만 621명이 되었다. 일본내 다른 확진자를 더하면 700여명에 이르렀다. 

 

2월 3일에 도착해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크루즈선에서 격리기간을 마치고 오늘부터 하선을 희망하는 80세이상 고령 승객부터 500명의 하선이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21일까지 3일에 걸쳐서 하선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만 대상이고 감염 확진자와 같은 방을 썼던 승객은 배에 남게 된다고 한다. 하선 과정에서 검역이 철저히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는데, 열을 재고 건강상태를 묻는 정도였다고 한다. 하선한 사람들은 대절한 버스를 타고 바로 인근의 큰 역인 요코하마역에서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귀가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15일 전에 검사해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 후에 감염을 우려해서 하선시 다시 검사를 요구했지만 음성 판정이 난 사람이 감염되지 않는다며 거부당했다고 한다. 하선한 사람들도 불안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겠구나 싶었다.

 

오늘 동경은 춥지만 맑은 날씨였다. 요새 코로나19 뉴스를 자세히 보고 있어서 오늘도 일본 뉴스와 한국 뉴스를 보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어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현실에 맞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대구에서 슈퍼  전파자가 나와서 오늘 하루에 20명이나 불어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그래도 일본이 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아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를 은폐하는게 많다. 크루즈선에 대한 대처를 비롯해서 일본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이나 검역, 전염 방지 등 전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본다.

 

일본 정부에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 어제부터 자화자찬하는 기사가 뜨기 시작한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기사도 뜨기 시작했는데, 일본 정부에서는 자화자찬하는 발표를 했다. 스가 관방장관이 미국인을 데려간 미국 정부가 고맙다고 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잘했다는 평가라고 한다. 아니, 어떻게 크루즈선을 방치해서 감염을 확산시킨 처사를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산케이에서 WHO가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 승객을 상륙시키지 않은 것과 검사 하지 않고 미국에 돌려 보낸 것에 대해서도 평가했다며 미국에서 그런 기사가 나온다고 한다. 사실일까? 일본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평가이지 싶다. 나는 크루즈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가 최악이었다고 본다. 

 

크루즈선에 승선해서 내부의 상황을 본 전문가가 위험한 크루즈선내의 상황을 알리는 유튜브가 올라온 것에 대해 기사가 떴다. 그동안 일본에서 크루즈선과 관련된 업무를 하던 검역관과 구급대원, 후생성 직원, 의사 등이 감염해서 감염 확진자가 되는 걸 보고 대충 어떤 상태인지 예상했는데, 내가 예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모양이다. 예상보다 훨씬 나쁜 상태라는 걸 알아서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개헌' 논의가 올라왔다니 놀랍다. 지금 그야말로 역병이 돌아서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국민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 급할 것도 없는 '개헌'을 논의한다니? 나는 아직도 일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고베대학병원 감염증 내과 이와타 교수가 18일 재해파견 의료팀으로 승선했다. 그는 20년 이상 감염증 전문가로서 일을 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에볼라와 중국의 사스 현장에도 투입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크루즈선에 승선해서 안전한 곳과 안전하지 않은 곳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서 선내에서 전염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전문가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해서 안전한 곳과 안전하지 않은 곳을 구분해서 장소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 크루즈선은 그런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았고 승무원도 N95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열이 있는 사람은 자기방에서 걸어서 의무실까지 가게 되어 있다. 선내가 감염이 확산 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환경인 것이다. 거기에 검역을 위해 승선한 전문가도 돌아가면 병원에 근무하니까, 병원에서 전염이 확산된다.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나왔다. 크루즈선과 관련해서 상주하는 감염 전문가가 한명도 없고 감염에 대한 지식이 없는 후생성 직원이 있을 뿐이었다. 이와타 교수의 행동에 대해 크루즈선내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하시모토 후생성 차관이 갑자기 하선 명령을 내렸다. 이와타 교수의 고발에 대해 승선을 허락한 적이 없다면서 크루즈선은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대응 했다. 하지만, 이와타 교수가 하는 말이 신빙성이 있다. 이와타 교수는 아프리카나 중국보다 일본의 크루즈선내 상황이 더 비참하고 나빴다면서 일본이 방역에 실패했다고 한다. 정부가 정보 공개에 늦장을 부려서 문제가 악화된 것으로 지적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실상을 알고 참담해졌다. 전염성이 강하지만 치사율이 낮아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도 고령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실제로 크루즈선 승선자의 중증 사례가 40명이나 된다. 

 

나도 일본 정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본의 호화여객선에 타서 장기간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크루즈선의 환경과 일본 정부가 선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은폐하려는 체질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전염병은 은폐하려면 할 수록 문제가 더 크게 될 뿐인데, 은폐하려고 한 초기 대응이 잘못된 것이다.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크루즈선에서 승객이 하선할 때 감염여부를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승객의 소지품에 대한 방역은 어떤가? 승객도 불안하지만 혹시 승객으로 인해 전염될 우려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선한 승객이 검사와 격리시켜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처사가 놀랍기만 하다. 미국을 비롯해 주변 국가에서는 크루즈선 승객의 입국을 14일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귀가하지 못한 승객은 호텔에 투숙할 수 있을지,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타더라도 어느 나라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승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