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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목련꽃과 개구리

2015/03/17 목련꽃과 개구리

 

오늘 동경은 날씨가 갑자기 확 따뜻해졌다. 최고기온이 21도나 되었단다. 날씨가 확 따뜻해진 것은 최고기온도 최고기온이지만 최저기온이 8도로 조금 전 최고기온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내일도 날씨가 흐리지만 최고기온이 17도란다. 최저기온도 높고… 확실히 봄이 코 앞에 온 모양이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새 책이 꽂히는 날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라, 아침부터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갔다. 오랜만이라 책이 많았다. 책이 많다고 읽을 만한 책이 많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우선 책들을 싹 훑어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챙겨서 자리로 간다. 열 권쯤 자리로 가져갔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화장실에 들른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화장실에 갈 때 정도로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괜찮은 내용이 있으면 독서노트에 쓰고 그냥 읽고 책을 돌려놓는 것은 독서노트에 쓰지도 않는다

어제는 열 권쯤 책을 대충 읽고, 제대로 읽은 것은 네 권이다.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책이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다. 두 권은 새로 빌리고 한 권은 반납하고 내려오는 길에 잡지도 읽고 도서관을 나왔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책을 좀 읽었더니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이 시원하다. 변비가 해소된 것과도 비슷하다. 머릿속 기름기가 좀 빠진 것 같다고 할까. 책을 읽는 것도 생활의 일부라 가끔 힘들게 읽어서 묵은 체증을 내려 보내야 밸런스가 잡힌다

새로 구상하는 책이 있어서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했었다. 아침 도서관에 갈 때 생각난 것이 있어서 첫머리를 노트에 썼다. 이 것도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도서관을 나왔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써도 비에 젖을 것 같은 빗줄기였다. 다행히도 아침에 우산을 넣고 가서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했다. 비에 젖었지만 따뜻한 도서관에서 장시간 있어서 몸이 따뜻해서 그런지 춥지 않았다. 공원을 지나는 길에 개구리울음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빗속에 개구리들이 뛰어나와 폴짝 폴짝 뛰고 있다. 동면에서 깨어나 땅속에서 나온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색이 노랗다. 열 마리 이상이 비를 맞고 빛도 받아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개구리도 자체발광하는 시기가 있는 것인지… 어쨌든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였다. 그러나 별다른 예정이 없었다. 도서관에 쳐박혀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이기도 해서 도서관에는 안 갔다. 빨래를 해서 널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봄기운을 집안으로 들였다. 날씨가 따뜻해서 거의 하루 종일 반소매를 입고 지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려니 확 따뜻해진 날씨가 아깝다. 오후 늦게 근처에 있는 목련꽃이 있는 곳을 둘러보고 계란을 사러 가기로 했다. 해가 길어져서 오후 네 시가 넘어도 아직 밝았다

목련꽃을 보러 삼일 전에 갔었지만 아직 전혀 필 낌새가 없어서 기대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갑자기 너무 따뜻했던 것이다. 오후 네 시가 넘어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다. 목련꽃이 피었는지 궁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목련나무가 있는 곳을 몇 군데 돌았다. 삼 일 사이에 목련꽃이 피려고 올라와 있었다. 목련은 지금 막 피기 시작해서 핀 것은 몇 송이에 불과했다

계란을 사러 갔다가 계란집 할머니 수다를 듣고 꽃도 얻었다. 내가 처음 보는 노랑 수선화와 제비꽃 같은 보라색이 예쁜 유채꽃의 일종을 받았다. 파치 계란도 두 개 주셨다. 지금 책상 위에 꽃이 많아서 봄이 온 것 같다. 돌아오는 길 공원에서 목련꽃을 보러 가는 도중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 다섯 시가 넘어서 조금 어두워져 가는 공원이라 아는 사람을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 아는 사람은 1월말에 출산해서 아기를 데리고 공원에 나와 있었다. 아기는 남자아기였다. 첫번째도 남자아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공원에 와 있었던 것이다. 출산때는 나고야에서 친정어머니가 와서 도와주셨단다. 둘이 공원에 서서 수다를 떨다가 헤어질 무렵에 알려줬다. 연못에 개구리가 엄청 많다고 가는 길에 보고 가란다. 연못에 가서 보니 멀리서 개구리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개구리가 많아서 연못물이 울렁거린다

공원이 어두워져서 연못속에 있는 개구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개구리들이 연못에서 나와서 길을 건넌다. 둘 둘 짝을 지어서 커플로 왕성한 생식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은 삼각관계인지 셋이서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개중에는 생식활동을 끝낸 건지 아니면 상대를 못 찾았는지 혼자 있는 개구리도 있었다. 오늘 저녁은 수십 마리를 봤다. 그 연못이 개구리의 성지였던 것이다. 개구리의 생식활동이 활발한 기간은 일주일이라고 한다. 가까운 집 마당까지 개구리들이 원정을 가는 모양이다. 어젯밤도 개구리들이 연못에서 나와서 길을 건너서 커플로 밤 산책을 나왔던 것이다. 어젯밤에 봤던 개구리가 자체 발광하는 것도 동면에서 깨어나 활발한 생식활동을 하는 기간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제와 오늘은 개구리를 많이 본 날이었다. 목련꽃도 차츰 피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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