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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에티켓 마스크 만들었다

오늘 동경은 흐리고 비가 오는 추운 날씨였다. 오늘도 집에서 뉴스를 보면서 지냈다.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 생활 중이라 답답해서 밖에 나가고 싶어도 오늘은 비도 오고 추운 날씨라서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나는 도보권 생활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지낸다. 기본적으로 밖에 나가지 않지만 나가도 거의 사람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고 마주쳐도 거리를 유지한다. 마트에 가서도 계산을 할 때 앞사람과 캐시어와도 거리를 유지한다. 밖은 야외라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마스크를 필요로 할 때는 아는 이웃과 만났을 때 정도이다. 이제는 마트나 거리에서도 95%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다. 나에게 한 장 남은 비말 바이러스를 99% 차단한다는 마스크는 쓰면 아주 답답하다. 내가 기침을 하거나 누군가와 가까이서 말하는 일이 없어서 비말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은 나도 눈치가 보여서 예의상 마스크를 해야 할 것 같아 마트에 갈 때마다 마스크가 있는 곳을 봐도 한 달 이상 마스크를 보지 못했다. 마스크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스크가 없어서 못하는 사정도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 페북에 친구가 시골에서 선물을 보내면서 마스크를 같이 보내줬다고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부모에게 마스크를 사서 보냈더니 동네 사람들에게 나눴다고 한다. 요새 일본에서는 마스크가 귀중품이라서 선물로 쓰이는 모양이다. 어려운 세상에 아는 사람끼리 마스크를 주고받는 것이 미덕이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글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나눌 정도로 마스크를 많이 사니까, 나처럼 한 달 이상 마스크를 사려고 해도 구경도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나는 그렇다 치고 정말로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지 않는 일이 생긴다. 일본이라는 게 그렇다. 그 그룹 내에서는 미덕이 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보면 이기적인 행위라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 지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올린 것이라서 더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거기에 좋아요를 누를 수 없었다. 

 

평소에 가장 자주 만나는 이웃이 강아지 산책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70대 후반으로 지적이며 호기심도 많아서 해외여행도 많이 했다. 이 이웃은 건강하며 큰 이층집에 혼자 살며 나이 든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내 주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일찍 민감하게 받아들인 사람이다. 벌써, 1월 춘절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올 때부터 뉴스에서 중국 소식을 듣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눈치 빠르게 마스크가 동이 날 것을 대비해서 마스크를 많이 사고 주위에 친한 사람에게도 어드바이스를 한 모양이다. 주위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러 돌아다닌 것은 2월 초순이 아니었을까, 그때도 마스크를 사기가 어려워서 몇 군데나 돌아다녔다고 한다. 나는 방학 중이라, 밖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요코하마 항에 크루즈선이 도착한 것이 2월 3일, 그 후 매일같이 크루즈선에서 감염 확진자가 나오면서 가까운 이웃은 심각하게 불안해졌지만 주위에 코로나19에 대해서 말도 못 하는 분위기였다. 크루즈선은 일본과는 관계가 없는 일로 여겼고 한국에서 전세기로 중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에게 자신들 지역에 오지 말라고 데모를 한 것에 왜 저러지? 하는 상태였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대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이웃은 나에게만 불안하다고 했다. 중국 뉴스를 보면 심상치가 않은데, 크루즈선에서도 연일 감염 확진자가 늘고 나이 든 고령자가 위험할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말도 못 하고 불안해 했다. 나도 일본 정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라서 고령자가 인구의 3분 1 정도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노인들이 많은 시설에 집단감염이라도 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웃은 불안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웃의 일상은 아침과 오후에 강아지 산책을 하고 낮에는 버스가 무료니까, 버스를 타고 주위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다닌다. 운동삼아 다니면서 가격이 싼 것을 찾아 사는 것을 취미처럼 지낸다. 거기에 나이가 있어서 지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서 검진도 받고 약을 먹는 것도 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며 건강한 사람이다. 만약에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자기는 살만큼 살았으니까, 언제 죽어도 좋은데 강아지가 있어서 아플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도 위생적인 생활을 하고 건강하니까, 만약에 코로나19에 감염이 된다고 해도 완치할 것이라고 했지만, 너무 불안한 모양이다. 크루즈선 승선자의 감염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이웃은 코로나19 전염이 두려워서 버스를 타지 않는다. 항상 마스크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손도 잘 씻고 아주 조심한다. 운동삼아 도보로 갈 수 있는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는 걸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다. 나에게도 마트에 가려면 아침에 마트가 금방 오픈한 시간에 가는게 안전하다고 알려준다. 

 

동네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오는 것도 병원내 감염이 두렵다고 전화해서 바깥으로 가져다 달라고 해서 받아왔다. 스케일링을 할 시기가 왔는데 급한 것이 아니니 미룬다고 한다. 강아지 샴푸를 데려갔다가 데려 오는데도 마치 간첩이 접선이라도 하는 것처럼 주의해서 행동한다.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는 일이 생기면 병원이 가장 위험하다고 코로나19에 감염할지도 모른다면서 감기 예방으로 생마늘을 먹는다고 한다. 마스크도 안에 거즈를 넣어 거즈를 자주 갈아서 빨아 쓰고 있다. 주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 조심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가 코로나19를 화제로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은 크루즈선 승선자를 그냥 내보낸 이후라고 본다. 이제는 누구나가 코로나19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일본 정부가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말았다. 마스크를 살 수가 없어서 못한 사람은 주위 사람에게 미안해서 가까이서 말도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살 수가 없다고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냥 중국이나 코로나19에 대해서 화를 낼 뿐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중국 관광객이 감염을 확산시켰다고 보기가 어렵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만만한 상대에게 화를 낸다. 

 

나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씻기를 자주하고 그나마 적은 외부활동도 자제하면서 지낸다. 만약에 나의 부주의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가깝게 지내는 이웃에게 전파하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나만 아프면 자업자득이지만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얼굴로 이웃을 볼 수 있을까? 아프고 친구도 잃게 된다. 조심하자!

 

내가 마스크를 만든 것은 주위가 불안할까봐 사용하려는 에티켓 차원이다. 쓰지도 않는 키친타월을 사다가 마스크를 만들려고 하다가 어차피 에티켓으로 사용할 것이니까, 뜨개질이 편할 것 같아서 뜨개질로 만들었다. 동영상을 보고 간단한 방법을 찾아서 오늘 두 개 만들었다. 마스크 안에 거즈를 넣든지 아니면 키친타월을 넣으면 보통 마스크와 비슷하게 보인다. 보통 마스크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 포인트다. 거진 다 마스크를 했는데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수상한 사람이 된다. 이런 시국이다 보니 에티켓이나 매너로 마스크를 하는 걸 필요로 하고 있다.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나도 방학 중은 도보권 생활이라서 에티켓 마스크를 쓰지만 개강하면 정말로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4월이 오기 전에 코로나19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다.

 

나도 이제 마스크가 생겼으니 이웃과 만나서 강아지 산책을 같이 해도 되겠지? 산책을 할 때도 마스크를 했다고 방심하는게 아니라 거리를 유지한다. 내 일생에 캄프라즈로 마스크를 하는 일이 생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