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8 벌거숭이 임금님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올 것 같더니 하루종일 비가 왔다. 기온도 내려가서 춥고 비가 오는 날씨였다. 아침에 나갈 때 그렇게 추운 줄 모르고 나갔지만 학교 건물 안은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에게 내일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오늘 아사히신문에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의 기고문이 있었다. 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욕을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에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내가 동료들에게 물은 것은 일본이 이번 기회에 주변 국가에 대한 자세를 바꿔서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적극적으로 나설까? 북한과는 대화를 할까? 였다. 중국 연구를 하는 동료와 전쟁을 연구하는 동료가 아베 정권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랍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평화지향으로 가자고 하겠지만, 아베 총리와 아소부 총리라는 벌거숭이 임금님 콤비 주변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 참, 아소 씨께서 오늘도 '명언'을 하셨습니다.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재무성 직원이 '문서 조작'에 대해서 "어떤 조직이라도 '문서 조작'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문서 조작'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자질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일반론으로 말할 수 있는 것과 '문서 조작'을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부하가 했으면 상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조직의 논리이거늘........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고'가 아닙니다. 부족한 것은 '교양'만이 아니네요.
내일 동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어렵사리 성사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해 얼마나 '조롱'을 해왔는지, 그러는데 정상회담이 열릴 수가 없지요. 일본이 작년 말부터 중국에 대해 태도를 바꿨습니다. 관계 개선을 하겠다고 나섰지요. 한국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 상대라는 자세였지요. 처음에는 안 간다고 튕기다가 갖은 생색을 다 내놓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갑니다. 개막식에 가서도 참으로 유치 찬란한 매너로 일본의 명예를 드높였지요(반어법). 한반도를 중심으로 정세가 급변하는 요즘, 지지율이 내려간 지금 생각하면 '평창올림픽'에 가서 참 다행이었을 겁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 상태에서 최고라는 '판문점 선언'도 나왔습니다. 일본 매스컴도 한국에 가서 현장을 봤으니까, 세계적인 차원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잘 봤겠지요. 한국이 혼자서 자화자찬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요. 그 후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납치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지요. 그 걸 계기로 방향 전환을 하나? 실오라기 같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방향을 바꾸고 싶어도 타이밍이 없어서 곤란할 때, 마침 좋은 구실이 생겼으니까요. 거기에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도 동경에서 열리고 제팬 패싱은 싫다, 평화를 지지한다면 면도 서니까, 좋은 타이밍이라고 봤습니다. 한국의 중계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한다는 포즈도 취했지요.
내가 보기에 일본이 평화를 지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득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끝까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는 것은 죽어도 못 본다고 재 뿌리고 훼방을 놓을 심산인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몸값을 올리려는지, 밀당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밀당에는 북한을 따라올 수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은 젊은 지도자에 오랫동안 충성을 바친 노신들로 이루어진 안정된 권력구조에 팀워크가 좋습니다. 그에 비해 트럼프 정권 팀은 흔들거리고 있어서 북한에 대해 호흡을 맞춰 안정된 대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팀워크이라는 의미에서 미국이 압도적으로 불리합니다. 트럼프 정권이 잔머리 굴리지 말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북한이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고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제대로 몸값을 쳐줘야 합니다. 일본처럼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에서 보면 한반도의 작은 나라일지 몰라도 북한을 쉽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경위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좋은 성과가 아니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 됩니다. 중간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는 것은 곧 세계 제3차 대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평화로 간다면 냉전체제가 종식되겠지요. 전쟁의 파급력이 큰 만큼, 평화의 파급력은 더 크겠지요. 그렇기에 '전쟁' 보다 '평화'가 더 큰 이익입니다.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주석이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밀당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무역전쟁을 하면서 자신들 이익만을 추구하느라 많은 것을 잃고 있습니다. 세계의 패권은 중국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서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중국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나왔는데, 미국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내걸고 생떼를 부린다면 '비핵화'를 방해한 것이 됩니다. 핵무기를 구실로 더 이상 북한을 압박할 수가 없게 됩니다. '비핵화'도 못하고 북한을 압박할 수도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경제개발을 위한 지원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는 어쩌면 북한이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이 미국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알았으면 좋겠네요.
미국 옆에서 악마처럼 부추기는 일본 벌거숭이 임금님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노벨상도 받으시겠죠?
일본의 벌거숭이 임금님도 어렵게 성사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손님을 초대해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양보하면서 '정상적인 관계' 구축을 노력했으면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을 여전히 식민지 바라보듯 해서 판을 깨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판을 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허긴, 아베 정권 외교가 '자살골'을 넣는 것이 주특기니까요. 자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제 국민민주당이라는 당이 생겼습니다. 학생들은 관심도 없고 동료들도 허무하게 웃더군요. 자민당에 대응하려면 입헌 민주당과 합쳐야지, 새로 당을 만들어서 뭐하겠냐는 겁니다. 처음부터 자민당 2중대로 출발을 하다니, 그냥 자민당으로 가시지...... 코미디도 아니고 안타깝습니다.
지금 정권이 벌거숭이 임금님 같다고 했더니, 중국 연구를 하는 동료가 한 둘이 아니라고 집단적이라고 하더군요. 안타깝네요. 벌거숭이를 봐야 하는 사람도 괴롭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변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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