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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성내천 호떡집

2017/02/26 호떡집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이불을 널고 청소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이불과 담요를 말리고 어제 입었던 옷을 빨았다아침으로 서울에서 얻어온 떡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설에도 못 먹었던 떡국을 먹었다.

낮에는 우에다와 나가노에 다녀온 사진을 올렸다중국에 다녀오면 계절이 지나서 사진을 올리면 이상할 것 같아서 지금 올려야 한다지금 올릴 사진은 다른 것도 있지만벚꽃이 필 계절에 눈이 쌓인 사진을 올릴 수는 없다. 사진을 올려서 오마이블로그홈에 갔더니, 내가 올린 걸로 도배가 되어있다. 결코 의도적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서울에 간 사이에 블로그를 쉬었다고 블로그에 올릴 것이 밀린 내사정 때문이다.

서울에 갔을 때지난번에 올린 에어비앤비 숙소로 가는 날추운 저녁이었다가는 길에 호떡포장마차가 있었다호떡을 사먹고 싶었지만피곤한 몸에 캐리어를 끌고 있어 도저히 사먹을 여유가 없다그래도 호떡집이 있다는 걸 기억했다숙소에 갔더니딸이 하는 말이 호떡이 맛있다고 주문을 받은 다음에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호떡을 꼭 먹어야지결심했다다음날은 호떡집이 닫혀있었다시간이 너무 늦은 것이다.

삼일째 되는 날에 춥고 비까지 오는 날먼저 은행에서 볼 일을 봤다그리고늦게 점심으로 통영굴밥을 먹었다굴밥을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호떡을 먹으러 갔다호떡포장마차에는 손님이 두 분 계셨다할머니와 아저씨가 호떡이 되는 걸 기다리고한 분은 호떡을 드시고 계셨다비가 와서 나도 좁은 곳에 머리를 디밀고 “호떡 주세요” “몇 개요” “우선 하나 먹어 볼게요” 기다리던 할머니가 나에게 먼저 주라고 양보해 주셨다비가 와서좁은 곳에 부비고 서서 호떡 만드는 걸 보면서 호떡을 하나 먹었다내가 호떡을 하나 먹는 사이에 초등학생이 우르르 몰려와 호떡을 사갔다할머니는 노인정에서 간식으로 호떡을 사러 오신 것이었다열개 사는데호떡아저씨가 두개를 덤으로 주시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한다따뜻한 것은 호떡만이 아니라호떡을 파는 아저씨 마음도 따끈따끈한 모양이다그런 대화를 보면서 한국사회가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닌 것 같아 옆에서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이렇게 작은 친절과 따뜻한 배려가 사회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아무리 도둑놈과 사깃꾼들이 깽판을 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호떡을 두개째 먹으려고 기다렸다내가 예쁜 걸로 달라고 했더니호떡의 뜨거운 김이 나가도록 구멍을 만들어서 건네준다전화를 받는 것도 가족인지 아주 부드럽게 받았다나도 호떡을 두개 먹으면서 아저씨와 수다를 떨었다어제와 그저께도 호떡을 사고 싶었다고퇴근시간을 물었더니평소는 8시에 비오고 추우면 사람들이 없다고 7시나 7시 반이란다성내천에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호떡을 사러 온다고 했다장사를 하신지는 얼마 안되셨다고……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도 되겠냐고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근데호떡집은 무허가라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른단다생활을 위해서 호떡집을 하신단다잘 되셨으면 좋겠다.

저녁에도 다시 호떡을 사러 가고 싶어서 퇴근 시간을 물었다. 7시 반이라고 했다결국다시 호떡을 사러 가지 못했다하루에 두개나 먹었으니 충분히 먹은 것이다그 것도 비가 오고 추운 날호떡이 맛있을 조건이 좋은 날이었다거기에 호떡을 파는 아저씨도 마음이 따뜻했다호떡집은 개롱역 1번 출구에서 성내천 쪽으로 직진하다가 보면 성내천에 걸린 작은 다리가 시작되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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