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2 제주 4.3항쟁 70주년 in 동경 -2
오늘 동경은 여름처럼 더운 날씨였다. 어제 다녀온 제주 4.3항쟁 70주년 행사에 관한 글을 계속하기로 한다.
평소에도 일찌감치 개장하기 2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린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분들 연령이 고령이라서 표를 확인할 때도 걷기가 어려운 분들도 있다.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걸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해서 의자를 가져가거나 서있기가 불편하면 개장을 서두르기로 했다.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령인 분들이 오시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분들이 여기까지 오시게 한 것이 뭔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단지 큰 홀을 메우는 것 보다 중요한 행사에 오는 분들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 누군가의 부축을 받고 온 분들도 있다. 그 분들 스피드로 천천히 움직인다. 내가 저 나이가 되어 저런 상태가 되면 어떨까 싶다. 그런 분들을 움직이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지.
나는 평소에 하던대로 맡은 일을 착오없이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접수에 앉아 있으니 행사장 모든 것에 대해 묻는다. 나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주최측에서 걱정을 한다. 사람들이 와서 큰 홀을 메울 수 있을지 몰라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의 일마냥 걱정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상하다고 했다.
개장 시간이 가까워 사람들이 많이 온다. 대부분은 예약을 한 사람들이라, 당일권은 별로 없다. 홀 입구도 넓어서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 가는지 한 쪽에서 일을 하니 모르겠다. 개연 시간 전에 1층이 만석이라고 한다. 2층으로 관객을 유도한다. 개연 시간이 되니 2층도 찼다고 한다. 당일권을 사는 사람들에게 만석이라 앉아서 볼 수가 없다는 걸 표를 사기 전에 안내한다. 막상 표를 사서 입장했더니 자리가 없으면 미안하니까, 미리 안내를 해야 한다. 표를 사는 사람들은 입석이라도 괜찮다고 한다. 2층까지 만석에 나중에 사람들이 입장한 걸 세면 1400명 정도가 될거라고 한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걱정했는데 만석이 된 것이다.
1부를 할 때 잠깐 들어가서 봤더니 무대에서 김석범선생님과 문경수선생이 대담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한장 찍고 바로 나왔다. 홀이 크니 만석이라도 널널해서 좋았다. 지금까지 서니홀은 좁아서 만석이 되면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홀이 덥고 답답해서 행사에 와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홀이 커서 좋았다. 1부가 끝나서 휴식시간을 갖고 2부가 시작될 무렵에 표를 파는 것은 중단하기로 했다. 올 사람들은 거진 다 온 것이다. 그러면 표를 팔던 사람들도 2부를 볼 수가 있다. 지금까지는 밖에서 일을 돕는 사람들은 안에서 행사하는 걸 거의 볼 수가 없었다.
2부는 가수 안치환의 라이브였다. 나는 일본에 온지 오래서 안치환을 몰랐다. 일본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가수였던 걸 검색해서 알고 4.3 항쟁 70주년 기념 대통령연설에서 알았다. 호소력이 강하고 거칠었다. 관객들이 고령이라서 자극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닐까, 염려했다. 홀이 크지만 만석이라서 더웠다. 문 옆에 서서 보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습도가 높지 않았지만 홀이 열기로 덥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분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다. 열띤 공연이 앵콜까지 이어졌다. 내 옆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같이 일을 하던 사람이 눈물을 흘린다. 나는 멀쩡한데 일본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표를 팔면서 옆사람에게 안치환이 일본사람들 데모하는데 가서 노래를 불러달라면 불러줄까, 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안치환 같은 사람이 없다고,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입으로 그럴듯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야 있지만 실제로 데모하는데 가수가 와서 노래부르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 가수가 자신을 걸고 데모에 나와서 노래하는 것과 다르다고 한다. 일본사람들이라도 자신들 상황을 시니컬하게 평가한다. 어제는 몇 사람이나 한국 대통령과 비교해서 '우리 바보 아베' 어쩌고 하는 말을 한다. 그래서 내가 '가난한 난민의 아들'과 귀족 도련님과 비교하면 일본사람들이 불쾌할 것이라고 '바보 아베'라고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바보 아베'라고 할만큼 사람들이 화가 나있다. 지금까지 일본에 살아도 이렇게 대놓고 자신들 국가수장을 욕하는 것도 처음 봤다. 울화통이 터지는 모양이다.
어제있었던 제주 4.3 항쟁 70주년 기념 동경행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안치환의 CD도 매진돼고 사인을 받는 줄도 길었다. 끝나고 보니 관객들 육체적 나이는 고령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젊었던 모양이다. 홀에서 느꼈던 열기는 밖에서도 지속되어 모두가 들떠 있었다. 모두 가 다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행된 덕분이다. 제주도에서 있던 식전에 대통령연설에 감동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흐름이 동경에 전파된 것이다. 오사카에서 1000명 규모의 행사가 있었던 것도 노무현대통령이 사과를 한 해였다. 4.3행사는 한국의 민주화와 연동이 된다.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동포사회에 직결된다. 일본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진다. 올해 대통령연설로 운동의 성과는 일단락되었다. 그동안 무거운 짐을 졌던 많은 사람들 짐을 덜어준 것이다.
지난 4월 3일 제주도에서 있었던 70주년 행사에 참가하는데 동경에서 100명정도 예상했는데 예상을 크게 윗돌아 150명이나 갔다고 한다.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이상해, 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대통령을 보러 간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연설을 듣고 다 알아듣지 못해도 감동했다고 한다. 어제도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들도 남의 일이 아닌 자신들 일처럼 이번 행사를 무사히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다. 나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제주도를 다녀와서 다 '이상해졌다'. 제주도사람들은 '고향'일이고 자신들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행사를 돕는 일본사람들도 제주도사람들 처럼 자신들 일이 된 모양이다. 연대를 넘어섰다. 어쩌다가 다 '제주도사람'들이 되어 간다. 어제는 참으로 큰 잔치를 잘 치른 기분으로 홀가분했다. 관객이 만석이 된 것도 있지만, 행사를 하는 사람들 마음이 하나가 된 것을 느꼈다. 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내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행사를 마치면 꼭 뒷풀이가 있다. 행사를 돕는 사람들에게는 뒷풀이가 메인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의 뒷풀이를 간 적이 없다. 올해도 집이 먼 관계로 행사장을 정리하고 바로 집을 향했다. 역에 있는 마트가 늦은 시간에도 열려 있어 들렀다. 마침 소라가 있어 소라를 4개 샀다. 제주도에서 생선이라는 옥돔도 팔고 있었지만 고민한 결과 사지 않았다. 전갱이와 고등어 튀김도 사고 도시락도 샀다. 집에 와서 늦은 밤에 자축하는 의미로, 혼자서 뒷풀이로 소라를 삶아서 먹었다. 돈까스 김밥도 먹었다. 한밤중에 목욕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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