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3 봄이라서?
오늘 동경은 맑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씨다. 최고기온이 24도나 올라가서 일교차가 큰 날씨이기도 하다. 내일을 26도까지 올라 간다니 햇살이 따갑고 덥겠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는 지는 벚꽃잎과 함께 꽃가루도 날아온다. 요즘 방학 중이라, 한밤중까지 깨어 있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보냈다. 며칠 전에는 원고를 마감하느라고 새벽 3시까지 일을 했다. 다음날 많이 걸었더니 발이 아프고 다리도 감각이 이상했다. 빨리 생활을 정상적으로 돌려야 한다. 어제는 12시가 되기 전에 잤다.
어제도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허겁지겁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반납기일이 3월말인데, 일요일이 껴서 월요일 도서관이 열리는 시간까지 반납하면 된다. 그래서 허둥지둥 책을 짊어지고 도서관에 갔다. 학교가 신입생들이 올 계절이라, 많은 동아리에서 신입을 모집하려고 난리가 났다. 도서관 앞에 앉아서 책에 붙였던 포스트잇을 떼고 필요한 것을 찍는데 집중을 못하겠다. 책을 시간 내에 간신히 반납을 했다. 날씨가 산책하기에 좋았다. 동물원 역까지 걸어가서 다카하타후도에 있는 서점에서 책을 샀다. 다음은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다마센터에 가서 가끔 머리 자르는 곳에 갔더니 완전 할아버지들로 찼다. 나도 웬만하면 가는데 도저히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길을 나선 김에 마트에 들러서 바나나를 한 봉지 사서 강가로 갔다. 강가에는 벚꽃이 바람에 날리면서 지고 있었다. 꽃눈 보라가 칠 때도 있었지만 하늘하늘 꽃잎이 날고 있다. 눈이라면 추울 텐데 벚꽃이라 춥지 않아서 좋다. 주말에도 내려갔다가 사람이 많아서 재빨리 포기하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까?
오늘은 머리가 너무 답답해서 솎아냈는데 실패했다. 머리숱이 많아 두터웠던 머리가 확실히 얇아졌지만 더 지저분해진 것 같다. 쉬운 일이 없다.
어제부터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잘 모르겠다. 어제 역으로 가면서 본 가까운 단풍이 예쁜 작은 숲에 나무가 열 그루나 벤 걸 봐서 그런가? 나무를 열 그루 벴더니 작은 숲이 파괴되었다. 내가 사는 부근은 몇십 년 전에 지은 오래된 작은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거기서 좋은 점은 나무도 몇십 년이나 자라서 녹음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나무들이 자라서 아파트가 낡고 오래되었다는 빈곤함을 감춰줬다. 그런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면 아파트가 낡고 오래되었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무들이 오래된 아파트에는 멋있는 옷과 같은 역할을 했는데 관리를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상기온으로 기후가 변해서 강한 햇볕을 차단하는데도 나무가 필요한데 나무를 베면 지면이 뜨거워진다. 내가 사는 창 밖에도 아주 멋있는 벚꽃나무가 두 그루 있어서 봄이 기다려졌다. 작년인가, 그 전해였나? 두 그루가 베어져서 그 자리가 휑하다. 거목들이 나란히 섰다가 갑자기 그 자리만 휑하니 빈 것이다. 지금은 언제 그런 나무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큰 나무가 있어서 가려지는 것도 많았는데 이제는 홀랑 다 드러난다. 거실 창 밖에 느티나무가 있지만 오른쪽 방과 옆집은 그야말로 휑하니 비었다.
아파트와 주변의 조경에 대해서 화가 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서 참는다. 하지만 눈 앞에서 거목을 열 그루나 잘라내는 걸 보면 충격을 받는다. 나무가 병든 것도 아닌데 인정사정없이 잘라내서 경관을 망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든 것이 주위에서 다 보여야 하나? 나무로 적당히 가려지는 것이 더 좋은데? 속이 상한다. 뭔가 있을 것 같다.
발뒤꿈치가 깨져서 며칠 운동화를 못 신었다가 어제 운동화를 신었다. 며칠 걷는 게 힘들었는데 어제 운동화를 신었더니 몸이 피곤한데도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침 8시 반에 나가서 6시간이나 돌아다녔다. 햇볕이 따가워서 얼굴이 구워진 느낌이 들었다. 몸도 피곤해서 졸렸다.
사진은 동백꽃이다. 제주도 4.3 항쟁을 기리는 의미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