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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해와 달과

2013/02/24 해와 달과

 

오늘 동경은 추웠지만 맑은 날이었다.


어젯밤에는 일찍 자느라고 12시 반에 잤는 데아침에 깬 건 10시 가까이 되어서다요새 밤늦게 자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는 게 버릇이 되려나 보다좋은 징조가 아니다가뜩이나 집이 앞뒤로 막혀서 어두침침한 데집안에서도 무기력해져가면 안된다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다공사가 쉬는 날이라빨래를 해서 널어야한다공사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면집이 어두워서 먼지가 안보인다는 것이다먼지가 안보인다고 집이 더러워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공사 때문에 먼지가 더 많이 들어와 더러워지지만 내 눈에 잘 안보인다는 것뿐이다외벽을 씻어낸다고 더러워진 유리창도 마음에 걸린다공사하느라 먼지가 나겠지만그래도 유리창을 닦는 게 마음이 개운해진다아침을 먹고 빨래를 돌리면서 청소기를 꺼냈다작은 매트들을 밖으로 꺼내 먼지를 털고 널어둔다그리고 청소기를 돌렸다청소기를 꼼꼼히 두 번씩 돌렸다그리고 걸레를 꺼내서 방과 마루부엌현관을 다 닦았다그리고보통 때 보다 좀 더 청소를 했다유리창도 두 번 닦고창틀사이도부엌 가스렌지 위에 있는 팬도 닦아냈다목욕탕 바닥도 솔로 박박 문질러서 물을 끼얹어서 씻어냈다물걸레로 구석구석에 있는 먼지를 닦아내면 왠지 집안에 먼지처럼 스며 있는 ‘우울한 기운’을 닦아내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나는 멋대로 ‘우울’과 ‘먼지’와 ‘탁한 공기’는 상호작용을 한다고 본다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려면먼지를 청소하고 집안 공기를 신선하게 정화시켜야 한다나는 청소를 할 때 세제를 쓰지 않고 물걸레질을 한다청소기로는 대충이고 물걸레질이 중요한 것 같다매트도 청소기를 쓰고 나서 물걸레질을 한다그러면 청소기로 빨아들이지 못한 먼지가 걸레에 많이 묻어 나온다작은 공간이어도 청소를 꼼꼼히 하려다 보면 한이 없다그래서 대충 지치면 그만둔다빨래도 널어서 빨리 마르라고 뒤집는다날씨가 추워도 계속 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맑아도 추운 날이다오후가 되서 대충 일을 마쳤다점심을 대충 때우려고 시금치를 한 단 씻어서 데쳤다보통 때는 식초에 간장을 약간 넣어서 먹는 데간장에 참기름을 넣어서 무쳤다아무래도 오랜만에 밥을 해서 먹어야겠다.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고 냉동고에서 고등어와 연어도 한 토막씩 꺼냈다밥을 하고 생선을 굽고 김도 구웠다김에 밥을 넣고 생선을 얹어김치도 넣어서 쌈을 싸서 먹었다오랫만에 밥을 먹었더니 과식을 하지 않아도 배가 무겁다생선을 구워서 집안에 다시 냄새가 난다알로마캔들을 켜서 냄새를 제거한다촛불을 켜면 따스한 느낌이 난다형광등 불빛은 평면적으로 보이지만촛불은 잘 안보여도 운치가 있다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아가면 언제나 알로마캔들이나 향유를 피워준다기분이 좋아진다산책을 나가면서 창문을 앞뒤로 활짝 열어놨다평소에는 창문을 못여니까오늘은 창문을 열어두자.

 

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다동백꽃을 찍고 매화도 찍었다오늘은 석양이 선명하게 보일것 같다석양이 지는 시간에 잘보이는 공원에 도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나갔다요새 해가 지는 게 대충 5시반 정도가 된다오늘 날씨가 추워서 구름 한점없이 맑다보니 석양이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그래도 해가 질 때까지 공원에 있었다해가 지고 나니그동안 하얗게 시려 있던 달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이번에는 달이 잘보이는 곳으로 간다달을 향해서 걷는다날씨는 아주 춥다그런데 해나 달을 향해서 갈 때는 날씨가 추운 걸 못느낀다나는 한가지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걸 잊는다체질적으로 집중하는몰입형이다그래서 달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 추웠다나에게 무시당했던 추위가 존재감을 발휘하느라 매섭다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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