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1 생애 첫 투표
오늘 동경은 눈부시게 맑은 날이었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아주 상쾌한 날씨였다.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나는 아침에 일어나 힘이 없었다.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을 생략하고 반찬을 만들어서 밥을 먹었다. 요즘 매일 바빠서 수면이 부족하고 피곤이 누적되어 있다. 오늘은 집에서 밥을 먹고 쉬는 날로 잡았다. 일요일에 하는 청소와 빨래를 하고 저녁이 되어 산책을 다녀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좋아도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저녁이 되어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온 것이다.
어제도 날씨가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었다.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눈부시게 좋은 날씨에 나는제 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를 다녀왔다. 나로서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대통령선거에 생애 첫 투표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생애에 한국인으로서 대통령선거에 투표를 하는 날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재외국민이 투표할 수 있게 되어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제 18대 대통령 선거 때, 당시 분위기로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줄 알았다. 설마,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가 당선되어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 한국은 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어 갔지만, 그래도 설마 탄핵을 받을 정도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로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애초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것이었다. 나도 유권자 등록을 해서 문재인을 찍으러 갔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유권자 등록을 해서 투표를 하기로 했다.
나에게는 유권자 등록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권자 등록을 하는 기간에 중국에 있었다. 소주에서 유권자등록을 하려고 27일부터 휴대폰으로 시도를 했다. 28일에 본격적으로 해보고 안돼서 문의를 했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등록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다음날 오후 늦게 한국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쉽게 할수 있는 것처럼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안내는 친절했지만, 내 느낌으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차하면 해외공관으로 가란다. 해외공관이 그렇게 간단히 갈 상황이 못된다. 대리신청을 해도 되냐고 확인했더니 대리 신청이 가능하단다. 아는 사람 메일주소를 빌려서 휴대폰으로 다시 신청을 몇 번이나 했지만, 원활히 되질 않는다. 급기야 남경에 사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겨우, 무사히 유권자 등록을 30일에 마쳤다.
유권자 등록 안내를 보면 3분내에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길어야 10분?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으로 나에게는 3일 이상의 시간과 국제적으로 세 사람 이상이 관여해서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그런 걸 설계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놓여있는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지 의심이 간다. 두리뭉실하게 안내를 하지만, 컴퓨터로 입력하는 것은 두리뭉실한 것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일을 두리뭉실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 정말로 화가 난다. 해외에서 제대로 통하지도 못하게 하면서 IT강국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걸 들으면, 열불이 난다. IT강국이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필요한 일을 할 수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 대선 때, 나의 태만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나로 하여금 그 귀찮은 유권자 등록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문재인을 찍었다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투표를 하기로 했다. 투표를 해서 떳떳한 기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골든 위크가 시작되는 황금처럼 눈부신 날, 아까운 하루와 교통비를 써서 투표하러 갔다. 우에노가 멀어도 역에서 가까울 것 같아 우에노로 갔다. 오카치마치에서 내려서 투표장소를 찾아서 갔다. 투표소에는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가 좁고 더웠지만, 사람들은 한 표를 행사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좀 들뜬 분위기였다. 지난번에 유권자 등록한 것이 유효한 줄 알고 투표하러 왔던 사람이 이번에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고 투표를 못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사실, 유권자 등록도 한번 하면 계속 유효한 것인지, 선거 때마다 하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이번 대선에도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한다. 요새는 문재인이 당선된다고 떠들고 있지만, 절대로 낙관적이지 않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그냥 둬도 문재인이 당선하니까, 신경 끄고 놀러 가라는 말로 들린다. 꼭 투표를 하고 놀러 가시길 바란다. 높은 투표율과 확실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촛불시민’을 찜 쪄 먹을 ‘악마’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꼭 투표를 해서, 어떻게 개표가 진행되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오카치마치에 간 김에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생애 첫 투표 기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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