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2 제주 4.3항쟁 70주년 in 동경 -1
오늘 동경은 기온이 급격히 올라간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무려 30도까지 올라갔다. 요새 날씨가 하도 이상해서 일기예보를 잘 본다. 지난 일주일은 날씨가 너무 변화무쌍해서 사람들이 그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어 지쳤다. 지난주는 일주일 사이에 겨울에서 여름으로 변했다. 분명히 화요일과 수요일은 겨울이었는데 목요일은 급변해서 기온이 올라갔다. 최고기온이 30도라는 것은 봄이 아니다. 여름도 한여름 기온인 것이다. 그게 4월 하순에 들어선 오늘의 최고기온이었다. 기온이 너무 올라가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낮에는 한여름 그 것도 기온이 높은 날에 하던 베란다에 물뿌리기를 했다.
어제는 제주 4.3항쟁 70주년 기념행사가 있던 날이다. 금요일도 더운 날에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역 주변에서 여유롭게 마트를 돌고 살 것도 없이 그냥 왔다. 토요일에 있는 행사에 가서 도우미를 하려면 체력을 온존해야 한다. 올해는 행사 장소를 큰 곳으로 옮겨서 한다는데 사람들이 많이 올지 어떨지 모른다. 나는 동경에서 4.3 항쟁 행사가 열린 1988년 첫 해부터 다녔지만, 일개 도우미라서 그냥 가서 맡은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4.3 행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봐 온 사이라서 만나면 반갑다.
신주쿠와 아카바네를 거쳐서 오지에 갔다. 행사 장소는 오지역에서 가까운 호쿠토피아 벚꽃홀이다. 호쿠토피아 건물이 아주 크다. 벚꽃홀도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입구부터 지금까지 행사를 했던 곳과 달리 압도적으로 넓다. 이 홀에 몇 명이 수용되나? 이 홀을 채울 수 있을까? 감이 잡히질 않는다. 1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좀 늦게 도착했더니 행사를 주최하는 제주도 4.3 항쟁을 생각하는 모임 사람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홀이 넓은데 비해 예년보다 도우미가 적은 느낌이다.
올해도 나는 당일권을 파는 곳에 앉기로 했다. 당일권을 사는 사람은 적은 편이라서 일이 수월하다. 항상 옆에 앉는 언니가 좀 떨어져서 예약을 담당하고 있어 수다를 떨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지만 그건 내 사정이다. 도시락 먹을 때 같이 먹기로 하고 자리를 세팅하면서 준비한다. 3시 넘어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면 도시락을 먹지 못한다. 3시에 옆에 앉던 언니와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같이 먹었다. 도시락 상자 그림이 우연히도 흰 동백이다. 동백이 4.3 항쟁을 상징하는 꽃이어서 그런지 새삼스럽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꽃도 피었다.
홀에는 막간에 노래를 부른다는 어린이 합창단이 제주도에서 왔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오니까, 홀에 있던 도우미 어른들 시선이 집중된다. 지금 동경에서는 워낙 고령사회라서 어린이를 보는 일이 드물어 그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보물 덩어리 같은 아이들이 모였으니 시선이 집중될 만하다.
무대 준비를 보려고 홀에 갔더니 가수 안치환과 밴드가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공연할 때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니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무대도 넓고 큰 데 홀이 꽤 크다는 걸 실감한다. 이 홀을 메울 수 있을까? 무대와 홀이 넓으니 좋긴 좋다.
도시락을 먹고 김석범 선생님이 계신 방에 인사하러 갔다. 평소에는 취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선생님이 바쁜데 내가 간 시간에는 취재를 받는 입장이 아니었다. 옆에서 카메라를 돌리는 사람이 있었고 안쪽에서 문경수 선생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김석범 선생님과 제주도 말로 시끄럽게 떠들다가 나왔다. 선생님이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올해 제주도에서 행해진 4.3항쟁 70주년에서 문재인 대통령 연설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제주도에 갈 걸 했다고 후회했다. 선생님께 대통령 연설에 대해 물었더니 95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재인이가 말이야" 해서 내가 깔깔대고 웃으며 놀렸다. 대통령을 "재인이"라고 한다고 웃었더니 "재인이를 재인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라고" 한다. "재인이"라는 호칭에 애정이 넘친다. 그러는 선생님도 귀엽다. 이렇게 친근감을 가지고 이름을 부를 대통령이 있다는 게 어딘가.
선생님은 나의 짧은 머리를 보고 남자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시간이 있을 때 천천히 뵙자고 했더니 바쁘다고 하신다. 나는 선생님이 바쁘시다는 걸 일절 무시한다. 그래서 안 볼 거냐고 했다. 얼굴이 부운 걸로 봐서 전날에도 술을 많이 드신 것 같다. 김석범 선생님이 술을 못 드신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다. 짧게 인사를 하고 문경수 선생에게 전할 말을 했다. 나는 몰랐는데 문경수 선생과 고이삼 씨가 제주도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단다. 나는 상만 받은 거냐고 했더니 상금도 있었단다. 1500만 원을 둘이서 나눴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 돈은 자기가 쓰지 않고 오사카에 4.3 항쟁 희생자 위령비를 세우는데 보탤 것이라고 한다. 제 돈이 아니니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4시 전에 벌써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섰다. 개장 시간이 5시에 시작은 5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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