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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한국과 중국 '입국 금지'

오늘 저녁 늦게 뜬금없이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책으로 9일부터 한국과 중국 입국자 2주간 지정시설에서 격리 후에 입국 허가를 낸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에 대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사실상 '입국 금지'라고 한다. 한국과 중국 노선 항공기의 이착륙을 나리타공항과 관서 국제공항으로 한정하며 선박 운행은 정지를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 아주 크게 한 건 하셨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역량이 워낙 탁월해서 보통은 상상하기 어려운 카드를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일본 극우들이, 아니 극우만이 아니라, 일본 국민이 얼마나 고대했던 일인가? 아베 총리께서는 핵심 지지층을 비롯한 국민의 기대와 꿈을 코로나19로 실현하고 말았다. 나는 일본에서 하도 한국과 '단교'를 외쳐도 처음에는 설마 극히 일부겠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혐한' 데모를 하는 사람들뿐이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베 총리의 결단은 일본 국민의 총의로 봐서 존중해야 한다. 사회학자로서 극우들의 주장대로 간다면 일본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은 마음도 5% 정도 있었다. 설마, 그게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본에서 가장 뜨겁게 장기간 불타올랐던 '혐한과 혐중' 시민운동(?)의 성과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재특회 만세! 인가?

 

중국과 한국에서 입국자를 2주간 지정된 시설에서 격리한다고 하는데 크루즈선 승선자를 격리하지 못했고 우한에서 온 자국민도 제대로 격리하지 못했다. 격리 시설과 케어는 준비가 되었나? 비용은 어떻게 될까? 일본인을 위한 검사나 격리를 먼저 하는게 좋지 않을까?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한국에는 일본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있지만 일본에 한국에서 감염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코로나19를 일본으로 전염시키거나 감염을 확산시킨 것이 아닌데 일본 국내에서 늘고 있는 사실을 교묘하게 마치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에 코로나19를 전염시킨 것처럼 몰아갔다. 한국과 중국을 '입국 금지'할 이유와 명분도 없는 매우 감정적인 정치적 판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냉정하게 받아 들이고 대처하길 바란다. 한국에서 화를 내면 역시 한국은 일본이 없으면 안된다고 일본 극우가 기뻐할 겁니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왔다가 맑고 따뜻했는데 오후에 들면서 세찬 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씨가 되었다. 오후가 되어 야채 무인판매에 가서 대파와 유채나물을 사고 마트에 들러서 과일과 빵을 사고 휴지가 없는 선반을 찍었다. 강가에 야채를 파는 곳에 들러 나물을 두 단 사고 이웃과 만나서 강아지 산책을 같이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웃이 내가 마스크 한 걸 보고 좋아했다. 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느낌은 없지만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아는 사람이 불안해할까 봐 만들었다고 했다. 마트에 사재기로 화장실 휴지가 없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오늘 이토요카도에서 화장실 휴지를 쌓아 놓고 판다고 TV에 나왔단다. 뉴스를 보면 화장실 휴지가 일본에서 생산해서 충분히 재고가 있다고 한다. 이틀 전에 갔을 때도 선반이 텅텅 비었는데, 재고가 충분히 있다는데 오늘도 선반이 텅텅 비었다. 이웃이 하는 말이 지금까지 살면서 일본이 전염병에 대해 대처를 못하고 이런 소동이 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석유파동이 날 때 화장실 휴지 사재기로 패닉에 빠졌던 적이 있다. 이번은 전염병인데 왜 화장실 휴지 사재기로 번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가 사람들이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했다. 나도 동경에서 35년 살아도 전염병으로 이런 난리는 경험한 적이 없다. 그동안 전염병이 있어도 정부가 미리미리 대처해서 주의 사항을 알려준 것에 따르면 되었다. 코로나19의 특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미리미리 대처해서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숨겼다가 번지면서 각자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공황 상태가 되었다. 

 

고령자인 이웃은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에 조심을 하고 있다. 손자 생일이었는데 예년이면 아들 가족과 같이 식사하고 손자에게 선물도 사서 주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아들 통장에 송금하면 은행이 달라서 수수료가 든다고 아들이 돈을 가지러 왔다고 한다. 보통은 아들이 오면 집이나 밖에서 같이 식사를 한다. 이번에는 손자 선물사라고 돈봉투를 준비해 현관문을 열고 건네주는 걸로 접촉을 피했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동경에서 태어나 70대 후반까지 살아온 이웃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한다. 

 

나도 운동부족이라서 바깥에 나간 김에 산책을 조금 했다. 마스크를 써서 행동하니 사람들 눈치도 덜 보게 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물건을 배낭에 넣는데 어떤 아저씨가 마트가 울릴 정도로 재채기를 한다. 거기에 있던 사람 전체가 화들짝 놀라는게 보였고 나도 놀랐다. 황급히 물건을 구겨놓고 나왔다. 하필이면 그런 사람은 마스크를 하지 않고 기침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 산책을 하면서 보니까 나이 든 아저씨가 마스크를 하지 않고 내가 지나치는데 연신 기침을 해댄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 꼭 나와 마주치면서 기침할 타이밍이었나? 보통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재채기를 하거나 연신 기침을 할 정도면 기침 매너도 지키고 마스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일본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실질적 '입국 금지'에 대해 한겨레에 기사가 떴다. [일본, 사전 협의도 없이 한국인 격리 발표…살얼음판 한-일 관계에 대형 악재]라는 제목이었다. 일본 정부,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에 보여주기 식으로 독단적인 정치 판단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해 마치 한국만을 대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무능한?) 외교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라고 하면서 마치 이번 일이 한국 정부, 외교부가 무능해서 일어난 일처럼 썼다. 내용에 한국 유학생이 영향을 받는다면서 일본 내 한국 유학생이 17만이라고 했다. 한국 유학생이 많지 않은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확인했더니 2019년 1월 발표로 17,012명이었다. 17만이 아니라, 1만7천 명이다 (나중에 유학생 수와 기사가 약간 정정된 느낌을 받았다). 한겨레 기자는 유학생에게 0을 하나 더 붙이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뭘까? 아베 총리의 돌발적인 결단을 한국 정부에서 텔레파시로 감지라도 하라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력을 다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어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 목적인지 궁금하다. 

 

참고로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대해 JASSO라고 독립 행정법인 일본 학생지원 기강의 2019년 1월 발표에 의하면

1. 중국    114,950명

2. 베트남   72,354명

3. 네팔      24,331명

4. 한국      17,012명

5. 대만        9,524명 순으로 93.4%가 아시아 출신이었다.

유학생이 가장 많은 중국과 네 번째로 많은 한국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로 '입국 금지'를 내렸다. 베트남과 네팔 유학생은 주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봄방학이라고 귀국한 학생이 적을 것으로 본다. 대만은 일본 여행을 규제하는 조치를 먼저 취했다. 코로나19 대처를 중국이나 한국보다 베트남이나 네팔이 더 잘하고 있을까? 코로나19에 대한 일본의 대처를 보고 있으면 중국보다, 한국에 비교도 못할 정도로 못하고 있다. 안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나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지내는 유학생보다 일본에서 지내는 유학생이 훨씬 더 걱정된다. 

 

일본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관광객이 격감했다. 한국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불매운동으로 일본 방문이 줄었다. 거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준 것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중국과 두 번째로 많이 오는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라니 믿기가 힘들다. 그래, 한국은 현재 감염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만 콕 집어서 '입국 금지'를 했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만약 그렇더라도 한국 외교부에 사전에 의사전달을 해야 한다.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나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만 '입국 금지'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겉으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이지만 속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력으로 '혐한'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력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절묘한 타이밍에 결정적인 한방으로 날렸다. 그러나, 실제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력이 될까? 문재인 정권 지지에 기름을 붓고 불매운동에 연료를 공급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불매운동을 보면 알듯이 한국 시민이 그닥 만만하지 않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안정된 상태에 접어들었다. 춘절에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올 때에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서라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했더라면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일본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에서 중국 관광객으로 인한 감염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보다 먼저 중국에서 단체 관광객 출국금지를 했다. 중국 개인 관광객도 일본의 코로나19가 불안해서 방일이 20분 1 정도로 줄었다는 보도를 본 것 같다. 지금 일본에 오는 중국인은 관광객이라기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는 터무니 없는 '몽니'로 '혐중'이라고 밖에 보기가 어렵다. 중국과 관계개선을 한다면서 중국의 체면을 짓밟았다. 극우의 주장대로 됐지만 일본 스스로가 목을 조이는 걸로 보인다. 일본의 코로나19로 인해 시진핑 주석의 방일이 가을로 미뤄졌다. 만약에 시진핑 주석의 방일이 예정대로 4월이었다면 '입국 금지'에 중국은 제외하고 한국만 하지 않았을까?

 

한국인 관광객으로 유지되던 지방경제가 파탄이 나게 생겼다. 그래서 한국인이 오지 않아도 중국인이 오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코로나19가 터지고 중국에서 단체 관광객의 출국 금지에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으로 개인 관광객도 오지 않게 되어 경제적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일본에서 재빨리 코로나19를 잡아서 종식시키지 않으면 도쿄올림픽도 위험한 상태다. 만약에 일본이 코로나19를 잡지 못해도 로비와 정치력으로 무마해서 도쿄올림픽을 치른다고 하자. 중국인과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고 홍콩과 대만에서는 일본 여행을 규제하니까, 결과적으로 일본인만의 도쿄올림픽으로 하려는 깊은 뜻인 모양이다. 나도 올림픽이 예정대로 치러지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일본이 올림픽 준비에 쓴 돈이 얼마인데, 일본에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예정대로 행해지길 바란다. 많은 일본인의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는 도쿄올림픽이다. 만에 하나 외국에서 손님이 오지 않아도 일본 관객으로만 얼마든지 경기장을 채울 수 있다. 솔직히 도쿄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리는 일본인을 위한 올림픽이지 외국인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앞이 캄캄한 것은 일본 기업이 아닐까? 관광객으로 유지했던 관광업계는 어떻게 될까? 4월 신학기에 오는 유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외국인 노동자에 중국인도 적지 않을텐데?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 통계를 확인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외국인 고용 상황'을 보면 2018년 10월 현재로 중국인이 389,117명으로 가장 많아서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26.6%를 차지한다. 미안하지만, 중국과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는 일본 사회와 경제를 파괴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귀추가 대단히 주목된다.

 

한국에서는 일부가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운운하고 일본에 대한 '입국 금지'로 맞서자고 한다. 만약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자폭 수준으로 미친짓이다. 중국이 두렵거나 일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실익과 명분이 없는 최악의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왜 자폭을 해야 하나? 서로가 협력하면서 상생할 길을 모색하는게 건설적이다. 일본과 같은 앞뒤 생각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다. '입국 금지'를 하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나는 일본 정부가 나라를 말아먹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아베 정권과 형제 같은 미래통합당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서 너무 다행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일본 정부가 한국 시민의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완벽하게 달성해 준다는데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19의 대응에 대해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전쟁 중이라는 인식'이라고 했다. 나는 일본이 코로나19와 '전쟁 중'인 줄 알았더니, 한국과 중국에 대해 '전쟁 중'이라는 걸 알았다. 싸울 상대가 다른게 아닐까? 코로나19는 보이지 않으니까, 알기 쉽게 한국과 중국이 된 것인가? 일본 국민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인데,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이 '전쟁' 상대인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일본이 이렇게 까지 하는 걸 초연히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중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근데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한국인이라고 강제 송환을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 

 

티슈류 매대가 텅 비었다. 아래에 남은 것은 쿠킹 시트이다. 이틀 전에 갔을 때는 쿠킹 시트도 없었다.
화장실 휴지 매대가 텅 비었다. 이틀 전에도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