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봄이 오는 소리

2015/02/26 봄이 오는 소리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씨다. 이틀 정도 아주 따뜻한 날씨였는 데, 오늘은 보통 겨울날씨 기온으로 돌아왔다

어제까지 써야 할 것이 있어서 마음이 온통 거기에 쏠려 있었다. 쓰기 직전에 중요한 참고 서적이 있어 눈에 불을 켜고 읽어서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어쨌든 써서 보냈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구상한다는 것은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시작이니까 앞으로 보충해가면 되겠지

어제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창문 앞에 있는 나무가지들을 자르고 있었다. 내가 사는 집 앞에 있는 느티나무도 자르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물었다. 느티나무도 자르느냐고? 이번에 느티나무는 자르지 않는단다. 아휴, 다행이다. 그러나 느티나무는 잘리지 않았지만, 다른 나무들은 가지들이 많이 잘려 나갔다. 항상 그렇지만 돈을 써가면서 주위경관을 보기 싫게 하는 영문은 정말로 모를 일이다.

바로 창문 앞에서 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시끄러워서 집에 앉아 있어도 일을 못한다. 그래서 신선한 야채와 달걀을 사러 나갔다. 공원까지 갔더니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면접에 합격해서 취직했다고 홋카이도로 간단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문자를 보냈다. 여러 곳에 가서 부탁했다고. 어쨌든 잘된 일이다

그러면서 한편 20여년 알고 지내왔는 데, 홋카이도로 가면 앞으로 볼 일이 없겠구나 싶으니 섭섭하다. 그 후배가 상학부를 졸업하고 사회학을 한다고 대학원 후배로 왔다. 아직 소년 같았던 후배는 어휘가 부족하고 문장이 짧았다. 문학부 후배에 비해 책을 읽은 양이 적은 것 같아서 힘들겠구나 싶었다. 내가 박사논문에 필요한 인터뷰를 녹음한 것을 글로 옮기는 일을 도왔다. 그 일을 하면서 나에게 야단을 많이 맞았다. 그 후로도 그다지 친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고, 우연히 후배의 개인적인 사연을 들을 기회도 있었다. 가까이에 살아서 이사도 도와주러 왔었다. 나에게는 가까운 후배였던 셈이다. 홋카이도에 가면 파트너와 살림도 합칠 것이니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 주길 바란다.

가는 길에 봤더니 가까운 농가 할아버지가 허리 아픈 것이 나았는지 쇼고인무라는 무와 감자가 판매대에 나와있었다. 그러나 가진 돈이 당근과 계란을 살 것밖에 백엔짜리 동전이 없으니 살 수가 없다. 단지 할아버지 허리가 나아서 다시 농사를 할 수 있는 걸 알아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항상 당근이 있는 무인판매대에 가서 당근을 샀다. 요새 당근을 많이 먹는다. 계란을 파는 집에 가서 계란을 사고 매화꽃과 몇 가지와 동백꽃 한 가지를 얻었다. 당근을 사러 가는 길에 보니 이틀동안 날이 따뜻한 사이에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겨울추위도 한풀 꺾였다. 저 멀리서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서 부족한 우표도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얻어온 매화와 동백으로 꽃꽂이를 했더니 살벌했던 집 분위기에도 봄기운이 들어선 것 같다

새로운 걸 구상하면서 쓰려고 노트를 샀다. 그러나 새로 산 노트는 전혀 쓰지 않고 항상 쓰던 독서노트와 블로그를 쓰려고 준비했던 작은 공책을 썼다. 나는 새로운 걸 구상할 때나 생각을 정리할 때 손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잘 보이고 머리에 들어온다. 요즘은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 항상, 목욕할 때도 펜과 메모할 공책을 들고 다녔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요한 것을 메모하기도 한다. 가까이에 메모할 종이가 있으면 아무데나 메모를 한다. 이 메모는 한국의 마이노리티를 소개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으로 한국에 결혼해서 온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여성이 외국인과 결혼해서 외국에 이주한 경우를 비교하면서 쓴 것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본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오쿠보 산책  (0) 2020.03.18
봄빛 햇살  (0) 2020.03.08
별볼일 없는 하루  (0) 2020.03.01
해와 달과  (0) 2020.03.01
외벽공사 중  (0)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