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8 에어차이나와 북경공항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다. 지금 현관문과 화장실파이프에 페인트를 칠하러 온 사람이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페인트 냄새가 나기에 집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라, 날씨가 맑다고 해도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내일부터 중국행이라, 짐을 싸야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페인트 냄새에 신경이 쓰여서 일이 안된다. 페인트가 마르는 2시간 동안 문을 닫을 수도 없다니, 페인트 냄새만큼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에어차이나를 탄 후기를 쓰기로 했다. 아침에 일을 하는 것은 효율이 좋다. 그러나, 밝은 햇살을 받으면서 반사하는 컴퓨터화면을 보는 것은 가능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페인트 냄새를 의식하지 않을 특단의 조처가 긴급히 필요한 시간이다.
서울에 갈 때, 처음으로 에어차이나로 북경을 경유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2월의 서울은 추운 겨울 비수기라서 비행기표가 저렴했다. 근데, 비행기표 값을 봤더니, 세상에 4만5천엔이 넘는다. 어느 때 보다 비싼 가격인 것이다. 북경을 경유하는 에어차이나가 만엔 정도 가격이 저렴했다. 약간 헷갈리는 하네다발, 김포착에, 인천발, 하네다착이었다. 이번 중국에 가는 것은 10년만이다. 중국분위기도 사전학습이 필요할 것 같아 북경 경유를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에어차이나, 중국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탈 때, 만약에 대비해서 짐을 맡기지 않는다. 짐을 작게 수화물로 가지고 간다. 좌석도 가능한 빨리 내릴 수 있는 걸로 정한다. 정상적인 시간상으로 보면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이 1시간 반 이상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2시간 가까운 여유를 두고 같은 터미널이니까……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순전히 나의 환상이었다.
하네다에서 북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식사내용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일부계층에 속했을 적에 나왔던 식사였다. 오, 완전 좋아! 역시 식사에 중점을 두다니, 중국은 훌륭해 하면서 감탄했다. 멀지 않아 감탄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북경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작기도 했지만, 저녁이 나올 걸 기대했는데, 말라빠진 샌드위치에 과자 같은 빵이 나왔을 뿐이다. 뭐야, 노선에 따라, 비행기 크기에 따라 식사가 다른가? 나는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돌아올 때는 서울 북경간이나, 북경 하네다간 식사에 차이가 없는 평범한 기내식이었다.
문제는 북경공항에 도착해서부터다. 도착이 30분 정도 늦었다. 그래도 한시간 이상 있으니까, 갈아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도착한 입구에 지상직원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안내는 단지 오른쪽으로 돌아가라는 것뿐이었다. 그 오른쪽이 멀고도 멀었다. 도착해보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직원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을 보고 있었다. 아, 중국이구나. 10년 동안 변한 것도 많겠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차례로 줄을 서서 수속을 마치고 보안검색을 거쳤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보안검색을 마쳤더니 서울행 비행기 출발시간에 가까웠다. 운이 좋게도 공항 안을 달리는 카트 같은 것이 눈 앞에 있었다. 우선 태워달라고 했다. 운전사가 20위안을 내야 한단다. 돈을 내려고 봤더니 잔돈이 없다. 일본돈도 만엔짜리에 한국돈도 5만원짜리 밖에 없다. 돈을 보여주면서 정말로 미안하다고 말을 하니, 괜찮다고 한다. 겨우,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북경 공항이 너무 컸다. 같은 터미널이라도 너무 넓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진짜 문제는 돌아올 때였다. 전날 비행기표를 꺼내서 출발시간을 확인하고 공항에 가는 길도 검토했다. 전날, 정신이 없는 일이 발생했고, 돌아오는 날 아침에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비행기표를 보면서도 출발이 인천이라는 걸 보지 못했다. 도착이 김포였으니, 당연히 김포라고 생각했다. 김포에 도착해서 게이트를 찾았더니, 없다. 비행기표를 꺼내서 봤더니, 출발이 인천이다. OMG!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 비행기를 못 탈지도 모른다고 각오했다. 댜행히, 김포에서 서둘러 인천으로 가서 출발시간 한시간 전이라, 수화물을 가지고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나는 일생에 이게 비행기에 관한 가장 큰문제로 알았다.
진짜 광란의 돌풍이 분 것은 북경에 도착해서였다. 우선 서울에서 출발이 한시간이나 늦었다. 그냥, 비행기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렸다. 한시간이나 늦은 줄 몰랐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한국인 승무원에게 물었다. 북경에 도착해서 출발 게이트도 모르고 수속을 마치고 갈아타려면 못 탈 것 같았다. 승무원이 하네다행 비행기 탑승개시 시간 10분 전에 도착한다고, 출발 게이트는 탑승개시 30분 전에 나오니까, 출발 게이트를 알려 준단다. 도착까지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에 하네다행 비행기를 못 타면 어떻게 되냐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니까, 물었더니 다음 비행기를 태워준단다. 다음 비행기는 몇 시에 출발하며, 몇 시에 도착하는지? 공항에 도착해도 집에 못 가는 수도 있으니까……걱정이 태산이다.
북경에 착륙한 것은 예정보다 한시간 이상을 훨씬 넘게 한시간 반에 가깝게 늦었다. 공항에 내렸더니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가야 한다. 나는 먼저 가려고 작은 차에 탔다. 그 차는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이 타는 차였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모두가 연결편에 못 탈 것 같아 화가 난 상태다. 운전사가 터미널로 차를 출발시키지 않는다. 승객들이 외친다. 우리는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이미 늦었으니 빨리 터미널로 가자고 해도 운전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출발하라는 서류를 받고서 겨우 움직였다. 그 지체한 시간이 10분 이상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했던 비즈니스맨들은 마치 허들경기를 달리는 선수처럼, 성난 황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캐리어가 없었다. 나도 미친듯이 뒤를 따라 달렸다. 나이를 먹은 아줌마가 캐리어를 끌었으니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래도 비행기를 탈 일념으로 죽을 힘을 다해 뛰어서 선두그룹을 따라갔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뛴 일이 없었다. 수속을 하는 것도 염치를 불구하고 선두그룹을 따라서 맨 앞에 갔다. 중국 직원이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화를 냈지만, 비행기표를 보였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나와서 전광판을 봤다. 출발 게이트가 26이라는 것이다. 탑승개시를 한 시간이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간이다. 서둘러 26에 갔더니, 눈 앞에서 전광판 안내가 스르르 꺼졌다. 하네다행이라는 안내가……그런데, 이상한 것은 게이트에 직원이 한명도 없다. 전광판이 눈 앞에서 스르르 꺼지는 것도 그렇지만, 직원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건너편 게이트에 가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57이라고 빨리 가란다. 비행기를 못 탄다고, 이럴 수가. 내가 비행기를 얼마나 많이 탔는데, 이런 비상상황에 전광판을 잘못 볼리가 없는데……산 넘어 산이다. 카트라도 얻어 타려고 주위를 봐도 없다. 결국, 안간힘을 다해서 보안검색에 돌아왔을 때, 카트를 발견해서 탔다. 돈을 줘야 하는데, 잔돈이 없다. 내가 가진 다른 물건을 줬다. 잔돈이 없는 것은 내 사정이다. 비행기표도 반쪽이 달아나서 없었다.
비행기로 가는 작은 차를 탔더니, 재일동포가 다섯 명 탔다. 평양에서 오는 길이라고, 나는 서울에서 오는 길이라면서 평양은 어땠냐고 물었다. 서울은 흉흉하고 살벌했다고 했다. 평양은 아주 평화롭고 평온하단다. 어제는 눈이 와서 설경을 봤다고 했다. 에어차이나는 서울과 평양을 나는데, 같은 민족이라는 사람들이 평양에 가는 사람은 서울에 가기가 어렵고 서울에서 간 사람은 평양에 가기가 힘들다. 수많은 외국을 자유롭게 왕래하지만, 아주 가까운 땅, 같은 민족들이 살고 있다는 땅에는 자유롭게 가질 못한다. 순간적인 남북통일이 북경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차안에서 5분정도 이루어졌다. 한편으로 걱정했다. 비행기를 탄 일본사람들이 늦게 탄 조선사람들을 원망하면 어쩌나, 무섭다. 내탓이 아니라, 순전히 에어차이나 탓이지만, 문제의 원인은 보이질 않는다. 비행기에 탔더니 나는 중간칸이고 그 분들은 후미여서 전혀 상관이 없었다. 마치, 차안에서의 남북통일은 없었던 것처럼 흘러갔다. 무사히 하네다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죽는 줄 알았다. 비행기를 내린 곳이 하네다가 그렇게 넓은 줄 모를 정도로 먼 곳이었다. 에어차이나가 LCC였나? 저가항공이 아닌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멀지? 헷갈린다. 모든 것이 에어차이나를 잘 몰랐던 내 잘못이다.
내일 타는 비행기도 에어차이나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소주 친구네 집까지 택시를 탈 생각이다. 그 요금은 내가 어느 나라에서도 낸 적이 없는 거금이다. 그렇지만, 푸동에 도착하는 것도 늦어질 것이고, 다른 나라라면 전혀 걱정이 없는 오후지만, 입국 수속에 여러모로 생각해서 편하게 가고 싶다. 나는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보통사람들이 이동하는 수단으로 이동한다. 택시보다 버스에서 보는 경치가 더 좋다. 승차감도…..그렇다면, 버스인데, 에어차이나라서 거금을 주고 택시를 탈 것이다.
푸동으로 가는 좌석을 잡으려고 했더니, 인터넷으로 안된다. 비행기표를 산 곳에 메일을 보냈더니, 호주국기가 있기에 호주회사인 줄 알았다. 어제, 그리스에서 전화가 왔다. 메일에는 내 성 앞에 Mr.가 붙어있고, 그리스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체크인이 탑승 24시간 전에 가능하단다. 이상하다, 서울에 가는 티켓은 티켓을 결재한 단계에서 좌석을 잡았는데……. 어떻게든 무사히 가면 된다. 많은 것이 헷갈린다. 아줌마에게는 버거운 인생 최대의 스릴과 어드벤처가 넘치는 에어차이나였다. 북경공항은 너무 넓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다른 나리타공항 국제선 출발로비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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