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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꽃샘바람

2015/03/24 꽃샘바람

 

오늘 동경은 날씨가 맑았지만 최저기온이 겨울처럼 낮고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어제는 최저기온이 영하였다. 봄이 되는 줄 알았더니 겨울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공원을 지나가면서 왕성한 생식활동을 하던 개구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관찰하고, 목련꽃이 핀 걸 보러 간다. 연못에서 와글 와글하던 개구리들은 어디로 이주를 했는지, 거짓말처럼 연못이 조용하다. 지난 번 아침에 개구리가 있을 때 봤더니, 개구리가 너무 많아서 인간 한 명과 수많은 개구리가 대면했는 데, 연못이 울렁거리는 것만 봐도 징그럽고 무서워서 구토감을 느꼈다. 왕성한 생명력은 공격적이었다. 연못에 있는 개구리가 나를 덮칠 것 같아 무서웠다.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개구리들이 어디론가 가서 연못이 조용해졌다

다음은 목련꽃이 있는 곳에 갔더니 나무 밑에서 남자아이가 떨어진 꽃잎을 줍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었다. 꽃잎에서 좋은 향기가 나지. 근데 너 초등학교 다니지 않니? 지금 방학이야? 남자아이가 목련꽃을 멀리서 봤더니 다르게 보였단다. 저쪽에 연못이 있는 데, 조금 전까지 개구리가 많아서 정말 징그럽고 무서웠어. 난 개구리 좋아하는 데, 징그럽지 않아. 근데, 저기 있는 건 크면 주먹만 하고 색도 거무튀튀해서 징그러워. 무섭더라고. 내가 장수벌레를 키우는 데, 지금 애벌레가 되어 있어. 먹이도 줘야겠네. 먹이는 잎파리 같은 거야. 요새 물방울무늬 같은 게 나타났어. 학교는 2학년인 데, 오늘 수업이 두 시간밖에 없었거든. 수업이 끝나서 놀러 온 거야.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서 남자아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취미에 관해 잠시 대화를 나눴다. 오늘도 목련꽃을 보면서 그 남자아이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의젓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도서관에 들어가려는 데, , 선배! 오늘도 또 만났네요. 후배와 다시 만났다. 나는 나쁜일을 하다가 딱 걸린 것처럼 당황했다. 웬일이야? 졸업식에 참석하려고요. , 그래? 요전에 멋있는 우표를 부친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았다. 편지 고마웠어, 우표가 멋있었는 데, 그런 우표는 어디서 샀어. 제가 편지 쓰는 사람이라, 괜찮은 우표를 보면 사둬요. 나도 우표를 사는 사람이었는 데, 점점 편지쓰는 일이 없어서 우표에 관심을 안 갖게 되더라고. 근데, 내가 오해를 많이 받는 데, 너에게 특별히 신경 쓴 건 아냐. 그냥, 그런 종류의 사람이니까, 너무 고맙게도, 미안하게도 생각하지마

지금 내가 좋은 책을 갖고 있거든, 20여 년에 걸쳐 도호쿠 지방 아침 시장을 찍은 사진과 글인 데 아주 좋아. 난 이런 책이 좋더라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먹거리가 자연과 인간의 원초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려주잖아. 사진이 좋아, 기교나 연출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찍었어. 이런 사람이 살아가는 관계성이 보이는 체온이 느껴지는 것이 좋더라고. 좋은 책이네요

이번에 가면 아직 일이 그렇게 부담이 크지 않으니까, 기간을 정해서 박사논문을 쓰면 어떨까. 박사논문을 쓸 생각이 없다면 몰라도 지금 시기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풀타임이 되면 솔직히 연구할 시간도, 박사논문을 쓸 시간도 없어. 그러니까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아. , 다른 사람도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제 도서관에서는 읽을 책이 적었다. 그래도 두 권을 읽고 세무서에 가려고 일찌감치 일어났다. 평소에 쓰지 않는 노선 전철을 타고 갔다. 동물원을 가는 전철이라서 차량에도 동물원 기분을 내고 있었다. 세무서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점점 바람이 세게 불고 추워진다. 역에서 집에 오는 데, 너무 추워서 아프게 느껴졌다. 오전에는 그렇게 따뜻했는 데,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몸이 아파왔다. 꽃샘바람… 내가 방심했다가 당했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우연히도 내가 찾고 있던, 필요한 내용이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리가 되어 큰 소리로 꽥꽥거리며 날개를 파닥거리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오늘은 추워서 두터운 점퍼를 입고 나갔다. 추웠지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럴 때 꽃샘바람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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