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가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해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무시하고 마치 외교부 장관이 무능한 것처럼 몰아간다. 일본에서는 떠들지 않지만, 일본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다. 원래, 일본에서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그다지 영향이 없다. 일본이 세계에서 사랑받는다고 사기 쳐 왔는데 코로나19로 입국 금지를 당하는 자존심 상하는 뉴스는 보도하고 싶지 않다. 인도에서 일본인에 대한 비자가 무효가 된다고 한다. 독일 축구 경기장에서 일본인 단체 관람객이 입장했는데 시합이 시작된 후 세큐리티가 "일본인이라서 코로나19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쫓아냈다고 한다. 그 기사에 달린 일본인의 댓글이 다 독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서 인상적이었다. 일본도 우한이나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라고 했다. 독일에서는 일본이 코로나19 대처를 잘 알고 있어서 그런 조치를 한 것이다. 일본인은 그런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 는 식이다. '차별'이라는 댓글이 없다. 독일이 나쁘지 않다는 댓글이다. 한국이었다면 '차별'했다고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다.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 흐리고 비오던 추운 날씨와 확 달랐다. 아침부터 빨래를 많이 했다. 침대에 쓰는 퀼트에 담요 석 장, 이불 홑청 등 베란다 가득 빨래를 해서 말렸다. 코로나19를 내가 어쩔 수는 없지만 기분이라도 상쾌하게 침구류를 세탁했다. 담요나 퀼트가 커서 하나씩 세탁기를 돌려야 해서 빨래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빨래를 하면 자주 뒤적이면서 빨리 말려서 다시 침대 세팅을 한다. 침대를 다시 정돈하고 이불 홑청을 간 것이 오늘 한 일이다.
날씨가 아주 따뜻해서 밖에 산책을 나가고 싶었는데 빨래를 하고 말리다보니 오후가 되고 말았다. 오후 3시에 배낭을 지고 나가서 무인 야채에 갔더니 시금치와 브로콜리가 있어서 샀다. 다음은 마트에 가서 필요한 걸 사려고 봤다. 혹시 마스크가 있을까 싶어서 봤지만 마스크가 있었다는 흔적조차 알기가 힘들었다. 뉴스에서 화장실 휴지가 마트에서 동이 났다는데 정말일까 싶어서 보러 갔다. 완전히 싹쓸이해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두 줄 선반이 갖종 화장실 휴지와 티슈, 키친 페이퍼, 냅킨, 기저귀, 개나 고양이 소변 시트, 키친타월 등이 깡그리 동이 났다. 기저귀가 동이 나다니 아이나 노인들 기저귀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내 주변에는 기저귀를 쓰는 가정이 없지만 기저귀를 써야 하는 가정에서는 속이 탈 것이다. 다행히, 빨아서 쓰는 키친타월이 세 개 남아서 내가 하나 샀다. 마스크 재료로 쓰기 위해서다. 화장실 휴지만이 아니라, 종이를 쓰는 제품이 싹 동이 난 것을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뭔 일이 난 건가?
지난번 태풍 때 인스턴트 식품, 특히 라면 종류가 동이 났던 기억이 있어서 보러 갔다. 컵라면 종류는 많이 있는데 봉지라면이 적었다. 내가 가는 마트는 일본에서는 큰 편이라, 대량으로 쌓아놓고 파는 창고형 매장에 가까워 봉지라면도 낱개로 팔지 않는다. 지난번 태풍 때는 단수나 단전을 우려해서 컵라면이 먼저 동이 났는데 컵라면이 봉지라면에 비해 단가가 비싸다. 이번에는 봉지라면이 팔렸다. 태풍은 물류가 정체되어도 단기에 끝나지만, 코로나19는 적어도 2주일을 예상하기에 기간이 길어진다. 재난대책으로 사재기를 해도 시기에 적절하게 맞춤형 사재기인 모양이다. 이 동네는 인구가 적어 마트도 붐비지 않고 사람들이 주로 주말에 쇼핑을 한다. 쌀 종류가 있는 코너가 휑한 느낌이 들어서 봤더니 많이 나가고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세상에, 일본은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서 쌀이 잘 팔리지 않는데 비상시에는 쌀이 중요한가 보다. 대량으로 쌓아놓고 파는 마트의 상품도 품절이 될 정도로 사재기를 했다는 의미다. 화장실 휴지나 쌀, 인스턴트 식품, 마스크도 마찬가지로 가족이 와도 수량 제한을 해서 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세일 상품 가격이 싼 것은 많이 사지 못하게 사람당 하나나 둘로 수량을 제한한다. 그럴 때는 가족이 몰려가서 사람당 물량을 확보하거나, 계산을 하고 나와서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물량을 확보한다. 오늘 마트에 갈 때 휴대폰을 놓고 가서 물건이 동이 난 결정적인 장면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가까이서 부부가 하는 대화가 들린다. 벌써 많은 것을 사재기하고 다시 온 모양이다. 부인이 뭘 더 사자고 하니 남편이 그만 사자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는 과일을 많이 사고 국수를 한 봉지 사서 배낭에 짊어지고 양손에 들고 집에 왔는데, 마트에서 본 텅텅 빈 선반을 보고 충격받아서 현실 감각을 잃고 멍하니 걸었다. 지금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나? 충격이 너무 컸는지 집에 도착해서 맥이 풀리고 말았다. 내가 산 것은 주로 과일로 사재기가 아니라,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마침 가격이 싸길래 많이 샀다. 거리를 보니 95% 정도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도 완전히 코로나19와 전시 상황인 모양이다. 뉴스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가 보인다. 일본에서는 국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고 눈치로 분위기를 읽는다. 일본은 옛날 전쟁 때부터 국민을 속여 왔다. 나라가 국민을 구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놓고 만다. 일본에서는 위기시 자기 방어를 위해 눈치 빠르게 조용히 잽싸게 움직인다. 그래서 사재기를 하는 일이 많아 사재기하느라고 난리가 난다. 난리가 나도 일본에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아서 실태를 잘 모른다.
대학에서도 3월 하순에 예정했던 모임이 취소되었고 졸업식 행사를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 현 단계에서 개강은 예정대로 한다는 연락도 있다. 현 단계에서 라는 표현이나 개강에 대해서 일부러 연락하는 것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도 봄학기는 학기말이 도쿄올림픽 기간과 겹쳐서 시라바스에는 수업을 하는 걸로 쓰지만, 실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변칙적인 운영을 할 예정이다. 원래 15회 강의를 14회로 끝내고 시험도 그 안에 끝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에 코로나19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4월 10일 전후 개강이 늦어질 수도 있다. 초중고가 갑자스러운 휴교 명령으로 인해 학습 진도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대학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말로 도쿄올림픽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가 맥이 빠진 이유는 매일 뉴스를 챙겨보고 있지만 보도와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걸 알아서다. 뉴스로는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실감하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깊고 절망적인지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전염병에 대해 국민에게 각자도생 하라고 내팽개친 모양새다. 어려운 상황에 국민을 내팽개쳐서 고립시키는 국가와 정치라니 기가 막히다. 마스크 대란도 괜찮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주변에 있는 걸로 어떻게 하면 되니까.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나라에서 하지 않겠다는데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지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일본이 코로나19로 침체되어 가는데 도대체 얼마나 침체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불안도 단지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모든 상황이 나쁜 가운데 겨우 유지했던 생활이 무너지게 생긴 것이 아닐까? 일본 정부는 국가로서 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마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국가의 존립을 뒤흔드는 느낌이 든다.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국면이지만 서로 응원하면서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 이상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려운 상황을 같이 극복하려고 한다. 어려운 상황이니까, 정부와 민간, 시민이 손을 잡고 같이 헤쳐나가려고 한다. 일본과는 너무 달라서 감동의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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