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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봄빛 햇살

2015/03/02 봄빛 햇살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요새 날씨가 하루는 맑고 따뜻했다가 다음 날은 비가 오고 추운 날씨로 날씨가 들쑥날쑥 하다.. 그러나 추위는 한참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봄이 성큼 다가온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걸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한결 밝아진 것 같았다.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정해진 일과다. 그러나 지금은 도서관 일부가 닫혀있어서 새로운 책이 꽂히는 곳도 닫혀있다. 그래서 월요일에 도서관에 가는 것도 쉬는 중이다

날씨가 좋으면 우선 하고 싶은 것이 청소와 빨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날씨가 좋으니까, 창문들을 앞과 뒤로 활짝 연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목욕탕 청소도 했다. 세금을 낼게 있어서 은행에 들르고 쌀도 떨어져서 사 와야 한다. 지난 금요일에 은행에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왔다. 마트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쇼핑을 대충하고 쌀도 평소 가격의 삼분의 일 가격으로 무척 쌌지만, 못 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많으면 붐벼서 정신이 없고 피곤하다. 쌀 가격이 그렇게 싸게 내려가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25일에 급료를 받는 사람이 많고 연금이 나오는 날과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트에서도 특별히 쌀을 싸게 파는 것일까

오늘도 은행이 약간 붐비고 있었다. 세금을 내고 주간 아사히라는 주간지를 읽고 나왔다. 관심있는 특집기사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다음은 마트에 들러서 쌀과 고구마를 샀다. 다음 마트에 가기 전에 배치가 바뀐 서점에 들러서 잡지를 읽었다. 쌀과 고구마를 등에 지고 서서 읽으려니 좀 무거웠다. 두 번째 마트에 들러서 봄에 나오는 야채를 조금 사서 돌아왔다. 아직도 날씨는 따뜻했다

지난 27일에 받아온 오곡밥 재료를 써서 밥을 하려고 쌀을 씻어서 불린다. 오곡밥은 처음 하는 것이라 기대가 크다. 원래는 찹쌀로 해서 밥을 찌는 모양이다. 나는 간단히 전기밥솥에서 하기로 했다. 콩종류는 미리 삶아놨다. 요전에 가까운 농가 할아버지가 복귀한 기념으로 큰 무를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네 집에 들러서 반을 나눴다. 잘라서 채를 만드려고 봤더니 속이 푸석거린다. 거의 다 채를 썰었지만 양념이 아까울 것 같아서 버렸다. 쓰레기도 정리하고 수챗구멍을 청소했다. 청소를 하고 집안에 쓰레기도 다 정리하면 한결 더 깔끔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곡밥이 콩삶은 물을 넣었더니 색감이 그럴듯하다. 맛은 잡곡밥이다. 오랜만에 반찬도 해서 밥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야채를 데친 것이다. 시금치와 무추청을 데쳐서 간장과 식초를 쳐서 먹었다. 양배추도 좀 삶아서 밥을 싸서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부엌에 냄새가 배인 걸 느낀다. 반찬으로 양파와 새우를 넣은 오믈렛을 만들 때 새우를 먼저 기름에 볶았던 냄새가 배인 것… 나는 왜 청소를 해놓고 같은 날 부엌에 냄새를 남기냐고… 청소를 해놓고 레인지후드를 다시 닦았다. 그래도 냄새가 가시지 않아서 잘 봤더니, 반찬을 반쯤 남기고 있는 것이다. 내일 먹을 걸로 남겨놨다.

별로 한 일도 없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을이 되면 단풍이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나뭇잎이 져서 가을에 봤던 아름다운 풍경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다른 풍경이었다. 이런 삭막한 풍경에도 봄이 오면 새 순이 돋고 잎이 나서 푸른 색이 더해지겠지. 계절이 가면 다시 가을이 오고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리라

세상이 아무리 살벌해도 자연의 변화가 주는 작은 즐거움에 위로를 받는다. 봄빛을 띤 햇살이 따사로웠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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