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3 제주도 4.3 항쟁 69주년 기념행사
오늘 동경은 맑고 좋은 날씨였다. 지난주는 일주일 정도 6월말 날씨로 갑자기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아무리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이상기온이라 해도 몸이 따라가질 못했다. 그냥 그대로 여름이 될 줄 알고 무서웠다. 날씨가 갑자기 4월에서 6월말로 뛰더니, 돌아오는 것도 갑작스러웠다. 일주일 동안에 몸도 많이 적응이 된 것이 다시 4월로 돌아오니 춥게 느껴진다. 날씨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일주일 동안 갑자기 더워진 사이에 헐벗었던 나무의 새순들도 서둘러 황급히 나왔다. 베란다에서 보면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일주일 사이에 연두색으로 숲을 이루고 말았다. 일주일 사이에 나뭇잎이 이렇게 자란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았다. 오늘 산책길에 나뭇잎을 만졌더니, 연하고 야들야들하게 부드럽다. 새순의 물결인 연두색은 화려한 색감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생명력의 빛남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오늘은 일요일에 날씨가 좋아서 이불을 말리고 청소를 했다. 오후에는 야채 무인판매에 산책을 갔지만, 살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마트에 가서 치즈를 좀 샀다. 치즈가 좀 땡겨서 산 것도 있지만, 토르티야도 같이 사서 케사디아를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가지고 다닐 생각이었다. 마트에서 나와서 작은 공원을 걷고 돌아오는 길에 토르티야를 안 산 걸 알았다. 다른 기회에 사야 한다. 그 마트가 가까운 마트에서는 치즈 종류가 가장 많다.
어제는 제주도 4.3 항쟁 69주년 기념행사가 있어서 닛포리에 다녀왔다. 일년에 한 번 이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연습하는 장면을 보고 간판이 올라가는 걸 기다렸다. 올해는 간판이 올라가는 시간이 좀 늦었다. 올해도 평소와 같이 접수하고 표를 담당할 것으로 배정을 받았는 데, 김석범 선생님을 챙길 사람이 없어서 김석범 선생님 주변에서 챙기는 걸로 역할이 바뀌었다. 선생님도 일년만에 뵙는 것 같다. 올해는 다리가 아프고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신다. 나는 힘드시겠다는 위로가 아니라, 나이를 먹었으니까,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약을 올린다. 몸이 안좋아서 술도 많이 마시면 안된다고안 된다고, 절제를 하고 계시단다. 그래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여기에서도 초를 친다. 이쯤에서 선생님도 불만을 표출하시다가, 위로 받는 걸 포기하시는 것 같다.
김석범 선생님을 챙기는 관계로 올해는 회장 안에서 강연을 듣고 공연을 볼 수가 있었다. 강연도 괜찮았지만, 공연이 좋았다. 피아노와 소프라노 가수가, 특히 좋았다. 행사를 안에서 제대로 본 것은 도대체 몇 년 만인지, 기억조차 없다. 그동안, 30년째 다녔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도우미로 다녀서 실제 행사에서 하는 내용은 잘 모른다. 올해는 강연을 한 분이 판화를 하시는 분이라, 그 분 작품(비록 카피였지만)이 전시되어서 분위기를살려줬다.
행사가 끝나서 김석범 선생님과 동행으로 뒤풀이에 갔다. 평소에는 뒤풀이에도 간 적이 거의 없다. 뒤풀이를 갔던 것도 기억이 없을 정도로 먼 옛날이다. 행사가 끝나서 뒷정리를 마치면 시간이 좀 늦다. 행사는 닛포리에서 열리기 때문에 닛포리에서 뒤풀이 하는 곳으로 갔다가 집에 가려면 시간이 너무 늦다. 이른 오후에 모여서 행사가 끝나면 밤 9시가 넘어서 전철을 타는 것이 10시에 가깝다. 행사가 끝나면 벌써 피곤하다.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11시가 넘었다. 뒤풀이에 가지 않은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어제는 김석범 선생님과 같이 움직여서 뒤풀이까지 간 것이다. 뒤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집이 멀어서 먼저 간다고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내년에 다시 보자고…… 가게를 나온 것이 10시 반 가까웠다. 오카치마치에서 집으로 오는 전철을 타려고 신주쿠에 왔더니 시간이 늦어서 빠른 전철이 없다. 그래도 가장 빠른 방법으로 집에 도착했더니 밤 12시였다. 김석범 선생님과 같이 가지 않았다면, 올해도 뒤풀이를 안 갔을 것이다.
뒤풀이에 가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가하고 있는 몇 분에게 올해로 동경에서 기념행사를 한 것이 30년째가 된다고 했다. 30년이나 우직하게, 나 같은 사람은 생각도 없이 도우미를 한다. 행사를 돕는 사람들은 나처럼 제주도에 관련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기념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는 관객들이 감사하다.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내고 표를 사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표를 파는 입장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최 측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관객들이 있어서 행사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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