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경생활

식량 조달

 2014/04/11 식량 확보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였다. 기온이 높지는 않았으나, 햇살은 강했다

지난 화요일 밤에 동경에 도착했다. 무거운 짐을 끌고 두 달 이상 비워뒀던 집에 도착해서 전기를 넣었다. 집은 그동안 먼지가 쌓였는지 몸이 가렵다. 집에는 먹을 게 없었다. 저녁을 먹을 엄두도 안 난다. 물을 끓여서 따뜻하게 꿀물을 타서 마셨다. 그리고 목욕탕 청소를 해서 목욕을 하고 잤다. 잠을 늦게 잤다

이튿날에는 보통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또 물을 끓여서 마셨다. 아무래도 물 만 마시니 힘이 좀 안 난다. 쌀을 꺼내서 밥을 했다. 밥을 하는 사이에 텅 빈 냉장고를 청소한다. 냉장고가 부분 부분을 다 뜯어내서 씻을 수 있게 되어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내친김에 냉장고를 다 씻었다. 밥이 다 되었다. 같이 먹을 게 없다. 가만히 봤더니 이전에 친구가 사준 인스턴트 카레가 있다. 그렇게 맛있다는 유명한 인스턴트로 콘수프와 같이 먹는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 친구를 만나면 맛있게 먹었다고 해야지.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긴 했지만… 맛있었다. 빨래도 세탁기를 두 번이나 돌렸다. 빨래가 잘 마르는 날씨라 좋았다. 청소도 유리창 청소까지 마쳤다. 먼지가 있으면 몸이 가려우니까, 청소는 필수다.

다음에는 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김과 같이 먹었다. 그렇게 연명을 했다. 몸이 지쳐서 시장에 갈 엄두가 안 났다. 나는 개강이 다음 주부터 인 줄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봤더니 목요일부터다. 큰일 났다. 이튿날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 학교에 갔다. 어떤 옷을 입어야 좋은지 감이 안 잡힌다. 위에는 봄색을 바지와 구두는 겨울이었다.. 교실에 갔더니, 여성학은 수강생이 적었다. 수강생이 적은 편이 좋다. 그런데, 노동사회학은 수강생이 늘었다. 첫 수업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는데, 자리가 모자라서 뒤에 서있는 학생들이 있다. 교실을 변경해야지. 작년에 여성학을 들었던 사회인도 왔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서 다시 수강신청을 했다나… 여학생들이 많았다. 얼굴을 아는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더니, 가장 먼저 내 수업을 정했다고 생색을 낸다. 그게 생색을 낼 일인가… 어쨌든 학생들은 자기네가 나를 선택했다고 뻐긴다.

수업은 대충 수업내용 소개와 평가방법들을 설명하고 끝냈다. 그리고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오카치마치에 갔다. 오카치마치에는 아메요코라는 시장이 있다. 거기에도 잠깐 들러서 시간을 때웠다. 아직도 동경에 착지를 못하고 몸이 붕 떠있는 것 같이 이상하다

오카치마치에서 만난 분들과 만난 일의 결과가 아주 좋았다. 그분들도 좋은 결과에 너무 기뻐해 줘서 참 다행이었다.. 일이라는 것이 적절한 시와 때가 있는 것 같다. 우연이 겹쳐서 필연이 되고, 흐름이 만들어져 간다. 일이 억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저녁을 얻어먹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잔다고 12시 전에 잤는 데, 오늘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피로가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영양제를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밥을 했다. 아직 먹을 게 없는 상황에는 변화가 없으니까. 따뜻한 물에 밥과 김을 먹었다. 손빨래도 해서 널고 이불과 베개를 널어서 말린다. 시장가방을 두 개나 챙겨서 식량조달에 나섰다. 오늘이 야채가 싼 날이다. 다행히도 토마토가 싸서 두 상자나 샀다. 우유와 두부도 두 개씩 샀다. 적게 사느라고 했지만, 워낙 식량이 없는 터라, 필요한 것이 많았다. 첫 번째 마트에서 가방은 이미 너무 무거워져 있었다. 두 번째 마트에 들러서 조금 더 사서 낑낑대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를 먹고, 두부를 생으로 먹었다. 600그램이나 하는 두부를 그냥 먹어치웠다. 우유를 마시고, 커피에도 넣어서 마셨다

 

저녁에는 샐러드용 양파와 미나리, 미즈나라는 야채를 살짝 무쳐서 밥과 같이 와그작와그작 먹었다. 내가 놓친 봄이라는 계절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와그작와그작 먹어댔다. 양파와 미나리의 향기가 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봄을 알려주는 야채를 먹으면서 뒤틀어진 계절감각을 제자리로 돌리려고 애쓴다. 어쨌든 식량을 조금 확보했다. 조금있으면 뒤틀어진 계절감도 제자리를 잡겠지

벚꽃이 남아있었다. 베란다에도 바람에 나부낀 꽃잎이 먼지와 조금 쌓여 있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이 끝날 무렵 1  (0) 2020.04.23
아직 벚꽃이…  (0) 2020.04.23
산책길에 핀 꽃  (0) 2020.04.23
봄이라서?  (0) 2020.04.12
벚꽃구경  (0) 20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