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비행기에서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내렸다. 낮이 되면서 개었지만, 저녁까지 흐린 날씨였다. 요새 삼사 일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시드니에서 동경에 도착한 것은 지난 토요일 아침이었다. 토요일 날씨는 완전 겨울 날씨로 너무 추웠다.
방콕에서 한밤중에 비행기를 타서 하네다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청소였다. 가방을 현관에 놓고 걸레질을 했더니 세상에 걸레가 새까맣게 될 정도로 더러웠다. 호주로 떠나기 직전에 청소를 하고 갔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도 더러워진다. 공항버스를 타고 집 가까운 역에서 내릴 때 봤더니 다행히도 벚꽃은 만개해 있었다. 올해는 벚꽃 개화 예정이 일러서 벚꽃을 못 보고 지나갈 줄 알았다. 벚꽃이 지금 만개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여름나라에서 겨울나라로 돌아온 나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정반대인 것은 기후만이 아니다. 사회의 분위기도 정반대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기후와 사회에 적응을 하느라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호주에 가면서 전기도 끊고, 냉장고도 비워놓고 가서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도 쇼핑도 안 가고 그냥 집에서 쉬고 있었다.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쇼핑을 가서 먹을 걸 사 왔다..
동경의 분위기는 너무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다. 시드니와 비교하면 정반대 분위기다. 동경의 우울한 파워는 아주 강렬해서 마치 우울함의 대기권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동경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가면서, 동경으로 돌아올 때도 우울함과 황당함이 있었다.
이번에 비행기표는 타이항공 걸로 샀다. 갑자기 가기로 한 것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비행기표를 사기가 어려운 타이밍이었다. 타이항공이 시간대가 좋은데 가격도 저렴했고, 방콕 공항을 알고 있어서 타이항공으로 했다. 지금까지 타이항공을 이용해서 불쾌한 느낌이 없었다. 비행기표를 사는 데는 나름 조건이 있다. 장시간 비행일 경우, 아침 일찍 출발이나, 현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을 피한다. 현지나 동경 도착도 밤늦은 걸 피한다. 양쪽 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편하게 하네다에서 출발해서 돌아오는 것이 좋다. 경유하더라도 바로 연결이 되는 것 등이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에게는 공항으로 가는 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항공사와 가격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젊었을 때는 체력으로 커버할 수 있던 부분도 지금은 무리를 하고 싶지 않다. 무리 없이 덜 불편하게, 가능하면 쾌적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비행기표를 사고 좌석을 정한다.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시드니를 향해서 방콕행 비행기를 탔을 때, 양쪽 옆에 덩치가 큰 일본인 중년 남성이 앉은 중간 좌석이었다. 통로나 창가 좌석을 못 잡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통로 좌석이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일본인 남성을 끼고 앉을 줄은 예상을 못했다. 통상적으로 남자 사이에 여자를 끼워 넣지 않는다. 그 걸 미리 알았더라면, 적어도 여자끼리 앉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뭔가 꺼림칙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좌석이 꽉 차서 옮길 곳도 없었다. 방콕까지는 긴 비행이 아니니까, 참고 가기로 했다. 양쪽 남자 둘 다 책과 잡지, 신문을 가지고 와서 읽고 있었다. 나는 말도 한마디 안 하고 엮이지 싶지 않았다. 오른쪽에 앉은 남자가 술을 자주 청해서 마셨다. 비행기에서 술을 마시면 더 많이 취한다고 한다. 나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사건은 예고도 없이 일어났다. 오른 쪽에 앉는 남자가 자위를 하는 게 아닌가. 미쳤어! 눈 앞에 벌어지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는 40여 년 비행기를 타고 많이 돌아다닌 편이지만, 처음이다.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나는 말을 한마디도 안 했지만, 불쾌하다는 걸 확실히 표현했다. 그 후 그 남자는 내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공공장소에서 그런 행위는 범죄라고 본다. 지금까지 일본 남성들의 더티한 매너를 많이 봐왔고 변태를 자주 만나지만, 최상급으로 더티한 매너에 변태인 것이다. 화가 나서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동경 대기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주 자극적인 황당함에 불쾌함을 더한 폭발이 필요했나?
동경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하네다에 가까워진 새벽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다가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다. 잠이 깨서 보니 아침식사를 주기 직전으로 음료수는 벌써 줬다. 나는 못 받았다. 여승무원이 뒷좌석 사람들에게 영어로 메뉴를 설명하고 있었다. 뒤에 앉은 사람들은 타이 사람들로 가족이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도 일행으로 결혼해서 독일에 산다면서 친정에 와서 가족여행으로 동경에 간다고 했다. 그 승무원이 우리 좌석에는 타이어로 메뉴를 설명한다. 잠에서 깨서 비몽사몽인 것도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 내가 못 알아듣고 눈만 껌벅거려도 다른 반응이 없다. 영어로 말해달라고 했더니, 밥과 오믈렛이 있다는 것이었다. 밥으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옆에 앉은 타이 여성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타이 사람이냐고? 설마, 일본인이 타이어를 할까? 타이 사람이겠지. 근데, 저 사람이 하는 타이어가 이상해서 전혀 못 알아 들었어. 타이어를 모르는 내가 들어도 발음이 이상했다. 참고로 내가 앉은 열에는 일본 여자, 타이여자, 내가 창가에 앉아서 주로 나와 타이 여자가 말을 주고받았다. 통로에 앉은 일본 여자는 마스크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일본인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타이어로 안내를 했다. 나는 국적불명에 정체불명으로 보이긴 하지만, 타이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 승무원이 하는 짓이 하도 이상해서 가만히 살폈다. 아무리 봐도 타이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옆에 앉은 사람은 타이 사람일 거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저런 황당한 짓거리를 할 사람은 일본인으로 보였다. 다음은 커피를 가져왔다. 뒷좌석에 이번에는 일본어로 안내한다. 타이 가족에게 영어로 안내하고, 다음은 일본어로 한다. 일본어를 듣고 일본인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우리 열에 와서 커피를 서비스하는데, 영어도 이상했다. 지금까지 들은 본 적이 없는 말로 상대를 했다. 살다 보니 별 황당한 경우를 다 본다. 정상인가?
하네다에 들어와 입국 수속을 마치고, 입관 직원이 다음에 쓸 출국 카드를 넣지 않았다. 다시 가서 달라면 다른 사람을 심사하고 있을 것이라, 서류가 놓인 곳에 가봤더니, 세관 서류밖에 없다. 옆에서 한가해 보이는 ANA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타이항공을 타고 왔으니까, 타이항공 직원에도 물으란다. 미안하지만, 내가 탄 것도 ANA와 타이항공의 공동운항이다. 타이항공 직원에게 물었더니, 모르겠단다. 세관 직원에게 물었더니, 입관에 가서 달라고 하라면서 입관을 가르쳐준다. 입관에 갔더니, 처음에 물었던 ANA 직원이 얼쩡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부터 입관에 가라고 알려줬다면 간단한 일이다. 자기네 비행기를 타고 온 손님을 뺑뺑이 돌린다. 일본에서는 간단한 일도 축구 볼처럼 여기저기로 차면서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 특히 뒤끝이 길게 남는 불쾌함을 주는 서비스에 탁월하다. 나의 경험상으로 치면 세계 최고급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세계 최고급으로 친절한 서비스를 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도대체 정상으로 보이질 않아!
동경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에서 황당한 일에,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불쾌한 것에 축구 볼처럼 차이면서 동경에 돌아온 걸 확실히 느꼈다. 우울함의 대기권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동경이 어떤 상황인지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너무나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 왜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다른 사람 기분 나쁘게 하면 자신이 기쁜가? 만약에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다.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상대방이라고 기뻤다면… 그러나, 그런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을 상종하기가 싫다.
사진은 오늘 찍은 벚꽃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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